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확보·지배구조 개편·자진 상폐 등
주가 전망·예상 청약률 등 잘 따져 참여해야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고려아연 89만원 vs 영풍·MBK 83만원.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를 위한 고려아연과 영풍 측 경쟁이 과열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초 54만원에 불과했던 주식을 고려아연은 89만원에, 영풍과 MBK파트너스 연합은 83만원에 사겠다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건데요.
불특정 다수로부터 주식을 매입하는 '공개매수'란 주식의 가격, 수량 등 조건을 미리 제시하고 일정 기간 동안 매수하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OO주식 50만주를 1만원에 살테니 한달 안에 매도 신청하세요"라고 알리는 겁니다.
시가보다 높은 가격에 사겠다고 서로 경쟁을 벌이는 이유는 경영권 확보 때문입니다. 먼저 영풍과 MBK 연합이 공개매수를 통해 고려아연의 현 경영진인 최윤범 회장과 그 특수관계인보다 더 많은 주식을 확보해 경영권을 차지하겠다고 선포한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영풍과 MBK 연합은 주당 66만원에 지분율 최대 14.6%까지 매입하겠다고 했다가 공개매수가를 75만원으로 상향, 그리고 지난 4일 또 83만원으로 상향했습니다.
그 사이 고려아연 측도 베인캐피탈 등과 연합해 지분 지키기에 나섰습니다. 대항 공개매수를 개시, 83만원에 주식을 매입하겠다고 했다가 영풍이 가격을 맞춰 올리자 11일 89만원까지 제시한 것입니다.
11일 80만원을 뚫은 고려아연 주가는 79만4000원에 마감했습니다.
이처럼 경영권 확보 전쟁 속에서 공개매수가 이뤄질 경우엔 주가가 천정부지 뛰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9월 초와 비교하면 주가는 48% 뛰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두 기업이 제시한 가격에 근접한 수준까지 오른 건 아닌데요. 지금 들어가 팔고 나와도 단순 계산으로 9만원은 벌고 나오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경영권 싸움 속 공개매수는 변수가 많아 쉽사리 투자에 뛰어들면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공개매수에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고려아연의 경우에 해당할 가능성은 낮지만, 경영권 경쟁을 벌이던 양측이 합의하는 경우 등으로 분쟁이 종료되면 주가가 급락할 수 있습니다. 고려아연은 영풍과 잘 지내고 싶다는 메시지를 겉으로 드러내고 있긴 합니다.
또 누가 이기더라도 '승자의 저주' 등 이유로 회사 재무구조가 악화될 수 있단 우려에 주가가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어떤 이유로든 주가가 급락하게 되면 지금 공개매수가만 보고 들어간 투자자들은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공개매수는 응모한다고 모두 매도되는게 아닙니다. 공개매수자는 목표 수량만큼만 안분비례해 매수하기 때문에, 공개매수가와 시가의 괴리가 커 너무 많은 물량이 몰리면 실제 공개매수되는 비중이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고려아연 측은 지분 25%만 추가 확보할 예정이므로 투자자들은 이에 따른 청약 확률을 따져야 합니다.
남은 물량은 이미 떨어진 주가에 시장에서 장내 매도해야 하겠죠. 경영권 분쟁에 따른 공개매수 이후 고점 대비 주가가 급락하는 사례는 빈번합니다. 올해 공개매수가 진행된 현대홈쇼핑, 한솔로지스틱스, 신성통상, 한화, 한화갤러리아 모두 공개매수가보다 낮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신중론이 투자자들 사이에도 지배적이라 이번 공개매수가 인상에도 주가가 크게 들썩이지 않은 것으로도 풀이됩니다.
이 외에도 공개매수는 다양한 이유로 진행됩니다.
지주사 전환 등 기업이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공개매수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올해는 현대백화점 그룹 지주회사 현대지에프홀딩스가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계열사 현대홈쇼핑 주식을 공개매수했습니다. 한화 그룹 역시 계열사 재배치 및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한화에너지가 한화 지분을 공개매수하는 등 공개매수를 진행했습니다.
자발적 상장폐지를 위한 공개매수도 있습니다. 현재 이마트는 신세계건설 공개매수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인해 유동성 위기에 몰린 자회사를 상장폐지하고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밖에 락앤락과 커넥트웨이브 등도 상장폐지를 목적으로 공개매수를 실시했습니다.
기업이 95%의 지분율을 확보하면 상장폐지가 가능한데요. 자본금도 충분하고 회사 이익도 잘 난다면 굳이 번거롭게 상장회사로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주식을 팔지 않으면 주식을 더이상 장내에서 사고팔 수 없어집니다. 비상장 주식 거래를 해야 합니다.
M&A에 반대하는 일반주주들이 주식을 팔고 나갈 수 있게 기회를 주는 취지의 공개매수도 있습니다.
아직 국회를 통과하진 못했지만 정부가 추진하려 한 '의무 공개매수제'인데요. 상장사 지분 25% 이상을 취득해 대주주가 되려면 지분 50% 이상을 일반주주로부터 현 지배주주와 동일한 조건으로 주식을 매입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법이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투자자들은 새 지배주주 또는 경영자가 앞으로 회사를 잘 이끌어갈지 여부를 따져 공개매수에 응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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