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팜 “글로벌 수준 보여줘”
[서울=뉴시스]황재희 기자 = 형질전환 돼지의 심장을 이식받은 영장류가 217일까지 생존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3일 생명공학기업 옵티팜에 따르면, 돼지 심장을 이식받은 영장류가 217일까지 생존하고 사망했다. 이는 국내 최장기 기록으로, 2017년 농촌진흥청이 세운 60일의 3배 이상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앞서 옵티팜이 보유한 이종심장 영장류 이식 기록도 2014년 달성한 46일이었다.
옵티팜 관계자는 “이번 기록은 세계적인 이종이식 기업과도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술 수준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옵티팜과 건국대학교병원, 안전성평가연구소(KIT)로 구성된 국내 연구진은 지난 2월 6개의 유전자가 변형된 돼지의 심장을 영장류에게 이식했다. 이종 심장을 이식받은 영장류는 지난 5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생존 기간 100일을 돌파했으며, 지난 8월 이종이식 비임상 연구에서 남다른 의미로 여겨지는 180일도 돌파했다.
고형 장기에 대한 임상 가이드라인이 아직 명확히 제시되진 않았으나, 이종 췌도에 적용된 기준을 준용해 보면, 180일의 경우 임상 진입 가능성을 확인하는 최소 생존 일수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돼지 심장을 이식한 영장류가 180일 이상 생존한 데이터를 확보한 나라는 미국 외에 한국이 최초다. 이종 세포나 조직 대비 신장, 심장, 간 등 고형 장기는 면역거부반응이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해 이를 컨트롤 하는 것이 그만큼 어려워서다.
지난해 옵티팜이 진행한 이종신장(Kidney) 이식 영장류도 221일 생존하며, 국내 최고 기록을 세운 바 있다. 당시 사용된 형질전환 돼지는 5개의 유전자의 변형이 있었다.
이번 돼지심장 이식 영장류 수술에서는 6개의 유전자(4개의 돼지 유전자를 빼고 2개의 사람 유전자를 삽입)가 변형된 형질전환 돼지가 쓰였다.
옵티팜 관계자는 “이번 연구에 사용된 돼지는 가장 진보적인 타입의 형질전환 돼지였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유전자 형질전환 개수가 어느 정도, 일정수준 이상은 올라가야 생존율도 높아진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옵티팜은 내년 미국 이종장기 수술에서 사용한 일명 ‘텐진’(Ten Gene, 10개의 유전자가 변형된 형질전환 돼지) 타입을 생산해 추가 연구에 돌입할 예정이다.
한편 이종장기 이식은 종이 다른 동물의 장기나 조직 등을 이식하는 것을 뜻하며, 궁극적으로 사람에게 이식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개발 중에 있다. 이종이식 시 발생할 수 있는 면역거부반응이나 이종 간 감염병 전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종이식에 쓰이는 동물의 유전자를 변형하는 형질전환 과정을 거치거나 면역억제제 등을 이용한다.
이종이식의 가장 큰 걸림돌은 면역 거부반응이다. 우리 몸의 면역세포는 비정상세포를 공격하도록 설계됐다. 때문에 면역 거부반응을 없애기 위해 과학자들은 돼지 유전자를 제거하고 인간 유전자를 주입하는 등 거부반응을 제거하기 위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2016년 개코 원숭이 5마리를 대상으로 한 이종심장 실험에서 평균 290일, 최장 945일 생존 기록을 달성했다. 또 미국에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접근 확대(동정적 사용) 조항을 적용해 2022년 1월과 2023년 9월 만성심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2번의 이종 심장 이식 수술을 실시, 각각 2달과 6주 생존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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