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당보멍 일하멍 쉬멍"…어촌 살린 상생의 워케이션[같이의 가치]

기사등록 2024/10/14 05:01:00 최종수정 2024/10/15 10:44:17

코로나 타격에 고령화로 어촌 경제 타격

MZ 유입·수익 창출…'워라밸' 트렌드 적중

전국 어촌서 운영…'재방문·추천의사' 높아

[서울=뉴시스]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에 위치한 '사계마을'의 공유오피스에서 워케이션 참가자들이 창 밖의 바다 풍경을 배경으로 근무를 하고 있다. 2024.10.14. (사진=어촌어항공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권안나 기자 = "일하는 공간 앞으로 형제섬이 펼쳐져 있어 바당보멍(바다보며) 일하멍(일하며) 쉬멍(쉬며) 보내다 가세요. 작년에 왔던 팀이 또 오시기도 하고, 기간도 4박, 5박으로 늘어나기도 했어요. 6월부터 9월은 금채기여서 물질이 없는데 이 기간에 '물애기(갓 태어난 아기) 해녀 체험'을 운영하고 있어요. 업무를 마치면 체험활동을 하는 분들이 많아서 삼춘(해녀)들이 좋아하세요. 저희 어촌계에 사람들이 이렇게 드나드니 활기도 생기고 손님 유입 효과가 있어서 식당, 커피숍하는 동네분들 매출에도 도움이 많이 되고 있죠." (제주도 사계마을 사무장)

 MZ(밀레니얼+Z)세대 중심의 워라밸(일·삶의 균형) 트렌드로 휴양지에서 일하며 퇴근 후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워케이션(일과 휴양의 합성어)'이 주목받고 있다. 워케이션은 인구 소멸 지역의 경기 침체를 막으려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지자체)의 정책과도 맞닿아 있다.

한국어촌어항공단을 주축으로 서울경제진흥원,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한국공항공사 등이 참여해 진행하는 '어촌체험휴양마을'의 워케이션 사업은 이런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 대표적인 사업이다.

◆인천에서 제주도까지…젊은층 유입 늘리고 부가수익 창출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전국 어촌체험휴양마을의 체험객은 2019년 150만명에서 2020년 96만명으로 뚝 떨어졌다. 관광소득도 같은 기간 254억원에서 170억원으로 급감하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팬데믹 회복 후에도 기후변화와 해외여행 증가 등 여러 요인들이 겹치면서 어촌 경제 회복은 더디게 이뤄졌다. 고령화로 지역의 활기까지 감소되자 '워케이션'은 어촌의 젊은 세대의 유입과 부가 수입을 창출할 수 있는 유인책으로 떠올랐다.

염혜진 어촌어항공단 어촌진흥실 대리는 "어촌마을은 주말 가족 단위 방문자가 많다보니 주중에는 소득이 낮은 편"이라며 "젊은 세대의 방문을 유도하고 어촌의 주중 소득을 높이기 위한 목적에서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근로자는 '바다여행 누리집' 신청 배너를 통해 최저 2만원에서 29만원 내외(3박4일 기준) 자비를 부담하고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여행자보험, 공유오피스, 숙소, 조식, 어촌체험(1회) 등이 프로그램에 포함된다.

선택지는 전국 각지의 어촌 마을로 방대한 편이다. 2022년 6개소로 시작해 현재 12개소가 운영중이다. 수도권에서 1시간 내외로 방문할 수 있는 인천 '포내마을'에서부터 제주도 천혜의 관광자원을 만끽할 수 있는 '사계마을'과 '김녕마을'까지 이용할 수 있다.

체험활동이 강점인 강원도 양양 '수산마을'과 전라남도 완도군 '북고마을'도 워케이션 사업을 운영한다. 전라북도 군산시 '방축도마을' 워케이션을 활용하면 퇴근 후 독립문바위 중심의 트레킹코스와 낚시 등의 취미를 즐길 수 있다. 전라남도 함평군 '돌머리마을'에서는 카라반 숙소 연계로 캠핑의 묘미를 경험할 수 있다.




◆'재방문·추천의사' 높아…프로그램 소득 기금 활용

참가자들의 만족도는 높다. 사업 첫 해인 2022년 6개소에 참여한 근로자 수는 225명으로, 지난해 운영된 11개소에는 450명이 방문했다. 만족도 설문조사 대상 가운데 86%의 참가자들이 긍정 반응(매우만족·만족)을 나타냈고, 74%의 참가자들은 마을 재방문 및 지인 추천 의향에 긍정 반응(매우그렇다·그렇다)을 보였다.

첫 해부터 사업을 유지하고 있는 5개 마을의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포함한 체험객수도 2021년 1만4797명에서  2022년 3만3115명, 지난해 3만7249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워케이션 프로그램에서 나온 부가 수익은 개별 어촌계 기금 등에 보태져 지역 생태계 발전에 순환된다. 가령 양양 수산마을의 경우 워케이션 사업의 수익금을 지역 인재육성 장학금과 마을 노인회 활성화 기탁금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공단이 집계한 첫 해 워케이션 프로그램 소득은 6000만원(6개소)을 올렸다. 지난해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이 합류해 워케이션 인프라 구축을 위한 농어촌상생협력기금 1억5000만원이 투입되면서 사업의 범위는 더욱 확장됐다.

기금을 통해 공유오피스 사무가구, 숙박 매트리스, 마을 내 이동을 위한 전기 자전거 등이 보급되면서 참가자 편의가 제고됐다. 이렇게 구축된 11개소를 통해 지난해에는 1억3000만원의 소득을 냈다. 올해는 한국공항공사까지 가세해 500명의 참여를 목표로 사업을 운영 중이다.

[서울=뉴시스]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에 위치한 사계마을 워케이션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해녀체험'을 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4.10.14. (사진=어촌어항공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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