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전의비 등 의료계 5개 단체 공동입장문
"국가가 복귀 강제할 수 없어…부실화 고착"
[서울=뉴시스]송종호 기자 = 의료계가 의대생들이 2025학년도 1학기에는 돌아온다는 약속을 할 경우에만 휴학이 가능하다는 정부의 방침에 대해 국가가 복귀를 강제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대한의학회·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 5개 단체는 6일 공동입장문을 내고 "의대 교육의 질적인 고려는 전혀 없이 학사일정만 억지로 끼워 맞춰 부실교육을 감추려는 졸속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교육부는 이날 의대생들의 휴학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다만 2025학년도 1학기에는 돌아온다는 약속을 할 경우에만 휴학이 가능하다는 조건을 달았다. 또 교육부는 의료 인력 양성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교육과정을 6년에서 5년으로 단축·탄력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정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5개 단체는 이날 "의대교육 자체가 이미 정상적이지 못한데 시일이 촉박해지니 이제 대놓고 의대교육 부실화를 고착시키려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오늘 교육부의 발표는 헌법 제31조 4항이 보장한 대학의 자율성 보장을 침해하는 것으며, 헌법 제10조에서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을 의대생에게서 무참히 뺏는 것"이라며 "자유의지로 공부하고 정부의 도움 없이 스스로 등록금내고 공부하는 학생이 자발적, 자율적 판단에서 학업을 중단했는데 교육부가 무슨 권리로 휴학 승인 여부에 개입하는가. 교육을 받을지 휴학을 할지 여부는 전적으로 학생들의 자유로운 결정에 달린 것"이라고 말했다.
5개 단체는 "헌법에 위반하는 개인의 자유, 자기결정권을 노골적으로 박탈하면서까지 유급, 제적 운운하는 것은 교육부 스스로도 이대로는 25년도 의대교육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함을 알기 때문"이라며 "전체주의 체제 독재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2024년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다"라고 했다.
이어 "정부는 무조건 의대증원을 관철시키겠다는 집착에서 벗어나, 진정 의대생들의 복귀를 원하면 일방적 정책추진에 대해 사과하고 의료계와 논의할 것을 선언하라"며 "그것만이 유일한 해법임을 더 늦기 전에 제발 인정하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5개 단체는 "의대교육을 망가뜨리고 국민건강을 내동댕이치는 교육부의 잇따른 무리수 대책에 우리는 극렬히 공분하며 정부의 선 넘은 폭거를 엄중 규탄한다"라고 밝혔다.
이날 전공의 대표도 정부의 방침을 비판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날 보도된 기사를 공유하면서 "교육부 장관이라는 사람이 부실 교육에 앞장서고 있다"면서 "의대생에게만 휴학을 허용하지 않는 게 현 정부가 말하는 공정과 상식이냐"라고 적었다.
이어 "분명히 말하지만, (의대생들의)복학은 커녕 내년 신입생들도 선배들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정부 이날 여러 대책을 내놨지만 효과는 확신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이번 대책으로 의대생들의 유효 휴학 승인이 얼마나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는가'라는 질문에 "숫자가 명확하게, 어떻게 될지는 추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대책의 목적은 "(의대생들이) 돌아올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설득을 통해 돌아오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2월부터 의대 증원 문제를 두고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 신청 및 수업거부가 7개월 동안 이어지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서울대를 제외한 9개 국립대 의대생 휴학처리 현황을 보면 2024년 휴학신청자는 총 4647명이다. 이들 중 4325명, 즉 93.1%가 휴학을 승인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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