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사 건립 추진됐는데…갈등만 반복[고양시청사 이전 문제②]

기사등록 2024/10/03 06:01:00 최종수정 2024/10/03 07:46:16

시의회 갈등 겪은 민선7기, 주교동 신청사 건립지 결정

민선8기 계획 철회되고 백석동 업무빌딩 이전 추진

시의회 "주교동 이전 원안 추진하라" 반발 또다시 갈등

4년 가까이 찬·반 대립에 시간만 허비

[고양=뉴시스] 고양시 백석동 업무빌딩 전경.(사진=고양시 제공).photo@newsis.com
[고양=뉴시스] 송주현 기자 = 경기 고양시가 노후된 건물 안전과 비좁은 청사문제 해결 등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청사 이전 사업이 수년간 시의회와 갈등을 겪으며 제자리걸음만 반복되고 있다.

특히 민선7기 당시 시의회와 진통끝에 신청사 건립지 선정이 이뤄지고 추진돼 왔는데 이 계획은 민선8기에서 철회되고 새로운 대안이 제시되면서 또다시 시의회와 2년째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3일 고양시에 따르면 시는 민선 7기 더불어민주당 이재준 전 고양시장 시절인 지난 2020년 신청사 건립지를 현 청사 인근인 덕양구 주교동 '주교 1공영주차장 일대'로 결정하고 신청사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청사 이전지를 두고 '대곡역세권' 이전을 주장해온 고양시의회가 "동의할 수 없다"며 반대에 나서 심각한 갈등이 벌어졌다.

고양시의회 22명 의원들은 성명을 내고 "고양시민의 갈등을 조장하는 새 청사 입지 발표를 즉각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의원들은 "신청사 입지 결정에 동의할 수 없고 앞으로 신청사 관련 입법, 예산, 행정에 관한 모든 부분에 있어 어떠한 것에도 동의하지 않겠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반면 시는 "주민 설문 결과 시민들은 지역 균형 발전에 적합하고 저예산·고효율의 실용적인 공공청사를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입지선정위원회가 시민들의 선호 사항이 반영된 신청사 후보지 중 시의 균형발전과 토지비 등 부대비용이 비교적 적게 드는 주교 제1공영주차장에 높은 점수를 줬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또 유력 후보지였던 대곡역 일원은 "교통 접근성 등 유리한 측면이 있지만 2011년부터 추진됐던 개발사업이 2019년 5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 타당성조사 결과 기준치보다 낮게 나오면서 선정이 힘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시의회의 반대 등을 겪으면서도 당시 시는 신청사를 2023년 착공해 2025년까지 준공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추진했다.

특히 국제설계 공모를 통해 신청사 건축 계획을 구체화하면서 기대가 모아졌다.

그러나 이 계획은 민선8기 국민의힘 이동환 고양시장이 취임하면서 철회되고 새로운 청사 이전 계획이 세워졌다.

이 시장은 지난해 1월 시청사를 기부채납 받은 일산동구 백석동 업무빌딩으로 이전하고 현 원당청사는 제2청사로 활용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백석동 업무빌딩은 요진그룹이 백석역 와이시티 등을 개발해 얻은 이익을 공공에 환원하기 위해 고양시에 기부채납한 건물로 시는 기부채납 소송을 치른 끝에 지난해 11월 최종 판결을 확정받아 백석동 업무빌딩을 확보했다. 

백석동 업무빌딩은 지하 4층, 지상 20층, 13층으로 구성된 트윈타워 형식의 건물이다.

[고양=뉴시스] 송주현 기자 = 경기 고양시 덕양구청에서 시청사 이전 반대를 주장하는 덕양구 주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3.02.03 atia@newsis.com
연면적 6만6189㎡, 지상 면적 4만4403㎡규모로 처음부터 사무용 업무빌딩으로 설계돼 시청사로 사용하기에는 충분하다.

시청 부서 업무공간, 민원실, 강당, 구내식당, 주민커뮤니티센터 등을 구성하고 시의회 본회의장, 의원실 등 시의회를 위한 공간 조성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지하 1층~지하 4층은 주차장으로 총 541대를 수용할 수 있는 점도 큰 장점이다.

이 시장은 백석동 업무빌딩은 이미 갖춰진 건물에 최소한의 시설공사만 거치면 짧은 시간 안에 시청사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2020년 수립된 기존 주교동 시청사 신축 계획은 당초 사업비 2950억원을 예상했지만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실제로는 약 4200억원이 필요하고 건축공사기간도 2~3년 소요되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반면 백석동 업무빌딩으로 이전하면 내부 공사와 이사 비용 등에 599억원, 공사기간은 약 6개월 정도면 시청사 이전을 마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인프라 건설비 폭등, 세수 감소로 재정 악화 이중고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또다시 시의회와 갈등을 겪고 있다.

민선7기 대곡역세권 이전을 내세워 청사 이전 반대 입장을 내세웠던 시의회가 이번에는 주교동 신청사 건립 원안 추진을 내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시의회 더불어민주당 등 반대 입장 의원들은 "이 시장이 청사 위치를 조례로 정하도록 한 지방자치법을 무시한 채 청사 이전을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시민 의견 역시 무시한 행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고양시청 덕양존치 추진위원회 등 덕양구 일대 시민들도 원안 추진 요구 대규모 집회 등을 개최하는 등 단체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결국 시청사 건립 사업은 찬·반 대립에만 4년 가까이 허비하고 여전히 제자리다.

고양시 관계자는 "법리 해석을 두고 시의회와 법정까지 가고 갈등만 이어지면서 시민들과 직원들 모두 기대를 모았던 청사 이전 사업은 여전히 한 걸음도 나아가질 못했다"며 "매번 이유를 바꿔가며 찬반 대립을 할 것이 아니라 하루빨리 시와 시의회가 청사 이전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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