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과도한 '보장한도 경쟁' 막는다…적정금액 기준 마련

기사등록 2024/10/03 12:00:00 최종수정 2024/10/03 15:24:16

금융당국, 보험업 건전경쟁 확립방안 마련·추진

형식적이던 상품위원회는 리스크 컨트롤타워로 개편

차익거래 금지기간, 배타적사용권 기간 등 확대키로

[서울=뉴시스] 박민석 기자 =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위원회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2020.04.23. mspark@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 최근 보험업계가 경쟁적으로 과도한 보장을 내세우며 보험사 건전성 저하와 불완전판매 우려가 커지자 금융당국이 적정 수준의 보장한도를 설정토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

보험사의 리스크 관리 강화를 위해 그동안 형식적으로 운영되던 상품위원회도 실효성을 높이도록 개선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6일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학계·유관기관·연구기관·보험회사·보험협회 등이 참여해 열린 제3차 보험개혁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의 '보험산업 건전경쟁 확립방안'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보험사들이 벌이는 과도한 보장 경쟁은 보험상품 판매시 보험금 지급기준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고 보장금액만 강조하는 불완전판매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보험회사의 건전성을 위협해 결과적으로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우려도 존재한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보험상품의 보장금액 한도가 합리적으로 설정될 수 있도록 실제 발생 가능한 평균비용 등을 고려하는 등 가이드라인을 마련키로 했다.

가이드라인은 보장한도 산출시 해당 위험으로 인해 실제 지출이 예상되는 치료비, 간병비 등의 평균비용을 고려하되 위로금, 교통비처럼 직접 연관성이 없는 비용은 제외할 예정이다.

미래 비용 상승률은 객관적 예측이 가능한 경우 반영하고 의료비 보장담보는 실손보험 보장분 등을 고려한다.

신고상품의 경우 상품 신고서에 보장금액 한도 산정근거를 기재토록 의무화하며 보장금액 한도 설정 심사기준도 마련한다. 자율상품은 최근 보장금액 한도 경쟁을 유발하였던 운전자보험의 변호사비용 및 교통사고처리지원금, 입·통원·간병일당, 독감보험 등의 담보에 대해 상품 기초서류에 보장한도를 기재토록 하기로 했다.

그동안 법규상 의무가 없어 형식적으로 운영되던 보험사 내부 상품위원회는 보험상품 관리 컨트롤타워가 될 수 있게 제도를 개선키로 했다. 보험사가 보험상품의 개발·판매 절차 전반을 스스로 관리·통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이를 위해 보험사 자체 상품위원회에 상품담당 임원 외에도 CRO(위험관리책임자), 준법감시인, CCO(금융소비자보호 담당 임원) 등의 참여를 의무화하고 상품기획·출시·사후관리 등 상품개발과 판매 과정의 모든 상황을 총괄토록 하기로 했다.

보험상품 개발시 계리법인의 외부검증과 관련해 검증항목별 구체적 절차와 표준양식을 마련하고 그동안 이슈가 됐던 해지율 등의 항목을 검증항목으로 신설해 검증 실효성도 높일 방침이다.

보험업계의 건전한 경쟁환경 조성과 관련해서는 선지급 방식의 과도한 수수료 및 시책 지급 등으로 인한 차익거래를 방지하기 위해 법규상 차익거래 금지기간을 현행 1년에서 보험계약 전기간으로 확대한다. 지급 수수료 외에 직접적 지원경비를 모두 포함해 차익거래를 판단할 방침이다.

또 다양한 신상품 개발을 독려하고 배타적 사용권 실효성 강화를 위해 '보험상품 배타적사용권'의 보호기간도 확대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3차 보험개혁회의에서 '보험사 내부통제 강화방안'도 논의했다.

보험산업의 경우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2018년 이후 보험업권 금융사고는 연평균 14.5건이며 피해액은 연평균 88억5000만원이다.

금융당국은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주요 업무절차를 4개 항목으로 정하고 예방 조치의 실효성 강화를 위한 지침을 제정키로 했다.

보험업권 금융사고 예방 업무절차에 따르면 고위험업무 담당 직원은 5년 연속 근무를 금지하고 금융사고 위험이 높은 거래는 복수의 인력과 부서가 참여해야 한다. 임직원의 1% 이상은 준법감시 인력으로 둬야 하며 준법감시 직원의 50% 이상은 일정 자격을 갖춘 전문인력이어야 한다.

또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과 거액 송금거래 등에 대한 자금집행 절차를 강화하는 등 투명한 자금집행 절차를 마련해야 하며 금융사고 위험이 높은 이상거래 상시감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보험사기 방지를 위한 내부통제도 강화토록 할 예정이다.

보험상품의 담보별 보장내용과 한도 등에 대해 보험사기 영향도 평가를 실시해 상품위원회에서 그 적정성을 심의토록 하고 계약자의 담보별 보장한도 설정·심사시에는 기존 계약의 보장금액 한도를 합산해 과도한 보장한도 설정을 방지한다.

또 고액 사망보험금을 노린 사망사건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보험사기 목적의 보험가입 방지를 위해 운영 중인 보험사기 예방 모범규준의 주요 내용을 법제화하기로 했다. 소득 대비 납입보험료의 적정성 등을 사망담보 한도 설정에 반영하고 중복·과다 보험가입건의 경우 특별 인수심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3차 보험개혁회의에서 논의한 보험산업 건전경쟁 확립방안과 내부통제 강화방안이 빠르게 효과를 낼 수 있게 관련 법규개정을 신속하게 추진할 방침이다.

김 부위원장은 "건전경쟁 확립과 내부통제 강화를 통해 보험사의 금융사고와 불건전 경쟁을 미연에 방지하고 보험사가 장기적으로 소비자를 위한 상품으로 경쟁하며 소비자가 보장이 필요한 부분만큼 적정한 보험료를 지급하는 여건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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