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없어요"…농어촌은 영어·수학 하루에 몰아 듣는다

기사등록 2024/10/16 17:15:17

교사 40%는 "올해 수업시수 늘었다"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지난 8월 오전 서울시내 한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이 등교하고 있다. 2024.08.20. kmn@newsis.com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경상북도 농어촌에 있는 A학교는 일주일에 하루는 영어, 하루는 수학 수업으로 채운다. 여러 학교를 돌며 수업을 하는 순회교사가 오는 날이기 때문이다. 순회교사는 이날 학생들이 들어야할 일주일의 수업 시수를 다 채우고 떠난다.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교원을 줄인 결과다.

교육부의 교원 정원 감축으로 현장 교사들이 업무 과중에 시달리고 있다는 실태 조사가 16일 발표됐다. 농어촌 학교의 경우 어려움이 더욱 컸다.

유·초·중·고교 교사 대부분 과반이 교육부가 제시한 평균 수업 시수를 초과해 수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교육부가 교육통계연보에 제시한 2023년 수업시수 평균을 살펴보면 유치원은 21.9시간, 초등 21.1시간, 중학교 17.2시간, 고교 16.2시간이다.

그러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조사에 따르면 유치원 교사의 절반인 49.7%가 주 20~21시간을 수업 중이다. 초등은 응답자의 58.9%가 주당 22~24시간 수업한다고 답하였으며, 중학교는 18~21시간 수업하는 교사가 69.9%, 고등학교는 주당 15~19시간 수업 교사가 79.2%로 나타났다.

작년에 비해 올해 수업시수가 늘었거(42.8%)나 그대로(45.4%)라고 답한 교사 비율은 88.2%로 응답자 대다수를 차지했다. 줄었다는 답변은 10.0%에 불과했다.

담당 교과가 늘거나, 지도 학년 수가 늘었다는 답변도 상당히 많았다. 응답자의 31.2%는 담당 교과목 수 증가했다고 답했으며, 23.5%는 담당 학년 수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다(多)교과나 다(多)학년 지도는 수업 연구 시간이나 학생 평가와 기록 등 교사 업무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지만 교육부는 현재 다교과 및 다학년 지도 여부를 통계 수치로 제공하지 않고 있다"며 "응답자 절반 이상이 다학년 및 다교과 지도를 한다는 것은 교원 정원 감축 문제의 심각성을 역설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농어촌 소규모학교의 경우 정상적 학사 운영이 어려운 수준이다.

전남의 한 A중학교의 경우 교사 6명이 배정된 상태다. 원래 8명이었던 교사 정원 2명 더 감축되면서다. 그나마도 3명은 순회교사다. 결국 남은 3명의 교사가 사실상 학교 운영 및 학생 지도 전반을 담당하고 있다.

순회교사들의 고충도 상당하다. 한 명의 교사가 2개 학년을 한 교실에서 지도하는 ‘2복식학급’은 물론, 많게는 ‘3복식학급’까지 운영되면서 45분 시간을 잘게 쪼개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교조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와 교원 정원 부족 문제 등을 바탕으로 초등학교 기초학력전담교사 미배치, 교과전담교사 부족 문제 해결, 중등 교원 부족 문제 해결 방안 마련을 촉구하는 면담을 교육부와 진행했다고 밝혔다.

전교조에 따르면 교육부는 이 자리에서 교원 정원 감축분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특히 문제가 되는 중등 교원 결원 비율을 절반 수준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정책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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