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노벨문학상에 日전문가 "나이든 남성 권위 뚫고 수상, 훌륭"

기사등록 2024/10/11 10:30:28 최종수정 2024/10/11 11:08:15

日언론들 관심있게 보도…"무라카미 수상 영광은 없어"

전문가들 "환상적, 日서도 높이 평가…수상은 당연" 찬사

[서울=뉴시스] 노벨위원회는 10일(현지시각) SNS 엑스(X, 옛 트위터) 공식 계정에 올린 글을 통해 '한강'을 한글로 적으며 이력을 소개했다. (사진=노벨위원회 엑스 계정 갈무리) 2024.10.10.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예진 기자 = 소설가 한강(54)이 202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자 일본 언론들도 앞다퉈 관련 기사를 쏟아내는 등 주목했다. 전문가들도 놀라움과 축하의 뜻을 함께 표하고 수상을 높이 평가했다.

11일 요미우리신문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전하고 한국인으로서는 처음, 아시아 여성으로서도 첫 노벨문학상이라고 소개했다.

신문은 한강의 작품이 일본에서도 많이 번역돼 출판됐다며, 그의 소설이 제주도 4·3사건을 다뤘다며 "환상적이면서도 무거운 역사에 다가섰다고 일본 국내에서도 높이 평가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일본에서도 동세대 젊은 사람들이 (한강의 책을) 읽고 있다"며 이번 수상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읽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일본 문학비평가 가와무라 미나토(川村湊)는 "한국 남성 작가가 사회적 문제를 큰 관점에서 그리는 데 반해, 한강은 4·3사건을 다룬 '작별하지 않는다' 등 작품에서 역사 속에서 살아있는 인간을 여성, 아이 관점을 통해 생활 실감, 개인적인 체험을 녹여 환상적이며 감성 풍부하게 그렸다"고 평가했다.

아사히신문은 일본에서도 한강의 팬이 많아 기쁨의 목소리가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도쿄(東京) 신주쿠(新宿) 소재 기노쿠니야(紀伊国屋) 서점에서는 10일 노벨문학상 수상 발표를 약 20여명이 모여 라이브 방송으로 지켜봤다. 한강의 수상이 결정되자 환호했다.

서점은 한강 수상에 맞춰 노벨문학상 특설 코너를 설치하기도 했다.

신문은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일본어로 번역한 김훈아 번역가의 반응도 함께 전했다. 김 번역가는 "노벨문학상을 언젠가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연령적으로 '아직일까'라고 생각했다. 놀랐다"고 밝혔다.
[런던=AP/뉴시스] 10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의 한 서점에서 2024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2024.10.11.
마이니치신문도 한강의 이번 수상이 한국인 첫, 아시아 여성 첫 수상이라고 주목했다. 한강의 이력을 자세히 전하며 2005년 이상 문학상을 수상해 아버지인 한승원과 첫 부녀 수상을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규슈(九州)한국연구센터 부(副)센터장 쓰지노 유키(辻野裕紀) 준교수는 한강의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등 "한국 부정적 역사를 정면에서 마주해 문학으로서 정교하게 엮은 형태다. 수상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강이 "시인이기도 해 매우 다재다능하다"며 "문학을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수상이 기쁘다"고 했다.

산케이신문은 한강 수상 소식을 전하며 일본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 다와다 요코(多和田葉子) 등의 수상이 기대됐으나 1994년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 이래 3명 영광은 없었다"고 전했다.

외국 문학에 정통한 도쿄대 명예교수 누마노 미쓰요시(沼野充義)는 "한국인 최초일 뿐만 아니라 아시아 여성으로서 첫 쾌거"라며 "53세라는 젊은 나이에 나이 든 '남성 권위'를 뚫어낸 수상은 매우 훌륭하다"고 높이 평가했다.

누마노 교수는 한강을 "현대 한국의 여러 측면을 적극적으로 쓰고 있는 작가"라고 했다.

일본 공영 NHK도 한강의 수상과 한국의 분위기를 구체적으로 전했다. 일본에서도 축하 목소리가 있다고 했다.

수도권 외국 문학 팬들이 10일 도쿄 시부야(渋谷)에서 모였는데 한강의 수상이 발표되자 박수가 터지고 놀라움의 목소리가 나왔다고 했다.

앞서 10일(현지시각) 스웨덴 한림원은 이날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한강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안데르스 올손 노벨문학상 심사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역사의 상처를 마주 보고 인간 삶의 취약함을 그대로 드러내는 작가의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인이 노벨상을 받는 건 2000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평화상에 이어 두 번째다.


◎공감언론 뉴시스 aci27@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