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잇단 도발에…국내 체류 외국인 "北, 아이처럼 행동하나"

기사등록 2024/10/17 06:30:00 최종수정 2024/10/17 06:56:16

오물 풍선 5개월 부양…"'또 시작이구나' 할 뿐"

동요 않는 한국인 모습에서 안도감 느끼기도

[서울=뉴시스] 합동참모본부는 15일 북한이 경의선 및 동해선 남북 연결도로를 폭파한 모습이 담긴 우리 측 CCTV 영상을 공개했다. 우리 군은 이에 대한 대응사격을 실시했다. 사진은 북한이 동해선 남북 연결도로를 폭파하는 모습. (사진=합참 제공) 2024.10.1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성하 기자, 박정빈 인턴기자 = "북한은 늘 도발해 왔으니까 이제는 무덤덤해요. 한국인 친구들도 북한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했고요. 그런데 북한은 왜 이렇게 어린아이처럼 행동하는 걸까요?" (튀르키예 국적 유학생 콜수)

16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들은 최근 북한이 남북 연결도로를 폭파하는 등 연일 대남 위협 수위를 높이는 데도 대체로 크게 동요하지 않으면서도 북한의 도발을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우리 사회가 북한 무력 도발에 익숙해지면서도 외국인도 공포감이 무뎌진 모양새다.

2022년 한국 유학을 시작한 콜수(26)는 휴전국가로서 한국을 뉴스로 자주 접해왔다. 북한의 도발 때마다 '전쟁 나는 것 아니냐'는 부모님 걱정도 이제는 '조심하라' 정도로 누그러졌다. 5개월가량 부유한 오물 풍선이 일상에 스며든 탓에 북한 행동 하나하나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정서가 확대된 것이다.

한국에서 5년을 보낸 몽골인 유학생 타난 에르덴(25)도 "북한이 여러 도발을 해왔고 최근에는 쓰레기까지 보내고 있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며 "도발을 또 한다고 해도 이제는 그저 '또 시작이구나'할 뿐 아무렇지도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북한의 오물 풍선 도발이 외신 보도로 이어진 가운데 여행으로 잠깐 한국을 방문한 이들도 침착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서울 명동 거리에서 만난 미국인 잭슨 헌터(30)는 "한국의 군사력이 강하다고 들었다. 그렇게 무섭지는 않다"며 "전쟁이 나면 미국 대사관에서 도와줄 것으로 믿는다"고 웃어보였다.

회사 일로 한국을 방문한 그는 "새벽에 대사관 경고문자를 받고는 조금 당황스러웠다"면서도 "주변의 한국인 지인들을 보면 오히려 오물풍선 같은 것을 보고는 무서움보다는 (흥미 위주로) 관심을 갖는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고 말했다. 북한의 도발이 낯설기는 하지만 아무렇지 않게 일상을 이어가는 한국인 모습에서 안도감을 느끼고 있는 셈이다.

홍콩에서 온 담도운(26)도 "도로 폭파는 아무래도 전에 없었던 행동이기에 혹시나 전쟁이 날까봐 좀 걱정을 했다. 하지만 주변 한국인 친구들도 '또 이렇네'라는 반응이었다"며 "오물풍선 사건만 봐도 처음엔 좀 무서웠지만 시간이 지나다 보니 직접적으로 내 생활에 문제를 주지 않아 이제는 지치는 느낌이 더 자주 든다"고 했다.

지난 5월부터 6000개 이상의 오물풍선을 날린 북한은 최근 '무인기(드론) 평양 침투'를 빌미로 연일 대남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북한이 남북을 육로로 잇는 경의선·동해선 도로 폭파까지 감행하고 나서며 한반도 군사적 긴장감은 고조되고 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처음 외국인들이 한국에 오면 혹여 전쟁이 나지 않을까 하며 당황하다가 막상 행동이 없으면 (외국과는)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며 "(북한의 도발이) 남북 간 서로 메시지 교환 등의 의미를 내포하는 행위라는 점을 알게 되며 여기에 익숙해지는 과정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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