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1년 줄이고 조건부 휴학?…의료계 "독재국가나 할일"

기사등록 2024/10/07 10:27:33

의료계 "독재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일" 비판

현행 6년 의대교육 줄이면 부실 교육 불가피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전국의대생학부모연맹 회원들이 지난달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의학 교육 정상화 촉구'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2024.08.16. 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송종호 기자 = 정부가 수업을 거부 중인 의대생이 내년 1학기 복귀를 약속할 경우 휴학을 허용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의료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또 신규 의사 배출 중단에 대응하기 위해 현행 6년인 의대 교육 과정을 5년으로 줄이는 방안을 마련키로 한 것도 비판을 받고 있다.

7일 의료계는 정부의 '의대생 조건부 휴학 승인' 방침에 대해 반헌법적 방침이라고 밝혔다.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대한의학회·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 5개 단체는 전날 공동입장문을 내고 "헌법에 위반하는 개인의 자유, 자기결정권을 노골적으로 박탈하면서까지 유급, 제적 운운하는 것은 교육부 스스로도 이대로는 25년도 의대교육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함을 알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체주의 체제 독재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2024년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서울대의 경우 학칙에 군휴학, 육아휴학 등 규정을 두고는 있으나 이를 제외하고 휴학을 하면 안 된다는 조항은 아니다"며 "휴학 사유에 정당하거나 부당한 것은 있지 않으며, 학생의 '휴학할 자유'를 제한할 근거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년 복귀 조건 승인은) 학생의 휴학할 권리와 헌법에서 보장하는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조치이므로 교육부는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서울대의 의대생 휴학 승인을 지지한 바 있다.

노환규 전 의협회장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전날 관련 기사를 공유하면서 "아무리 좋게 봐주려고 해도, 백보를 물러서서 조금이라도 이해하려고 해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인성, 사고방식, 몰상식"이라고 비판했다.

의료계에서는 정부가 의대 교육 과정을 단축하려는 것에 대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의료공백을 막기 위한 임시 방편이 의학교육 질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강희경 서울의대 교수비대위 위원장은 "현재 본과 4년 교육도 힘들어 이 과정들이 예과로 내려가고 있는 상황인데, 5년제 시도는 의대 교육과 의료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 분명하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정부가 추구하는 것이 허울 좋은 '더 많은 의사'인지, 국민 건강을 담보할 수 있는 '실력 있는 의사'인지 먼저 밝혀라"라고 꼬집었다.

최창민 전국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의학 발전에 따라 각종 실습이 늘어나는 등 의대 교육과정에서 가르칠 내용은 갈수록 늘고 있다"며 "의대 교육기간을 줄이면 부실 교육이 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한편,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교육부 장관이라는 사람이 부실 교육에 앞장서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의대생에게만 휴학을 허용하지 않는 게 현 정부가 말하는 공정과 상식인가"라고 비판했다. 또 그는 "분명히 말하지만, 복학은커녕 내년 신입생들도 선배들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앞서 전날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의과대학 학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을 발표했다. 해당 대책은 내년에 복귀하기로 한 의대생에 한해 제한적으로 휴학을 허용하고 현재 6년인 의대 교육과정을 5년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마련해 내년 이후 적용되도록 제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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