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 사장 "부산 전세사기 임대보증 취소건, 판결 확정 전 번복 어려워"(종합)

기사등록 2024/10/16 20:49:08

HUG "임대인이 서류 위조" 보증취소…임차인들 HUG 상대 소송

유병태 "HUG 승소 건도 있어"…여야 질타에 해결방안 마련키로

악성임대인에 보증 신규발급, 재정건전성, 방만경영 등 지적도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유병태 한국주택도시보증공사 사장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한국부동산원-주택도시보증공사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4.10.16. kch0523@newsis.com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유병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사장이 부산에서 HUG가 임대보증금 보증 취소로 전세사기 피해자들과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사건과 관련해 "판결 확정 전까지는 보증금 지급이 어렵다"고 발언했다.

유 사장은 16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해당 사건의 피해자와 김희정 국민의힘 의원의 지적을 받자 "지난해 임대사업자의 위조계약서 제출에 따른 보증 취소건으로 어려운 처지에 놓인 임차인들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이같이 말했다.

이날 국감에 증인으로 나온 피해자 A씨는 "임대인은 보유주택 190여가구 중 이중 126가구를 임대보증에 가입했다. 그중 허그가 99가구의 보증을 취소했고 그 규모는 126억원"이라며 "총 83명의 피해자들이 17개 그룹으로 나눠 소송을 진행 중이지만 HUG가 소송지연전략을 쓰면서 피해자들을 피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임대인 B(40대)씨는 당시 담보채무와 보증금 합계가 건물 가치보다 많아져 HUG 보증 가입이 어려워지자, 보증금 액수를 낮추는 등 위조한 전세 계약서 36장을 HUG에 제출해 보증에 가입했다.이 과정에서 HUG는 B씨로부터 확정일자조차 확인받지 않았다는 점이 감사원 감사로 드러났다.

이후 뒤늦게 허위 서류임을 인지한 HUG는 B씨의 명의로 된 건물의 임대보증금 보증을 무더기로 취소했고, 보증을 믿었던 세입자들은 HUG의 일방적인 보증 취소로 날벼락을 맞았다며 HUG를 상대로 민사소송(총 17건)을 줄지어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결은 엇갈리고 있다. 지난 5월 부산지법 동부지원 민사6단독 최지경 판사는 해당 사건 세입자 1명에게 HUG가 보증금 1억45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으나, 부산지법 동부지원 민사2부(부장판사 서근찬)는 최근 피해자 5명이 제기한 소송에서 HUG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유병태 한국주택도시보증공사 사장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한국부동산원-주택도시보증공사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4.10.16. kch0523@newsis.com

이에 대해 유 사장은 "HUG도 1심에서 패소한 경우 항소는 하더라도 보증금을 지급할 수 있는 방안이 있을지 연구를 했고, 자체적으로 외부 위원이 다수인 법률리스크관리위원회를 개최했다"며 "그러나 위원들 대부분 소송들 중 1건만으로 의사결정을 거쳐 (보증금을) 지급하게 되면 다른 소송에서 승소하기가 힘들다는 의견이 많았고, 다른 소송에서 승소할 가능성 많다는 의견도 많아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상황에서 다음 재판결과가 나왔는데 승소를 했다"며 "계속 패소를 하면 법률적 판단에 따라 지급을 하려 했는데 승소를 하게되면서 저희 주장이 맞다는 법원 판결도 나오게 된 상황이어서 피해자들에게 판결 확정 전 보증 취소를 번복해드리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맹성규 국토위원장은 "HUG가 보증서를 처음 끊어 줄 때 위조 사실을 못 찾은 것인데 이게 말이 되냐"며 강하게 질타했다.

맹 위원장은 "피해자들은 HUG를 믿고 계약을 한 것이고, 실질적으로 피해를 본 이들이 있는데 국토부도 HUG도 나몰라라 하고 있다"며 "이는 전세사기 중에서도 악성 중 악성 피해사례인 것 같은데 국토부는 이 상황을 알고 있으면서 뭘 하고 있었나. 피해자 지원센터는 왜 만들었냐. HUG가 보증서를 안 끊어줬으면 피해자들도 계약을 안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여야 의원들의 강한 질타가 이어지자 유 사장은 "국토부과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태도를 바꿨다. HUG는 오는 24일 종합감사 시작 전 해당 사안에 대한 해결방안을 발표하기로 했다.

HUG의 실책에 따른 피해 사례는 또 있었다. 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HUG가 보증금 수십억 원을 미반환한 '악성 임대인'에게 채무 상환을 조건으로 보증을 신규 발급해줬고, 이에 HUG를 믿었던 9명의 세입자가 전세 사기 피해를 봤다"며 "HUG의 보증발급이 금지되는 경우에 해당하는 임대인에게 어떻게 보증이 나갈 수 있느냐"고도 비판했다. 유 사장은 이에 대해서도 "(피해 세입자들에게) 불편함을 끼친 것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유 사장은 악성 임대인들의 임대 사업자격 박탈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국민의 힘 정점식 의원의 질의에 "법령 개정이 필요한 만큼 국토부와 협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여야는 이날 HUG의 재정 건전성 문제와 방만 경영에 대해서도 질타를 이어갔다. 앞서 국토부는 HUG 자본확충을 위한 6000억 원의 출자 예산은 신청했지만 정부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전액 삭감됐다. 이에 HUG는 내년부터 전세금 반환보증 사업에 제동이 걸릴 위기에 처하자 긴급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섰다. 이에 대해 유 사장은 "전세보증 사고가 내년부터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에 내부 수입으로 이자를 부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HUG는 최근 20년간 공공주택 건설업자에게 낮은 이율로 융자된 주택도시기금 약 18조8000억원 중 약 4조4000억원이 부영그룹에 쏠린 사실과 관련해서도 이달 말 종합감사에서 실태 및 해결책을 보고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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