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청 헬기 31대 가운데 27대 '외국산'…정비 오래 걸려
해마다 500억 이상 정비비도 낭비…"국산 헬기 도입 고려"
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이달희 의원(국민의힘·비례)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기소방이 운용하는 헬기 3대의 평균 불가동 일수는 213일로 17개 소방본부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년 가운데 평균 3개월은 헬기 고장 등 정비 문제로 사실상 잠자고 있는 셈이다. 특히 정비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도 드러나 혈세를 낭비한다는 지적이다.
경기소방이 가진 소방헬기 가운데 2001년 2월 63억4000만원을 주고 도입한 러시아산 카모프헬기(경기 003호) 경우 들여옴과 동시에 외주 정비에 들어갔다. 이때 소요한 정비비는 20억3000만원이다. 수리일 수는 304일로 도입과 동시에 1년 가까이 운용하지 못했다.
이후 운행을 시작한 경기 003호는 1년이 조금 지난 2022년 5월 2억을 들여 추가 정비를 받았다. 추가 정비로 인해 213일 동안 다시 멈춰 섰다.
경기 003호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추가 정비 후 시험 비행에 나선 경기 003호는 엔진이 폭발하는 사고가 났고, 지난해 9억을 들여 다시 수리했다. 이러한 문제로 경기 003호는 지난해 단 한 번도 날아오르지 못했다.
문제가 이어진 경기 003호는 결국 올해 5월 민간회사에 10억에 매각했다. 최근 3년간 소방헬기 1대에 혈세 약 32억을 쏟아부었지만,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헐값에 넘겼다는 의미다.
이 같은 문제는 경기소방뿐만 아니다.
소방청 자료를 보면 중앙 119본부 헬기 8대는 평균 151일을 쉬었다. 또 경남본부가 112일, 제주본부가 111일, 전남본부가 107일 등 평균 100일 이상 헬기를 불가동 했다.
불가동 이유인 정비 비용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2019년 소방헬기 점검에 사용된 비용은 전국적으로 215억1000만원 수준이었으나, 2020년에는 511억원으로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653억2000만원을 정비비로 사용했다.
이 의원은 이처럼 정비로 인해 오랜 기간 헬기가 멈춘 원인으로 '외국산 헬기'를 꼽았다.
소방청이 운용하는 헬기 31대 가운데 27대가 러시아, 이탈리아, 프랑스 등에서 도입한 것인데 외국산 헬기는 부품 수급이 어려운 데다 일부 헬기는 생산 업체 인증을 받은 정비사가 수리해야 하는 어려움이 발생한다는 것.
이 의원은 "소방청이 운용하는 헬기 31대 도입 비용은 8367억인데, 연간 500억 이상 예산을 헬기 정비비로 사용하고 있어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KAI 측 주장에 따르면 KAI가 제작해 운용하는 수리온 헬기 경우 정비기간이 연평균 65일에 불과하고, 정비 비용 역시 외국산 대비 15~20% 수준으로 매우 저렴하다고 한다"며 "국산 헬기의 성능이 외국산 헬기에 비해 뒤처지지 않고 예산 절감과 가동률에도 도움이 되는 만큼, 국산 헬기 도입 확대를 적극 검토해 달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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