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영풍' 칼 겨눈 금감원…누구에게 유리?

기사등록 2024/10/09 10:00:00 최종수정 2024/10/09 15:08:16

이복현, 경고 열흘 만에 정식 조사 지시

자사주 매입 관련 '고려아연 vs 영풍' 치열한 공방

"사실관계 확인 후 시장교란·시세조종 여부까지 조사"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둘러싼 시장교란 행위가 있는지 들여다보겠다고 엄포를 놓은지 약 열흘 만에 정식 조사 착수를 지시했다. 우선 금감원은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 양측의 주장이나 공시 등 모니터링해온 것들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시장교란·시세조종 등에 해당할 수 있는지 여부를 따질 예정이다.

◆시장교란부터 본다…"과거·현재 발언들 사실관계 확인"

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복현 원장은 전날 임원회의를 통해 고려아연 공개매수 과정에서 불공정거래 행위가 있었는지 조사에 착수하도록 지시했다. 이 원장은 "상대측 공개매수 방해 목적의 불공정거래 행위가 확인될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공개매수 방해 목적성 불공정거래 행위와 관련해 모니터링 또는 조사하는 사례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3월엔 카카오가 하이브의 에스엠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세조정성 주문을 넣었단 의혹이 핵심 조사 사안이었다. 하이브의 에스엠 공개매수 마지막 날 특정 계좌에서 대규모 매수가 발생하면서 에스엠이 금감원에 진정서를 넣은 것이다. 사건과 관련해 창업자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은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엔 MBK파트너스의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누군가 사전에 대량 매집하고 시세를 높게 고정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돼 금감원이 모니터링한 바 있다.

이번 사태에서 금감원이 가장 크게 경각심을 드러내고 있는 부분은 풍문, 허위사실 유포 등이다.

자본시장법 제178조 '부정거래 행위 등의 금지'는 "금융투자상품의 매매, 그 밖의 거래를 할 목적이나 그 시세의 변동을 도모할 목적으로 풍문의 유포, 위계의 사용을 해선 아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제178조의2 '시장질서 교란행위의 금지' 조항은 "풍문을 유포하거나 거짓으로 계책을 꾸미는 등으로 상장증권 또는 장내파생상품의 수급, 가격에 대해 오해를 유발하거나 가격을 왜곡할 우려가 있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 등과 관련한 풍문과 관련해 우선 시장교란성이 있는지부터 하나씩 따져가야 할 것"이라며 "시세조종은 그래프, 주가 거래 내용을 다 봐야 해 시간이 걸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그간 구두로만 경고를 했더니 양사에서 또 서로의 잘못이라고 하고 있다"며 "과거 발언이든 현재 발언이든 하나씩 사실관계를 따지고 그것이 시장교란인지 시세조종인지 등을 따져볼 것"이라고 했다.

공시 하나하나가 적법하게 이뤄졌는지도 시세와는 상관없지만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를 가릴 예정이다.

모니터링 단계에서 정식 조사로 착수한 부분에 대해선 "지금까지도 양쪽 주장, 공시 등을 모두 모니터링하고는 있었다"며 "앞으로는 정식 권한을 갖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위법에 대처하기 위해 이날부터 조사로 전환한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본격 조사…누구에게 유리할까?

그간 고려아연과 영풍·MBK 연합 측은 공개매수, 대항 공개매수, 공개매수가 올리기 등 과열 경쟁 양상을 보여왔다. 특히 수차례 입장을 내며 공격적인 여론전을 펼쳤으며 흠집내기, 비방, 반박을 반복했다.

우선 영풍 측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공개매수를 통해 자사주를 취득하는것에 대해 배임, 시세조종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영풍 측은 "경영권 분쟁으로 주가가 많이 오른 현 상황에서 공개매수가보다 비싸게 자사주를 매입하는 건 업무상 배임, 시세조종 행위가 될 수 있다"며 "대규모 자사주 매입은 최윤범 회장 개인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것. 차입금에 의존해 자사주를 대서 공개매수하는 건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또 주주총회를 거치지 않고 이사회 결의만으로 대규모 자사주 췯그 공개매수를 강행하는 것이 상법상 위배된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법원에 제기한 가처분 신청은 한차례 기각됐지만 영풍 측은 2차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측은 "영풍과 MBK의 배임 주장은 법원이 인정하지 않은 허위사실"이라며 "새로운 가처분을 제기한 것은 법원의 결정을 무시하고 잘못된 주장으로 시장 혼란을 초래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 역으로 "법원의 가처분 재판 결과가 분명하게 존재하는데도 영풍과 MBK 측이 허위 사실과 거짓 왜곡으로 마치 법적 리스크가 남아있는 것처럼 만들고 있다"며 "불안감 조성을 위해 거짓 정보를 의도적이고, 인위적으로 유포하며 자본시장 교란 행위와 시세조종 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밖에도 영풍 측은 최윤범 회장이 미국 전자폐기물 재활용업체 이그니오홀딩스를 고가에 인수했다는 배임 의혹과 최 회장의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연루설까지 주장하고 있다.

다만 이번엔 금감원이 타깃할 수 있는 조사 내용이 선명하지 않은 상황이라 시장 경고성 발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방해 목적성 시세조종 혐의를 집중 타깃해 들여다본 지난해 카카오 조사 때와 비교하면 시세조종 관련 구체적 혐의를 잡고 들여다보고 있을 가능성은 낮아 보이기 때문이다. 시세조종은 그래프, 주가 거래 내용까지 모두 확인해야 하는 일이며 한국거래소에서 매매 거래 원장을 받아 분석해야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인수합병(M&A)이 끝나든 아니든 상관없는 얘기"라며 "조사 결과로 공개매수가 사후적으로 취소될 수 있을지 여부 등도 미리 얘기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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