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시도 의심' 신고이후…"관심 계속주면 재시도 줄어"

기사등록 2024/09/29 11:01:00 최종수정 2024/09/29 11:31:03

"자살시도자 2번 이상 신고 사례 크게 줄어"

"사후관리 후 자살 관련 추정 사망 3배 감소"

"관련 법령 조속히 개정해 사후관리 강화를"

[서울=뉴시스] 자살 시도자에 대한 사후 관리가 이전보다 강화되면서 청소년 등의 자살 재시도율이 감소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래픽= 뉴시스DB) 2024.09.2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자살 시도자에 대한 사후 관리가 이전보다 강화되면서 청소년 등의 자살 재시도율이 감소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29일 SNS 자살예방감시단에 따르면 감시단이 2021년 1월1일부터 2024년 9월27일까지 자살 시도자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한 건수는 총 1만6000건이다. 특히 전체 신고 건수를 분석한 결과 자살 시도자의 약 80%는 청소년이었고, 자살 위험 신고가 이뤄진 후 관리가 강화돼 자살 재시도율이 크게 낮아졌다고 체감하고 있다.

유규진 SNS 자살예방감시단 단장은 "과거 SNS를 통해 발견한 자살 시도자를 경찰에 신고한 이후에도 자살 시도가 이어져 2~3번 신고했지만, 요즘에는 한 번 신고한 자살 시도자를 2번 이상 신고한 사례가 크게 줄었다"면서 "한 번 신고했던 자살 시도자를 재차 신고하는 사례가 10건 중 1건이 될까 말까 한다"고 말했다.

SNS 자살예방감시단은 트위터·인스타그램·페이스북 등 온라인 모니터링을 통해 자살 시도자를 발견해 관련 게시글이나 영상과 연결되는 온라인 접속 링크, 신고 이유, 참고사항 등을 경찰에 전달하고 있다. 청소년 자살 시도자들은 부모가 자살 징후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우울증을 제때 치료받지 못한 경우가 많다.

유 단장은 "최근 경찰이 자살 시도자의 정보를 관할 자살예방센터(정신건강복지센터)에 제공하고 자살 유발 온라인 게시글 삭제에 속도를 내는 등 사후 관리를 강화하면서 청소년들의 자살 재시도율이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 자살 위험도가 높다고 평가받은 사람의 약 3분의2가 사례 관리 서비스를 받은 후 자살 위험도가 낮아졌다는 정책 연구 결과도 있다.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송경준 교수가 2015년 6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진행한 '응급실 기반 자살 시도자 사후관리 사업 성과 지표 개발 및 적용' 정책 연구 평가 결과서에 따르면 자살 관련 생각·계획·준비가 있었던 사람의 약 2분의1이 사례 관리 서비스를 받은 뒤 호전됐다.

특히 사례 관리 서비스를 받은 사람들은 서비스에 동의하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전체 사망자 수가 약 3배 적었다. 송 교수는 "자살과 관련됐을 것으로 추정하는 사망은 약 3배, 손상과 관련됐을 것으로 추정하는 사망과 정신과적 응급상황과 관련됐을 것으로 추정하는 사망은 각각 약 2.5배 적었다"고 보고했다.

전국 시·도 중 경기도는 자살 시도자 사후관리 모범 사례로 꼽히고 있다. 경기도는 자살 위험 신고가 접수되면 경찰과 소방이 유기적인 공조를 통해 자살 시도자를 자살예방센터, 병원과 연계해 자살률을 낮추고 있다. 경기도의 2022년 자살률(10만 명당 자살자 수)은 23.1명으로, 자살률이 최고치였던 지난 2011년(30.5명)과 비교해 24.2% 감소했다.

유 단장은 "자살 시도자 조기 발견을 통해 안타깝게 생을 마감하는 이들을 줄일 수 있는 만큼 주위 사람들은 자살 시도자의 자살 징후를 조기에 발견해 자살예방기관 등 전문가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강승걸 교수(인천시자살예방센터장)와 인천시자살예방센터가 국내 청소년 222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자살 유발 요인 분석 연구 결과 청소년 중 어렵고 힘들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지지 체계가 없다고 호소한 고위험군 비율이 19.6%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 시도자에 대한 사후 관리를 더욱 강화해 자살 예방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관련 법령 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기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이사는 "개인정보보호 및 현행 자살예방법상 모든 (자살 시도자)사례 관리를 위해 사전에 본인으로부터 동의를 받는 것이 필수"라면서 "(자살 시도자가) 동의하지 않을 경우 고위험자 발굴에도 불구하고 개입을 중단해야 하는 문제점이 있어 조속한 법령 개정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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