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전선 여성 감시원들, 테러 조짐 경고 무시되고 테러 공격도 가장 먼저 당해
정보전으로 헤즈볼라 수뇌부 잇단 제거 성공한 이스라엘군의 이면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지난해 10월 7일(현지시각)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테러를 감행할 것이라는 것을 이스라엘 여군 감시원들이 수 차례 경고했으나 무시당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여성들로만 구성된 감시원들의 현장 보고를 무시한 것이 테러를 막지 못하고 피해를 키운 요인 중 하나라는 것이다.
여성 감시원들의 보고가 무시된 데는 남성중심의 이스라엘군 내부의 경직성과 여성 혐오, 인적 정보보다 감시 장비 등을 통해 수집한 정보를 더 중시한 것도 요인으로 지목됐다.
하마스와의 가자 전쟁이 1년이 됐지만 현장 감시원들의 보고를 소홀히 하는 것은 여전하다고 워싱턴 포스트(WP)가 4일 보도했다.
◆ 수개월 전부터 하마스 이상 동향 포착한 여성 감시원들
1년 전인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테러 공격 직전 가자 지구와 경계에 배치된 여군 감시원들은 하마스가 대규모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경고를 가장 먼저 한 사람들이었다.
여성 군인들로만 구성된 감시원들은 국경 지역 군대의 눈이다. 24시간 내내 여러 화면을 모니터링해 지상군을 안내하는 정찰 정보를 제공한다.
그들은 관찰하는 사람들의 일상에서 변화를 감지해서 보고하거나 위에서 보낸 경보를 조사한다.
이들 감시원들은 테러 발생 전 몇 달 동안 하마스가 군사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1주일에 여러 번, 그다음에는 하루에도 여러 번 훈련을 하고 호송대를 몰고 다니면서 팔레스타인과 하마스 깃발을 게양한 것도 탐지했다.
감시원들은 지난해 8월 민간 조사위원회에 이는 일상적인 훈련이 아니라 곧 20개 이상의 이스라엘 지역 사회를 황폐화시키기 위해 실행될 복잡한 군사 훈련이라고 말했다.
하마스와의 변경에서 1마일(1.6km) 가량 떨어진 감시 기지 ‘나할 오즈’의 현장 감시원인 로니 에셀은 공격 2주 전 어머니와의 통화에서 “그들은 곧 공격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10월 7일 테러 발생 때 살해됐다.
현장 감시원들은 큰 일이 곧 일어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들은 적들의 이름과 얼굴, 그리고 그들의 일상 리듬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여성 감시원들이 보내는 경고는 전적으로 남성인 지휘 계통에서 묵살됐다. 그들은 “전체 그림에 접근할 수 없다”는 말만 들었다. 상관들은 여성 감시원들이 올린 보고에 대해 눈에 보이는 것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2000년대 초반에 현장 감시원으로 근무했던 길리 유발은 “군대내에서 남자들은 여자들이 히스테리적이라고 여긴다. 지휘관들은 정기적으로 ‘이런 경보를 계속 보내면 감옥에 갈거야’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 나할 오즈 기지의 참상
이스라엘 남부 네게브 사막 서쪽에 있는 키부츠(집단농장) 나할 오즈 기지의 참상은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 무장 세력의 바디 카메라에 그대로 찍혔다.
기지로 밀고 들어온 하마스 무장 세력이 감시원들을 벽에 세웠다. 여전히 잠옷을 입은 채로 일부는 얼굴에 피가 묻은 채로 트럭에 태워졌다. 지난해 10월 7일 사망한 약 1200명 중 15명은 나할 오즈의 현장 감시원이었다.
다른 감시원 7명은 인질로 잡혔는데 후에 한 명은 구출되고, 한 명은 살해됐으며 5명은 여전히 포로로 잡혀 있다.
공격 이후 몇 주가 지나 나할 오즈의 감시원들이 올렸던 경고가 무시됐다는 것이 알려졌다.
◆ 뿌리깊은 여성 혐오 등 이스라엘군 부대의 경직성
WP는 7명의 현직 및 전직 현장 감시원과 그들의 부모, 전현직 이스라엘 군사 전문가 등의 인터뷰를 통해 감시원들이 어떻게 침묵하고 소외당했는지를 보도했다.
많은 현장 감시원들은 이를 부분적으로 이스라엘(IDF)에 깊이 뿌리박힌 여성혐오 때문이라고 말했다.
IDF는 남성이 의사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가자에서 현장 정보보다 기술을 우선시했다. 구조적 변화와 책임에 저항하는 상부가 무겁고 다루기 힘든 관료 조직이었다.
IDF는 현장 감시원의 경고가 무시된 이유와 성 편견 때문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언급을 거부했다고 WP는 전했다.
◆ 키수핌 기지의 감시원 쉬르비트의 증언
20세 여성 길리 쉬르비트는 이스라엘 남부 키부츠인 키수핌의 가자 국경을 따라 있는 기지에서 감시원 업무를 했다.
지난해 10월 7일 아침 그녀는 사무실에서 떨고 울면서 테러가 벌어지는 공포 상황을 보고했다. 수백 명의 하마스 무장 세력이 울타리를 넘어 습격을 감행할 때였다.
그는 “우리는 상관에게 전화해서 우리가 곧 죽을 거라고 말했지만 그들은 우리를 도와줄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들은 사무실 책상 아래에 웅크리고 있었고 반격할 무기도 없었다고 말했다.
쉬르비트는 현재 86세인 슐로모 만수르가 키수핌에 있는 그의 집에서 가자로 끌려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만수르는 이스라엘에서 가장 나이 많은 전쟁 인질이다.
◆ 인적 정보 무시
현직 및 전직 공무원들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7일 극명하게 드러난 혼란과 예측 불허는 20년 이상에 걸쳐 조성된 것이다.
현장 감시원의 업무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가자 지구에 있는 시각 및 인적 정보가 꾸준히 무시됐다.
2001년 감시원들은 군사 정보 기관인 ‘아만’의 관할에서 IDF의 전투 정보 수집 조직으로 소속이 옮겨졌다. 하는 일은 같았으나 거의 같은 시기 혼성 부대에서 전원 여성으로 구성된 부대로 전환됐다. 그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군 수뇌부는 국민들에게 기술이 철갑의 억제력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21년 완공된 가자 지구와의 국경을 따라 설치된 10억 달러(약 1조 3800억 원)짜리 울타리가 그 예다.
수백만 달러가 최첨단 시긴트(SIGINT·신호 정보) 부대에 더 투입되었지만 군인들에게 현장에서 더 멀어졌다.
그동안 가자지구 관련 전통적인 현장 정보 시스템(정보원, 현장 감시원 등)은 예산이 삭감되었다고 정보기관 신베트 전 고위 공무원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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