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 탈을 쓴 늑대"…中, 드라마로 '외국 스파이' 경계 강화

기사등록 2024/10/19 04:05:00 최종수정 2024/10/19 07:20:16
[베이징(중국)=AP/뉴시스] 2016년 4월 14일 중국 상하이의 사무실 건물에 중국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2021.11.21

[서울=뉴시스]황소정 인턴 기자 = 중국 방첩 기관인 국가안전부가 외국 스파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드라마를 자체 위챗 계정을 통해 독점 공개했다.

13일(현지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안차오슝융'(暗潮洶涌)이라는 제목의 이 드라마는 '어두운 기류가 기승을 부린다'는 뜻이다.

영어로는 '더 다크 타이드 이즈 레이징'(The Dark Tide is Raging)으로 번역된다.

국가안전부는 이 드라마가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것이 아니라고 했지만, 지난해 7월 38세의 나이에 숨진 인민해방군 AI 워게임 전문가 펑양허 대교(대령)의 사망 사건과 유사하다고 SCMP는 전했다.

중국 후난성 창사에 있는 국방기술대(NUDT) 부교수인 펑양허는 인민해방군의 워게임에 사용되는 AI 프로그램 '워 스컬'(War Skull) 1편과 2편의 개발을 주도했으며, 30여개의 국가와 지방 과학 연구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그는 창사에서 밤 비행기를 타고 베이징으로 날아와 택시를 타고 이동하던 중 트럭과 충돌해 숨졌다. 국방기술대 측은 펑양허가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던 중 목숨을 잃었다고만 밝혔다.

이 드라마에는 항공우주 물질을 연구하는 과학자가 등장한다. 과학자는 차세대 전투기의 엔진과 터빈 시스템에 사용되는 기술을 연구해 오다 누군가 고의로 고장 낸 렌터카를 몰고 공항으로 가던 중 사고를 당한다.

그의 비서 중 한 명이 연구 자료를 넘기기 위해 외국 스파이와 거래를 시도하는 장면과, 다른 과학자 세 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건도 등장한다.

남부 광둥성을 배경으로 하는 이 드라마는 외국 스파이의 수장이 홍콩에 있는 것으로 묘사한다. 중국 방첩 당국은 드라마상에서 "우리의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외국 스파이의 범죄 행위를 엄격히 단속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간 베일에 싸여있던 국가안전부는 지난해 7월 개정된 반간첩법(방첩법)이 시행된 이후 SNS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기 시작했다. 현재 국가 안보 위험에 대해 경고하기 위해 실제 스파이 활동 사례를 정기적으로 공유하고 있다.

앞서 국가안전부는 위챗 계정을 통해 민감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잘생긴 남자'나 '아름다운 여자'가 외국 세력의 간첩일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한 바 있다.

또 외국 간첩을 '양의 탈을 쓴 늑대'라며 "선한 사마리아인인 척하는 그들을 조심하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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