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조선株 된서리…왜?

기사등록 2024/09/30 13:41:42

슈퍼사이클 조선업계,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

中 대규모 부양책에 조선株 일제히 '급락'

판가 인상에 따른 실적 우려↑…증권가 "영향 제한적"

[서울=뉴시스]HD현대마린솔루션의 선박 엔진 최적화 기술이 적용될 3800CEU급 자동차운반선 넵튠 PHOS호. (사진=HD현대마린솔루션) 2024.03.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배요한 기자 =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을 힘입어 지난달까지만 해도 주가가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는 등 승승장구하던 조선주들의 기세가 한 풀 꺾인 모습이다. 최근 중국 조선소들이 글로벌 선박 수주를 싹쓸이한 가운데 중 정부의 대규모 부양책으로 원자재 가격이 들썩이자 수익성 하락 우려가 확대된 영향이다.

전문가들은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원가 부담은 선박가격(신조선가)에 전가가 가능해 조선사들의 마진 훼손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7일 HD한국조선해양은 14만500원(7.29%) 급락한 18만45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같은날 다른 조선주인 HD현대중공업(-6.66%), 삼성중공업(-6.26%), 한화오션(-4.53%)도 일제히 하락세를 기록했다.

조선주들의 주가 급락은 최근 발표된 중국 내 부양책 영향이 부정적으로 작용한 탓이다. 지난 27일 중국 인민은행은 은행 지급준비율(RRR·지준율)을 0.5%포인트 내리고, 금융시장에 장기 유동성 1조 위안(약 189조원)을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정책금리 역할을 하는 7일물 역환매 조건부채권(역레포) 금리도 1.7%에서 1.5%로 0.2%p 내리고, 경기 둔화의 주요인으로 지목된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낮추기로 했다.

중국이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대규모 부양책을 발표하자 조선사 수익성에 영향을 미치는 철광석과 구리 등 원자재 가격은 급등했다. 이 영향으로 지난 20일  t당 9395달러였던 구리 가격은 27일 9860달러를 기록해 1주일 사이 4.94% 뛰었고, 연중 최저점(t당 91달러)까지 하락했던 철광석 가격도 3.29% 급등했다. 

중국의 부양책이 원자재 가격을 자극하면서 국내 조선사들은 후판 가격 상승에 따른 실적 불확실성이 확대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 조선주에 대한 밸류에이션을 2026년말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 남은 2년6개월 동안 후판 가격 상승과 실적 훼손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증권가는 현재 조선 업계가 상승 사이클에 놓여있어 후판 가격이 인상되더라도, 이를 선가에 반영해 상쇄가 가능하다고 짚었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과거 하락 사이클의 경우 후판 가격 상승 기간 동안 조선사의 가격 협상력이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그대로 반영할 수밖에 없었다"면서도 "현재 조선 3사는 현재는 공급 제한을 걸어놓고 선가를 높여 받고 있다. 백로그도 약 3년치 이상으로 가득 차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판매자 우위시장(Seller’s Market) 형성에 따라 조선사의 가격 협상력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선업 상승 사이클 구간에서 건조마진 훼손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지난주 조선주 하락 폭은 과도했으며, 조선주에 대한 비중 확대 의견을 유지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주요 경쟁 업체인 중국 조선사들의 위상이 달라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중국 조선사들은 올해 발주된 70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이상 컨테이너선 191척 중 177척(92.7%)의 계약을 따내면서 '싹쓸이' 수주에 성공했다. 국내 조선 3사가 3년치 일감을 미리 확보하며 2008년 이후 최대 수주잔고를 기록하고 있지만, 중국 조선사들도 저가 수주와 품질, 납기 문제를 개선하며 압도적인 수주력를 바탕으로 국내 조선사들을 추격하는 형국이다.

변용진 IM증권 연구원은 "홍해 사태로 급등한 운임 덕택에 증가한 컨테이너선 발주의 수혜를 한국이 받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상황은 기대와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현재 발주를 주도하고 있는 상위권 선사들(MSC·Maersk·CMA-CGM 등)은 과거 국내 조선소의 단골 고객이었지만, 이제는 중국으로 먼저 향하고 있다"며 "8000TEU 이상 대형선 기준, MSC의 현존 선대(현재 운항중인 선박)의 건조 국가는 한국 43.2%, 중국 18.0%지만, 발주 잔고기준 건조 예정 국가는 한국 6.3%, 중국 87.4%로 바뀔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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