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日총리 "양자관계, 미국처럼 한국도 중요…나라 다르면 국익도 다르다"

기사등록 2024/10/02 11:16:46 최종수정 2024/10/02 13:30:19

전날 밤 취임 후 기자회견…韓, 美 등 관계 중요성 언급

[도쿄=AP/뉴시스]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지난 1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가지고 발언하고 있다. 2024.10.02.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한국과의 양자 관계에 대한 중요성을 언급하면서도 나라가 다르면 국익도 다르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2일 일본 총리실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전날 밤 총리관저에서 가진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기시다 정권이 정상외교를 통해 미국과 한국 등과의 양자관계를 강화해 왔는데, 이시바 총리의 정상외교 방식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양자 관계라는 것은 미국과는 지극히 중요하다. 그건 한국과도 그러하다"고 답했다.

또 "호주와도 그렇고,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국가들과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시바 총리는 "저는 미국도 그러하고 한국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정상외교를 할 때 이 회담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하는 것이 명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신뢰관계를 높이고 우호를 돈독히 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무엇을 위해 이 회담을 할 것인가 하는 것이 미리 설정돼 있고, 각각 나라가 다르면 국익도 다르므로, 각각이 국익을 바탕으로 어떻게 진지한 논의를 하여 어떤 성과를 얻을 것인가, 무엇을 위해 그 회담을 할 것인가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시바 총리는 또 11월 미 대선을 거론하면서 "다른 나라의 대통령 선거에 대해 저희가 말씀드릴 것은 아니지만, 어떤 형태로든, 즉 현재로서는 전혀 예단할 수 없기 때문에, 어느 쪽과도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은 만들어 두지 않으면 안 된다"고 언급했다.

이시바 총리가 한일 관계에 유연한 '비둘기파' 정치인으로 분류되지만, 일각에서는 일본 중심의 국익 우선 방침을 피력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시바 총리는 자민당 총재선거 출마자 중 비교적 한일 협력을 중시하는 후보로 꼽혔다.

그는 지난달 6일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대해 "기본적으로 지금 (한국) 정권과의 신뢰 관계는 계승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반도 역사 책을 열심히 읽고 공부하고 있다"며 "나라의 일을 모르고 일한(한) 관계를 가볍게 논하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시바 총리는 한일 역사 문제에 대해 우익과는 결이 다른 발언을 하기도 했다.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그는 2019년 10월 5일 도쿠시마(徳島) 시내에서 한 강연에서 "왜 한국이 반일일까. 만일 일본이 다른 나라에 점령 돼 (창씨개명 정책으로) '오늘부터 너는 스미스다'라고 들으면 어떻게 생각할까"라며 한일 관계는 역사적 배경을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한일 관계가 나빠져서는 좋을 게 하나도 없다"며 한일 협력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시바 총리는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国)신사에 대해서도 '일왕이 참배할 환경이 갖춰지지 않는 한'이라는 조건을 달았지만, 일단 참배 하지 않을 의향을 밝혔다.

2019년 8월 23일에는 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결정과 관련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올려 과거사를 인정하고 사죄한 독일까지 언급하며 일본 정부의 비판했다.

그는 "일한(한일) 관계는 문제 해결 전망이 서지 않는 상태에 빠졌다"며 "우리나라가 (세계 2차대전) 패전 후 전쟁 책임과 정면에서 마주하지 않아 왔던 게 많은 문제의 근저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나치 독일 전쟁 범죄를 심판한) 뉘른베르크 재판과 별도로 자신들의 손으로 전쟁책임을 명백하게 한 독일과의 차이를 인식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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