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곤돌라 공사 방학에만 해 달라" 민원…서울시 "어렵다"

기사등록 2024/10/14 09:00:00 최종수정 2024/10/14 09:11:44

"분진·소음 발생 우려" 방학 중 공사 요구

시 "공기 조정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

[서울=뉴시스] 남산곤돌라는 캐빈 25대가 예장공원(하부 승강장)과 남산 정상부(상부 승강장) 구간을 동시 운행해 시간당 최대 1600명의 방문객을 수송한다. 2026년 초 시운전을 거친 뒤 그해 봄 정식 운행을 시작할 계획이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명동과 충무로에서 남산 정상까지 올라가는 곤돌라를 만드는 공사가 시작된 가운데, 인근 교육 시설을 고려해 방학에만 공사를 해 달라는 민원이 제기됐다. 이에 서울시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14일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시설국 토목부에는 '남산 곤돌라 공사로 인한 분진과 소음 발생이 우려되니 공사를 방학 기간에만 해 달라'는 취지의 민원이 제기됐다.

공사는 지난 8월12일부터 시작됐다. 하부승강장 예정지인 전 이회영기념관을 철거하는 공사가 현재 진행 중이다. 각종 인허가 후 다음 달부터 승강장을 짓는 본 공사가 시작될 예정이다.

공사 구간 인근에 숭의초등학교와 리라초등학교, 리라아트고등학교, 리라유치원, 숭의여대 부설유치원, 숭의여대 등이 있다. 일각에서는 곤돌라가 생기면 승객들이 이들 학교를 내려다볼 수 있어 학습권이 침해된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 같은 민원에 서울시는 공사 기간을 조정하기 어렵다는 답변을 내놨다.

시는 "남산 곤돌라 하부 승강장(예장공원)과 남산유치원은 약 100m 이격 거리가 있어 공사 중 소음 피해는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이어 "공사 중 발생되는 소음은 철저히 관리해 소음진동규제법 허용 범위 내에서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사 계획 측면에서도 방학에만 공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시는 "본 사업은 내년 11월 완료해 시운전 후 2026년 봄에 개장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어 공기가 매우 촉박한 상황"이라며 "방학 기간만 공사하는 등 공기 조정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남산 곤돌라 캐빈 조성(안). 2024.10.11. (자료=서울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남산 곤돌라 사업은 남산 케이블카 운영업체 등의 반발에도 직면해 있다.

명동역 인근에서 남산 정상으로 연결된 남산 케이블카를 운영하는 한국삭도공업은 지난 8월 남산숲지키기범시민연대, 동국대·숭의여대 학생 등과 함께 서울행정법원에 남산 곤돌라 사업 부지에 대한 서울시 도시시설 변경 결정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법률대리인은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업체 등은 남산 곤돌라가 운영될 경우 이용객 감소로 재산 피해가 발생하고 인근 학교 학습권이 침해되며, 자연 환경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서울시 안팎에서는 한국삭도공업이 60년 독점 체제가 깨질 것을 우려해 반발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긴 대기 시간, 교통 약자 관련 시설 부족 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은 채 경쟁 없이 수십 년 간 돈을 벌어온 업체가 독점 체제를 고집하려 한다는 게 서울시의 비판이다.

반대를 이겨내고 남산 곤돌라 공사가 예정대로 추진되면 2026년 봄부터는 명동과 충무로 쪽에서 남산 정상까지 곤돌라를 타고 5분 안에 올라갈 수 있다. 지정된 인원을 채워야 출발하는 케이블카와 달리 곤돌라는 캐빈 25대가 832m 구간을 계속 운행해 시간당 최대 1600명을 이송한다.

곤돌라 캐빈에는 휠체어나 유모차를 실을 수 있다. 그간 케이블카나 순환버스 등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노년층이나 아이를 동반한 부모, 장애인 등 교통 약자 등이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남산 정상에 오를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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