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용산서장 금고 3년…김광호 재판 영향은?

기사등록 2024/10/04 07:00:00 최종수정 2024/10/04 08:46:16

오는 17일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 선고

용산서장 재판부, 예견·주의의무 위반 인정

'경비기동대' 요청 엇갈리는 서장·청장 진술

법원은 "용산서 주장 허위라고 볼 수 없어"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를 받고 있는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이 지난달 2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4.09.02.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이태원 참사에 부실하게 대응한 혐의로 이임재(54) 전 용산경찰서장이 금고 3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가운데, 이번 법원 판단이 약 2주 뒤 있을 '윗선' 김광호(60) 전 서울경찰청장의 판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판부가 이태원 참사의 예방·대비·대응에 경찰의 구체적인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판단한 만큼, 경찰 각 기능의 지휘·감독 권한을 갖고 있던 김 전 청장의 혐의도 인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배성중)는 지난달 30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를 받는 이 전 서장에게 실형을 선고하며 "피고인은 사고를 충분히 예견해야 했고 인적·물적 자원을 동원해 각종 대책을 마련하고 대응조치를 취해야 했지만 안일한 인식 하에 핼러윈데이 대비에 소홀했고 이태원 참사라는 참혹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용산서가 이태원 참사를 예견할 수 있었는데도 구체적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걸 재판부가 인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용산서의 요청으로 핼러윈데이 이태원에 안전사고·치안대책 등 목적으로 과거에도 기동대를 지원해 왔고, 사고 임박 단계까지도 각 기능의 보고를 받아왔던 김 전 청장의 과실이 인정될 가능성도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창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이 전 서장의 재판에서 2010년대 중반부터 경찰이 핼러윈데이 이태원의 질서 유지 업무를 해왔고 그에 따른 이번 사고의 예견 가능성이 인정됐다"며 "김 전 청장은 권한 있는 최종 책임자로서 예상되는 인파 집중 상황에 필요한 지원 등 실효적 대책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했지만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이태원 참사 부실대응 등의 혐의로 금고 3년형을 받은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2024.09.30. ks@newsis.com

재판부가 '서울경찰청에 기동대를 요청했는데 거부당했다'는 이 전 서장의 국회 증언을 "허위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도 김 전 청장 판결에서 주목할 부분이다.

그간 이 전 서장과 김 전 청장은 혼잡경비를 담당하는 경비기동대 요청을 둘러싸고 엇갈린 증언을 해왔다. 이 전 서장은 서울경찰청에 기동대 배치를 요청했다는 입장을, 김 전 청장은 용산서가 교통기동대만 요청했고 경비기동대를 요청한 적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재판부는 지난달 30일 이 전 서장의 국회증언감정법상 위증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며 "피고인이 2022년 핼러윈데이 치안대책회의 과정에서 소속 직원들에게 경비기동대 요청이나 이에 관련된 논의를 했다는 취지의 여럿 진술이 확인된다. 피고인의 업무일지에도 기동대 배치에 대한 기재 내용이 있다"고 밝혔다.

물론 '서울경찰청에 기동대를 요청했다'는 이 전 서장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난 것은 아니지만, 김 전 청장의 주요 혐의 중 하나가 서울경찰청장이 직접 배치·지휘할 수 있는 기동대 등 치안 자원을 혼잡경비에 활용하지 않았던 것인 만큼 오는 김 전 청장의 선고에 영향을 미칠 여지가 있다.

최새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김 전 청장의 주의의무 위반 여부와 관련해 김 전 청장이 기동대 배치를 요청 받았는데 이를 기각한 것인지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이 중요하다"며 "이 전 서장의 주장이 위증이 아니라는 것은 반대로 김 전 청장의 주장이 거짓으로 드러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재판부가 이 전 서장이 "이태원에 배치된 경력의 임무를 재조정하거나 서울경찰청에 경력 지원을 요청하게 하는 등으로 소속 경찰관을 적절하게 지휘·감독해 사고 위험을 방지해야 할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한 부분은 김 전 청장에게 유리하게 해석될 수 있다. 김 전 청장의 사고 예견 가능성을 낮추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한편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권성수)는 오는 17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청장의 선고 재판을 연다. 검찰은 지난달 2일 김 전 청장에게 금고 5년을 구형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f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