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배운게 한" 대구 남구 어르신들, 문해학당서 '한글 학습' 삼매경

기사등록 2024/10/09 08:00:00 최종수정 2024/10/09 10:12:16
[대구=뉴시스] 이상제 기자 = 제578돌 한글날을 하루 앞둔 지난 8일 오후 대구시 남구 대명4동 행정복지센터에 문해학당 학생들이 한글을 배우고 있다. 2024.10.08. king@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대구=뉴시스] 이상제 기자 = "문장을 바르게 읽어 봅시다."

제578돌 한글날을 하루 앞둔 지난 8일 오후 대구시 남구 대명4동 행정복지센터. 찾아가는 문해학당 프로그램을 통해 10여명의 어르신들이 한글을 배우고 있는 곳이다.

이날 교육은 초·중급반 수업으로 진행됐다. 수업 시작 전 교실에 들어선 학생들은 교재와 함께 정성스럽게 작성한 한글이 빼곡한 받아쓰기 공책을 책상 위에 펼쳤다.

노트에 적힌 한글을 보며 지난 수업 시간에 배웠던 것을 복습하는 노인, 공책에 적혀있는 한글 모양이 맘에 들지 않았는지 지우개로 깨끗하게 지운 뒤 연필로 다시 문장을 꾹꾹 눌러쓰는 학생 등 다양한 모습으로 배움에 대한 열정을 보였다.

이윽고 수업이 시작되자 학생들은 "좋아해", "문장을 바르게 읽어 봅시다" 등 교사의 지도에 따라 느리지만 또박또박 교재에 적힌 질문과 이야기를 읽어나갔다.

간혹 모르는 글자가 있으면 주변 친구들에게 물어보며 읽기도 했다. 배운 지식을 잊지 않기 위해 필통에서 연필을 꺼내 노트에 필기하는 노인도 눈에 띄었다.

[대구=뉴시스] 이상제 기자 = 제578돌 한글날을 하루 앞둔 지난 8일 오후 대구시 남구 대명4동 행정복지센터에 문해학당 학생들이 한글을 배우고 있다. 2024.10.08. king@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공책에 또박또박 한글을 쓰던 손모(82·여)씨는 "옛날에 다 못 살던 시절이어서 공부하지 못했다"며 "결혼해서 애를 낳고 이러다 보니 공부하지 못했다. 이제 애들 다 보내놓고 늦게 한 번 해보려 한다"고 수업을 듣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교재를 읽으며 복습하던 공모(72·여)씨는 "지난해 남편을 보내기 전까지는 집에 날아온 고지서 등을 남편이 읽고 처리했는데 이젠 그러지 못하는 것이 답답하다"며 "어릴 때 배우지 못한 한도 있고 우울하기도 해서 공부해 보면 낫지 않겠나 싶어 왔다"고 했다.

수십 년간 문해학당에서 교육을 해온 고정조(63)씨는 "보통 문해학당에서 글만 배운다고 생각하지만, 생각의 폭을 넓히고 남을 배려하는 등 인생 수업도 병행해 진행한다"고 말했다.

한편, 남구 찾아가는 문해학당에서는 지역 내 저학력, 비문해 노인을 대상으로 기초 생활 능력 향상을 위해 수준별, 단계별 맞춤 교육을 하고 있다.

또한 지난 2017년 개관한 평생학습관에서는 고학년 수법을 진행하고 있으며 찾아가는 문해학당보다 많은 인원인 25명이 수업을 듣고 있다. 교육은 매주 월·수·금 주 3회 일정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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