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씨는 남아…자민당 총선 후 관련 새 조직 출범
[서울=뉴시스] 김예진 기자 = 취임 직후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 참석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가 논란이 된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제기하지 않았다. 첫 외교무대에서 안전운전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1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전날 라오스에서 열린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에 참석하며 대면 정상 외교를 시작했다.
그러나 그가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주창한 아시아판 나토 지론은 '봉인'했다. 아세안 관련 회의, 각국 정상과의 양자 회담에서 아시아판 나토는 제기하지 않았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 9일 밤 라오스로 출발하기 전 기자들에게도 "자민당 내에서도 논의가 발전되지 않은 단계여서 그런 논의를 아세안 회의에서 이쪽이 제기할 생각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아시아판 나토에 대해 차가운 반응을 보이는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동남아시아 내에서는 아시아판 나토가 중국을 과도하게 자극할 수 있다며 경계하는 목소리가 있다.
인도네시아 영자지 자카르타포스트는 지난 5일 사설에서 "아세안은 미국, 일본을 포함한 동맹국이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선택지가 있다"고 아시아판 나토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이시바 총리는 전임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권의 외교 노선을 계승해 아세안과의 협력 강화를 촉구해 "철저하게 안전 운전했다"고 마이니치는 짚었다.
이시바 총리는 10일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일본과 아세안은 반세기에 걸쳐 신뢰 관계를 구축해왔다. 그 관계를 더욱 굳건한 것으로 하기 위한 강한 결의를 전달한다"고 강조하는 데 그쳤다.
아세안과 일본은 지난해 12월 우호 협력 5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 정상회의를 도쿄에서 열기도 했다. 이시바 총리도 지난 4일 소신표명 연설에서 아세안+3(한국·일본·중국) 정상회의 파트너인 한국과 일본도 언급했다. 한중 외교 움직임을 살펴보면 기시다 정권의 계승 모습은 더 선명하다.
이시바 총리는 기시다 전 정권이 부활시킨 ‘전략적 호혜 관계’를 꺼내들었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는 “기시다 전 총리가 윤 대통령과 사이에서 쌓은 신뢰 관계를 기초로 일한(한일) 협력을 더욱 굳건하고 광범위한 것으로 해 나가겠다”고 역설했다.
기시다 정권은 중국과의 대화화 함께 민주주의 등 가치관을 공유하는 ‘동지국’과 협력해 대중 억제를 꾀했다. 이에 이시바 총리도 10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회담했으며 11일에는 호주의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와도 회담하는 등 동지국과의 네트워크 강화에 나섰다.
다만, 아시아판 나도 구상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자민당 정조회장은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아시아 안보 자세 논의를 위한 조직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아시아판 나토를 염두에 둔 것이다.
특히 설립 시기는 이달 27일 중의원(하원) 선거 이후가 된다. 자민당은 이번 선거 공약에서도 아시아판 나토를 제외했다. 논란이 될까 피한 모습이다.
이 새 조직의 수장으로 취임할 오노데라 정조회장은 "아시아 안보 면에서 지역의 연결을 강하게 만들어갈 수 있을지 논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시아판 나토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전면적으로 인정하도록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오노데라 정조회장은 “일본으로서는 헌법 문제고 있다”며 아시아판 나토 실현을 위해서는 난제도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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