북한 노동신문서 '주체연호' 사라져…"김정은 독자 우상화 작업"

기사등록 2024/10/17 11:38:03 최종수정 2024/10/17 13:32:16

노동신문 지면·홈페이지 모두 '주체연호' 삭제

"김정은의 '선대 흔적 지우기' 작업 노골화" 해석

[서울=뉴시스]17일 북한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주체연호' 표기가 사라진 모습이다. 2024.10.17.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남빛나라 기자 = 통일부는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이 1면에 표기해온 '주체연호'를 폐기한 데 대해 '김정은 독자 우상화' 작업이라고 17일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올해 태양절(김일성 생일) 이름을 (4·15명절로) 대체하고 김정은 독자 초상휘장이 나온 것과 마찬가지로 선대에 의존하지 않는 독자 우상화 일환으로 보인다"며 "일괄적으로 주체연호 사용을 중단한 것 같지는 않고, 앞으로 하나씩 주체연호를 지워나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노동신문 지면 PDF 파일을 보면 12일자에 '주체 113(2024)년 10월 12일'로 실렸던 연도표기는 이튿날인 13일 신문에서 '2024년 10월 13일'로 바뀌었다. 홈페이지에서는 12일부터 주체연호 표기가 사라졌다.

주체연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이 태어난 1912년을 '주체1년'으로 하는 표기법이다.

북한은 1997년 앞으로 주체연호를 사용하고 김일성이 태어난 4월15일을 태양절로 제정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당 중앙위원회, 당 중앙군사위원회, 국방위원회, 중앙인민위원회, 정무원이 공동 발표한 '김일성 동지의 혁명 생애와 불멸의 업적을 길이 빛내일데 대하여' 결정서를 통해서다.

이후 북한은 관영매체는 물론 연도를 표기하는 출판 보도물, 건축물 등에서 주체연호를 사용해왔다.

김정은이 거의 30년간 사용해온 주체연호를 폐기한 것은 최근 이어온 '홀로서기' 작업을 노골화한 것이라고 해석된다.

북한은 올해 들어 '태양절' 표현 사용 빈도를 눈에 띄게 줄이고 '4·15명절'이란 명칭을 사용했다. 김정은이 김일성과 아버지 김정일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는 횟수도 대폭 줄었다.

다만 지면 없이 온라인상으로 운영되는 대외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아직 주체연호를 사용하고 있다. 통신 홈페이지를 보면 17일자 기사들에 여전히 '주체113.10.17'이란 표기가 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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