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이스라엘군 레바논 병원 무차별 폭격"

기사등록 2024/10/16 09:47:21 최종수정 2024/10/16 10:46:16

이스라엘, 헤즈볼라가 이용한다며 합법적 표적 강조

유엔 당국자 "국제 인도주의 법 심각한 위반" 비난

최소 9개 병원 문닫아…레바논 의료체계 붕괴 직전

[마르자윤=AP/뉴시스] 지난 4일(현지시각) 레바논 남부 마르자윤의 한 병원 밖에 있던 트럭과 구급차가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아 불타고 있다. 레바논 병원들이 폭격을 받으면서 의료진이 희생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4.10.16.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헤즈볼라를 공격하는 이스라엘이 레바논의 병원들을 마구잡이로 공격하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이 최근 “헤즈볼라 시설”을 폭격할 것이라며 새벽에 베이루트의 성 마더 테레사 병원에 소개할 것을 요구했다. 당시 수십 명의 의료진과 환자들이 병원에 있었고 인큐베이터에서 치료중인 미성숙 아기들도 있었지만 대피에 주어진 시간은 채 20분도 못됐다.

병원에서 약 70m 떨어진 곳에 폭탄이 떨어지면서 병원도 큰 피해를 입었다.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천장이 무너지고 병원 시설 일부가 침수됐다. 다음날 병원장이 “의료진이 겁에 질렸다”면서 병원을 폐쇄했다.

성 마더 테레사 병원은 이스라엘이 집중 폭격해온 베이루트 외곽 다히야 지역에서 가깝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레바논에서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문을 닫거나 일부만 운영하는 병원만 최소 9곳이다. 폭격으로 파괴됐거나 직원들이 피신하면서 문을 닫았다고 한다. 아직 운영되는 병원들도 다른 병원 환자들이 이송되면서 침상이 부족해지고 있다.

UN 당국자들은 이스라엘의 폭격이 “무차별적”이라며 취약한 레바논의 의료 체계를 망가트리고 있다고 말한다. 레바논 보건부는 2300명 이상이 숨지고 1만 명 이상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가 병원 등 민간 시설에 숨어 있다고 비난한다. 그러나 레바논 당국자들은 부인한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 거점인 다히야 지역을 폭격해 하산 나스랄라 사무총장 등 헤즈볼라 주요 지도자들을 제거했다.

WHO는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지난 3주 동안 의료 관계자 65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유엔 인권담당자는 병원, 의원, 앰뷸런스 등이 공격당했다고 밝혔다.

민간 병원인 성 마더 테레사 병원은 지난 13일까지 피해를 복구하고 재개 준비를 마쳤으나 이스라엘이 경고도 없이 다시 주변을 폭격한 때문에 병원 재개를 미뤄야 했다.

피라스 아비아드 레바논 보건 장관은 이스라엘이 고의적으로 병원을 폭격한다고 비난했다.

임란 리자 유엔 레바논 인도주의 조정관은 “의료 및 구호 시설 공격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국제 인도주의법의 “심각한 위반”이라고 비난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주 “전적으로 군사적 필요에 따라 공격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증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헤즈볼라가 최근 앰뷸런스 등 “응급구호차량을 이용해” 전투원 이송을 늘리고 있다면서 이들이 합법적 표적이라고 주장했다. 레바논 당국자와 병원 책임자들은 이스라엘 주장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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