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심위, 명품백 준 최재영 기소 권고 불수용…첫 사례
지휘부 교체에 비공개 조사…검찰 안팎 갈등 표출도
[서울=뉴시스]최서진 기자 =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을 수사해 온 검찰이 갖은 논란 끝에 고발 9개월 만에 수사를 마무리했다. 전담 수사팀을 꾸렸던 검찰은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판단과 달리 관련 인원 전원을 불기소했다. 검찰이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백을 준 최재영 목사를 기소하라는 수심위 권고를 수용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은 2일 사건 피고발인인 윤석열 대통령과 김 여사, 최재영 목사, 백은종 서울의소리 대표, 이명수 기자 등 5명을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고 밝혔다.
해당 의혹을 보도한 서울의소리가 김 여사를 고발한 지 9개월, 이원석 당시 검찰총장이 전담 수사팀 구성을 지시해 수사에 착수한 지 4개월여 만이다.
김 여사 수사는 최 목사의 불법촬영 부터, 검찰 간부 인사와 조사 과정, 사건 처분에 이르기까지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최 목사는 김 여사를 접견하는 자리에서 명품을 주면서 여러 부탁을 하는 장면을 몰래 카메라로 촬영했다. 이 내용이 한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김 여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가 도마에 올랐다.
이원석 전 검찰총장이 명품백 사건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지시하면서 수사가 본궤도에 올랐다.
하지만 명품백 수사가 김 여사 대면 조사로 향하자 수사를 담당하는 검사들을 모두 교체해 논란이 일었다. 법무부는 지난 5월 대검검사급(고검장·검사장) 검사 39명에 대한 승진·전보 인사를 단행했다. 김 여사 수사를 진두지휘하던 중앙지검 1·4차장이 모두 교체되면서 대통령실과 이원석 당시 검찰총장 간의 갈등설이 흘러나왔다.
이에 이 전 총장은 대검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7초 침묵'으로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어 서울중앙지검이 지난 7월20일 김 여사를 비공개 소환 조사하면서 '검찰 내부' 충돌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전 총장은 "대통령 부인 조사 과정에서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국민들과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며 "국민들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 전 총장은 대검 감찰부에 김 여사 조사 관련 진상 파악 지시를 내렸고, 이창수 지검장은 이를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수사팀 부부장검사는 사직 의사를 밝혔다가 이 전 총장의 만류로 철회했다.
김 여사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 과정에서 최 목사 측이 참석하지 않아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지난 6일 열린 김 여사 수심위에선 '사건 관계인'인 전담수사팀과 김 여사 측만 참석해 의견을 진술했다. 이들은 모두 청탁금지법 등 혐의를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취지의 논리를 폈다. 수심위는 '직무관련성이 있다'는 최 목사 측의 의견을 듣지 못한 상태에서 김 여사 불기소 권고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최 목사의 혐의를 인정한 수심위 권고를 뒤집고 '불기소' 처분했단 점에서 수사 결론도 아쉬움을 남겼다. 공직자 배우자 처벌 규정이 없는 청탁금지법을 보완해야 한단 목소리가 나온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은 공직자 등의 배우자가 직무와 관련해 1회 100만원, 연간 300만원 초과 금품(금지 금품)을 받거나 요구하면 안 된다고 규정한다. 다만 이를 어겼을 경우 공여자만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도록 돼 있다.
공직자인 윤 대통령이 누구에게 신고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석도 엇갈린다. 공직자는 배우자가 직무 관련 금품을 받은 것을 알았을 때 소속기관장에게 '지체없이' 서면으로 신고하고 금품을 돌려줘야 한다. 그런데 소속기관장 혹은 감독기관이 대통령 본인이 될 수 있단 점에서 '셀프 신고'가 될 수 있단 지적도 나온다.
이에 야당은 공직자 배우자도 직무 관련 금품을 받으면 처벌할 수 있는 청탁금지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한편 검찰은 "본건 가방은 김건희와의 우호적 관계 유지 내지 접견 기회를 만들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고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하여' 제공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청탁금지법 위반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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