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2년 만, 기초자치단체장·경찰서장 선고
인파 밀집-대규모 참사 발생 예상 가능했나
핼러윈데이 축제 '무대책', 안전 책임 기관은?
[서울=뉴시스]임철휘 이태성 기자 =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기소된 박희영(63) 서울 용산구청장과 이임재(54)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에 대한 1심 선고가 오는 30일 내려진다. 2022년 10월29일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약 2년 만이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배성중)는 30일 오후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를 받는 박 구청장과 이 전 서장에 대한 선고를 각각 진행한다. 이 전 서장에 대한 선고는 오후 2시에, 박 구청장에 대한 선고는 오후 3시30분에 열린다.
참사 발생 702일 만에 이뤄지는 참사 당시 이태원을 관할에 둔 기초자치단체 총괄 책임자와 치안 책임자에 대한 선고다.
박 구청장은 참사 당일 대규모 인파로 인한 사상 사고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는데도 안전관리계획을 세우지 않고, 상시 재난안전상황실을 적정히 운영하지 않은 혐의 등으로 지난해 1월 기소됐다.
이 전 서장 역시 참사 당일 대규모 인파로 인한 사상 사고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는데도 사고 방지 대책을 세우지 않고, 경비 기동대 배치와 도로 통제 등 조치를 제때 하지 않아 인명 피해를 키운 혐의로 지난해 1월 재판에 넘겨졌다.
◆'인파 밀집'과 '사고' 모두 예상할 수 있었나
재판부는 박 구청장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판단을 위해 크게 두 부분에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는 예견 가능성이다. 용산구청이 참사 당일 '인파 밀집'과, 그로 인한 '사고'를 예견할 수 있었느냐는 것이다.
검찰은 용산구청이 인파 밀집과 사고 발생 모두 '명백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참사 당일은 2022년 중순 코로나19 방역조치가 해제된 뒤 처음으로 열린 핼러윈 축제였다. 이태원 세계문화음식거리는 2010년대 중반부터 핼러윈 축제의 대표적 장소로 자리매김해왔다.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해제된 뒤 열린 첫 핼러윈 축제였던 만큼 2022년 핼러윈 축제에는 2020년과 2021년보다 훨씬 많은 인파가 이태원에 몰릴 거라는 걸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는 게 검찰 시각이다.
이런 사고 예견 가능성은 참사가 가까워질수록 짙어졌다고 검찰은 주장한다.
특히 참사 2주 전 용산구청 후원으로 열린 이태원지구촌축제에는 축제 기간 동안 모두 100만명이 몰렸는데, 당시 축제를 위해서 구청 직원 1078명이 동원됐다.
당시 안전관리요원으로만 구청 직원 150명을 포함해 모두 362명이 투입됐다. 이태원의 지리적 특성과 시기, 인파 밀집도에 대한 용산구청의 인식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검찰 공소장을 보면, 용산구청은 '2022년 이태원지구촌축제 평가 및 여론동향 보고'에서 잘된 점으로 '단 1건의 안전사고도 없었음'을 꼽기도 했다.
더욱이 사고가 발생한 골목의 폭이 최대 3.5m에 불과했던 점과 경사는 최대 11도로 비교적 가팔랐던 점, 골목 바닥재의 마찰이 적었던 점은 동선이 얽히거나 넘어지면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리라는 예상을 가능케 한 부분이라고 검찰은 지적하고 있다.
반면 박 구청장 측은 인파 밀집이 곧 대규모 인명 피해가 될 거라고 예측할 수 없었다고 맞서고 있다.
박 구청장 측 변호인은 지난 7월15일 결심공판에서 예견 가능성에 대한 검찰의 주장을 일일이 언급하며 "이를 통해선 대규모 인파 사고를 예견하지 못한다"며 "다중인파운집 압사 사고라는 전례가 없었고 그런 징후가 포착된 것도 없었다. 사고가 임박해서는 피해자들도 사고를 예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특히 2020년과 2021년 용산경찰서와 용산소방서, 이태원역, 상인회 등과 민관합동회의를 열고 대책을 수립한 것과 관련해서는 "안전사고 대비가 아닌 방역이 중심"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참사 발생 직전인 당일 오후 6시40분에 전달 받은 해밀턴호텔 뒷편 사진과 오후 7시57분에 전달받은 이태원 거리 사진 등을 보더라도 사고 임박 가능성을 알 수 없었다고도 했다.
◆핼러윈 '무대책' 용산구…용산구에 안전대책 의무 있나?
재판부가 주목할 또 다른 쟁점은 설령 용산구청이 '인파 밀집'과 이로 인한 인명 피해를 예상했다고 하더라도, 용산구청에 실질적인 사고를 예방할 의무와 구체적인 권한이 있었느냐는 것이다.
검찰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과 용산구청 자치 법규를 근거로 용산구청이 재난 관리의 책임 기관이라고 지적한다.
재난안전법 4조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재난이나 각종 사고를 예방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또 용산구 자치 법규인 '서울시 용산구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 조례'는 "구청장은 재난을 사전 방지하기 위해 재난이 발생할 위험이 높거나 재난 예방을 위해 계속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시설 및 지역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태원 참사에서 '필요한 조치'란 인파 관리 대책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검찰에 따르면 용산구청은 안전관리계획과 상시 재난안전상황실 등을 적절히 운영하지 않았다.
