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더 드레서'의 세 번째 시즌이 8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국립정동극장에서 개막한다. 이 연극은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영국을 배경으로 한다. '리어왕' 공연을 앞둔 무대 뒤에서 첫 대사조차 생각나지 않는 '선생님'과 늘 그림자처럼 선생님의 일거수일투족을 책임지며 헌신을 자처하는 드레서 '노먼'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배우 송승환이 초연, 재연에 이어 삼연도 '선생님' 역을 맡는다. '노먼' 역은 오만석과 김다현이 더블 캐스팅 됐다. 선생님과 사실혼 관계에 있는 '사모님' 역은 양소민이 연기한다.
'더 드레서'의 주연 배우들을 이날 정동1928 아트센터에서 만났다. 송승환은 "나이가 들면서 노역을 할 수 있다는 게 배우로서 행복한 일"이라며 "젊은 배우가 수염을 붙이고 주름살을 그리는 것은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는데, 내가 나이가 드니 분장을 특별히 안해도 노인을 할 수 있다는 게 다행이다. 배우란 직업이 이래서 참 좋다"고 했다.
선생님은 훌륭한 배우지만 무대 뒤에선 안하무인으로 생떼를 부리는 노인이다. 여성편력이 있고 극단주로서 자린고비 같은 모습도 보인다. 선생님의 인정을 받기 위해 성실하게 보필하는 노먼 역시 때로는 질투와 몽니를 불사한다.
연극은 극중극 무대로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을 선보이는데, 후회로 점철된 인물 리어와 선생님이 비슷한 감정선을 그리며 작품의 흥미를 배가시킨다.
"리어왕은 후회가 많은 사람이잖아요. 노인들도 대개 인생을 마무리할 때 후회를 하죠. 선생님도 그렇거든요. 그런 점에서 일맥상통해요. 극중 대사에서 노먼이 '선생님, 필요한 게 뭐예요?' 묻는데 선생님은 '나에게 필요한 것은 망각 뿐이다'라고 답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후회를 잊고 싶은거죠. 초연 때는 이 대사가 느닷없다고 느껴졌는데 재연, 삼연 하며 나이가 드니 이해가 되더라고요."
9살에 아역배우로 데뷔한 송승환은 올해로 연기 구력이 59년이나 됐다. 그는 "늙는다는 걸 어떤 때는 굉장히 실감하면서도 전혀 실감하지 못하고 젊다는 착각을 하기도 한다. 좀 더 늙어야 왔다 갔다 하지 않을 것 같다"며 "젊을 때는 MC와 DJ를 하고 영화와 드라마도 찍으면서 바쁘게 공연했었는데, 최근에는 다른 일을 거의 안하고 여유롭게 연극을 하니 좋다"고 말했다.
송승환은 오만석이 연기하는 노먼을 '아버지를 잘 보살펴 주는 막내아들'이라고, 김다현에 대해서는 '섬세하고 여성적'이라고 표현했다.
김다현은 "노먼은 선생님의 발가락까지도 닦아줄 수 있는, 더 극한으로 가면 목숨까지도 바칠 수 있는 인물"이라며 "선생님이 내가 살아가는 유일한 존재이기 때문에 손 끝 하나까지 신경을 쓰는 게 느껴지도록 연기한다"고 했다.
작품은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관객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다고 배우들은 말한다.
공연은 11월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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