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청소년입니다…학생보다 열심히 살고 있는"[인터뷰]

기사등록 2024/10/09 08:00:00 최종수정 2024/10/09 12:06:17

학교 밖 청소년 단체 꿈드림청소년단 정하은 부단장

"자퇴하니 학교가 아니라 삶을 포기한 것처럼 보더라"

"어른들은 무조건 '학생'이라고 불러…얼버무리게 돼"

"학교 밖 청소년 모임 가보면 대단한 사람들 정말 많아"

"어려운 친구들 많아…장학금 등 지원 활성화 되길"

"우린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자신의 길 쭉 걸어가야"

[서울=뉴시스] 권신혁 기자 = 학교 밖 청소년 단체 '꿈드림청소년단'의 부단장 정하은(18)양. 2024.10.08. innovation@newsis.com
[서울=뉴시스]권신혁 기자 = "인생 패배자라고요? 학교 다니는 친구들보다 더 열심히 살아요."

학교 밖 청소년 정하은양(18)의 말이다. 정양은 지난해 10월 학교를 그만뒀다. 현재는 실용음악과 대학 입시를 준비 중이다.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어 대중에게 들려주겠다는 꿈이 있다.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꿈드림청소년단의 부단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뉴시스는 9일 정양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학교 밖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사회적 차별 등 어려움에 대해 들어봤다.

-학교는 왜 그만뒀나.

"학교가 해줄 수 있는 부분이 한정적이라고 생각했다. 학교에서 추구하는 학생의 모습이 저와 맞지 않는 것 같더라. 다른 학교에서는 예체능 분야 친구들을 배려해 4교시 정도 수업을 듣고 연습할 수 있게 보내주는데 저희 학교는 아예 안된다고 하더라."

-자퇴 후 일상은.

"아침 일찍 일어나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마라탕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아르바이트가 끝나면 집 근처 교회에 가서 노래 연습을 한다."

-자퇴하겠다고 하니 주변에선 어떻게 봤는가.

"부모님, 친척 등에게 말씀드렸을 때 다들 학교가 아니라 삶을 포기한 사람처럼 걱정하고 안 좋게 보더라. 학교를 그만뒀다고 하면 무조건 공부를 못한다라든지 예의가 없다는 등 부정적인 인식이 많은 것 같다."

-평소에 차별적인 말을 많이 듣는가.

"다들 덜 부지런하게, 대충 막 산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제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너 자퇴했으니까 그냥 잠만 자고 편하게 살 수 있는 거 아니냐고 말하더라. 학교 다니는 애들보다 더 열심히 산다고 자부할 수 있다(웃음)."

"또 어른들은 무조건 학생이라고 부르더라. 학생이냐고 물어보면 말을 얼버무리게 된다. 학생이 아니라 청소년인데. 또 학생증을 보여달라고 할 때도 청소년증을 보여준다."

-알바를 구하거나 일할 때 어려운 점은.

"전에 카페에서 알바를 했었는데 무시하는 투의 말을 자주 들었다. 사장님이 대학교 어디 갈 건지 물어보더라. 그래서 대답했더니 거기는 공부 잘해야 하지 않냐, 학교 그만둬서 힘들 것 같다는 식으로 말하더라. 또 당연히 부지런하지 않고 일을 잘 하지 못할 것처럼 대했다."

-사회가 학교 밖 청소년을 어떻게 인식하는 것 같나.

"세게 말하면 인생 패배자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포기한 사람, 이탈자라고. 다들 정말 열심히 사는데.

-학교를 떠난 뒤 주로 어떤 친구들과 어울리는가.

"학교 다닐 때 친하게 지낸 친구들과는 요즘 연락을 잘 안 한다. 공감대가 없다고 해야 하나. 학교 이야기를 하면 아예 모르니까. 그래서 학교 밖 청소년들이 함께 모이는 자리를 가면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 많다. 직접 작사 작곡하는 사람도 있고 저보다 뛰어나고 더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분들 보면서 비전도 갖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또 친구가 생긴 느낌이다. 그래서 최근에 열린 꿈드림 축제도 학교 밖 청소년들이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생활비는 어떻게 마련하나.

"금전적으로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다. 그래서 제가 받고 있는 레슨 비용 모두 다 제가 알바로 번 돈으로 쓴다. 저한테 들어가는 돈은 모두 제가 내고 있는 셈이다. 금전적으로 어려운 친구들이 생각보다 많다.

-청소년단 임원으로서 학교 밖 청소년들이 겪는 어려움을 어떻게 발굴하는지.

"아직까지 색안경을 낀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길 가다 보면 어디서든 차별의 현장을 볼 수 있다. 볼링장을 가도, 영화관을 가도 '학생' 요금으로 되어 있다. 굳이 발굴하려고 하지 않아도 발굴이 된다."

-실제로 개선이 된 사례가 있나.

"한 방송사에서 아나운서 대회를 열었는데 참가 자격을 학생으로만 해놨더라. 그래서 직접 전화해서 학생들만 되는건지, 그게 아니라면 청소년으로 바꿔줄 수 있는지 여쭤봤다. 그러더니 바뀌더라."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학교 밖 청소년들 중엔 가정이 금전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학교에 있다면 나라에서 후원도 받고 지원도 받을 텐데 학교 밖 청소년들은 녹록지 않다. 장학금 등 지원 제도가 활성화되면 좋겠다.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는가.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다. 그리고 모두가 걸어가는 길이 꼭 자신에게 맞는 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좌절하지 말고 일단 자신의 길을 찾아 쭉 걸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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