반면 박 구청장 측은 '인파 대책을 세울 의무 자체가 용산구청에 없었다'고 항변하고 있다.
재난안전법에서 규정하는 사회적 재난에 이태원 참사와 같은 '다중운집인파사고'가 포함돼 있지 않았기에 법상 재난 예방·대응·복구의 대상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사고의 직접적 원인이 된 '인파 유입'과 '군중 밀집'을 막을 책임과 권한은 경찰에만 있다는 주장도 고수하고 있다.
박 구청장의 변호인은 결심공판에서 "사고 장소에 인파 유입이 차단됐다면 사고가 안 났을 것이다. 유입이 되더라도 밀집이 안 됐으면 사고가 안 났을 것"이라며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직접적 조치는 '인파 유입 차단'과 '밀집 군중 해산'"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사고를 막기 위해 인파 유입을 막고 밀집된 인파를 해산시킬 수 있는 권한이 있어야 하지만, 용산구청은 이런 것들을 할 수 있는 수권 규정이 없다"며 "적극 행정을 취하지 않은 행정기관이나 공무원에 대해 형사 책임까지 물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인파집중 보고 받았지만, 사고는 예상 못 했다"
이 전 서장의 재판 역시 최대 쟁점은 사고가 발생한 당시 해당 지역의 인파 집중으로 인한 사고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었느냐다. 그간 진행된 여러 차례 공판에서도 이 부분을 둘러싼 검찰과 피고인 측의 공방이 이어져 왔다.
먼저 검찰은 당시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되고 처음으로 맞는 핼러윈 데이였던 만큼, 이태원 지역에 대규모 인파 집중으로 인한 인명 사고의 위험성이 명백히 예상됐다는 입장이다.
경찰도 대규모 인파 밀집은 예상하고 있었다. 실제 법정에서 검찰이 제시한 증거에 따르면 2022년 10월 용산서 정보과에는 '다수의 인파가 예상된다'는 보고가 있었고, 상급 기관인 서울경찰청에서 열린 화상회의에서는 '촘촘한 사전대책을 마련하라'는 취지의 지시가 마포·용산·강남서에 내려졌다.
반면 이 전 서장 측은 사고는 늘 예상하지 못한 시간과 장소에서 일어난다는 논리와 함께, 사고를 예상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사고의 과실이 있다고 섣불리 단정 지어선 안 된다는 반론을 펴고 있다.
이 전 서장 측 변호인은 지난 결심공판에서 "사전 대책 수립 단계에서 이 전 서장이 핼러윈을 대비해 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구체적인 주의 의무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이 전 서장을 비롯한 경찰관 모두가 사전에 사고 발생의 가능성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사고 당시 무전 청취 '관건'…늑장대응이 피해 키웠나
다음으로 사고가 임박한 시기, 이 전 서장이 현장 상황을 인식했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대처를 하지 않았는가 여부 역시 주요 쟁점 중 하나다.
검찰은 이 전 서장이 무전을 통해 현장 상황을 수신했으나 정확한 상황 보고나 기동대 동원 등 조치를 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고 보고 있다. 특히 참사가 발생한 시점 관용차 안에서 '깔렸다' '압사' 등의 내용을 무전으로 들었음에도 이 전 서장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서장은 사고 당일 삼각지역 일대의 집회 현장 관리를 하고 집회가 종료된 오후 8시30분께부터 무전 장비가 완비된 관용차에서 용산서와 서울청에서 사용하는 무전기 4대의 무전 내용을 청취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무전에서는 이날 오후 9시10분을 시작으로 사건 장소 일대에 인파가 집중돼 관리가 되지 않는다는 내용이 반복적으로 송출됐고 오후 10시20분부터는 비명까지 들려왔다.
만일 이 전 서장이 무전을 제대로 청취하고 있었다면 사고가 발생했음을 제때 인식할 수 있었고, 대처를 통해 피해 규모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게 검찰 주장이다.
이 전 서장은 오후 10시36분 처음으로 무전에 등장해 지시를 내렸으며 오후 11시5분께 이태원파출소에 도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전 서장 측은 이와 관련해 당시 삼각지 집회에 있던 상황에서 주변의 소음으로 무전 수신이 어려워 제대로 보고받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반박했다.
이 전 서장 측 변호인은 지난 공판에선 "당시 코드제로를 접수한 112 상황실 직원이 해당 내용을 보고하지 않았다"며 "다른 직원으로부터는 특이사항이 없다는 보고를 받았던 점 등을 보면 다른 현장에 있던 이 전 서장이 제대로 보고받지 못한 것을 알 수 있다"고 변론했다.
또한 이 전 서장은 사고 이후 오후 11시16분께 경비기동대 배치를 지시하고, 오후 11시31분께 김광호 당시 서울경찰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보고를 시도했는데, 검찰은 이러한 늑장 대응이 긴급구조와 구조 지원을 위한 인력 투입을 현저히 지연시켰다고 보고 있다.
반면 이 전 서장 측은 경비기동대 투입과 관련해서는 당시 현장에서 다중인파 관리가 적절하게 이뤄졌다고 보여지고, 특이한 보고가 없어 기동대를 배치할 근거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보고를 제대로 받지 못해 적절한 대처가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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