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 만찬, 의정 갈등 등 현안 논의는 없어
독대도 안하고, 한 대표는 별다른 발언도 안해
만찬 이후 윤·한 갈등 증폭 우려 오히려 커져
한동훈, '현안 논의 자리 마련해달라' 요청
대통령실 "논의 후 수용 여부 결정할 것"
[서울=뉴시스] 이재우 하지현 한재혁 한은진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24일 회동에서 핵심 현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한 대표가 요청한 "현안 논의 자리"가 다시 마련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독대가 무산되면서 윤·한 갈등이 다시 증폭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한 대표가 사실상 독대를 재요청한 것인데 윤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일지가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전날 오후 6시30분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으로 한 대표와 당 지도부 구성원들을 초청해 만찬 회동을 했다. 1시간 30분간 진행된 만찬은 당정간 화합을 다지는 자리였고, 식사 이후에는 10분 가량 산책도 함께 했다.
윤 대통령은 식사를 시작하면서 "우리 한 대표가 고기를 좋아해서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준비했다"고 환영사를 했다. 윤 대통령은 체코 공식 방문과 원전 생태계 등을 주로 언급하면서 대화를 주도했다. 한 대표는 별다른 발언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의정 갈등 해소를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와 김건희 여사 관련 논란 등 주요현안은 만찬에서 언급되지 않았다. 당정이 당장 풀어야 할 현안은 논의도 하지 않은 것이다.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을 위해 2025년 의대 정원 증원 문제도 협의체 의제로 열어두자는 한 대표와 2025년 증원 문제는 의제로 삼을 수 없다는 정부 측 입장을 조율할 계기도 못 만든 것이다.
만찬에 참석한 한 국민의힘 당직자는 "중요한 시기에 현안에 대한 논의를 못하고 밥만 먹고 온다는 게 참 (국민께) 송구스러운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한 최고위원은 "별다른 대화 자체가 없었다"고 했다.
한 참석자는 "의미 있는 얘기가 없었기 때문에 한 대표가 만찬이 끝날 때쯤에 홍철호 정무수석에게 '조속한 시일 내에 현안을 논의할 자리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한 것"이라고 전했다. 핵심 현안에 대해 조율할 자리를 다시 갖자는 것이다.
홍 수석은 한 대표의 요청에 즉답은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홍 수석이 바로 즉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대통령실이 긍정적인 답변을 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당연하다"고 했다.
대통령실이 한 대표의 독대 재요청을 수용해 윤·한 회동 자리를 다시 만들지는 두고봐야 한다. 전날 만찬에 앞서 대통령실은 한 대표 측이 독대 요청을 언론에 사전 노출시켰다는 이유 등을 들어 독대 요청을 거부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대통령실이 흔쾌히 독대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제 요청을 받았으니 내부 논의를 해본 뒤 수용 여부를 결정할 일"이라고 했다.
다만 의정 갈등 사태 해결을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이 지연되면서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기때문에 어떠한 형태로든 양측간 소통이 이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당정간 이견이 있긴 하지만 이를 조율하기 위해서라도 윤·한 회동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여권 내에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윤 대통령이 조만간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해 국회로 다시 돌아갈 김건희 특검법과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재의결 문제 등에 대해서도 당정간 소통이 필요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이번 회동에서 한 대표가 요청한 독대가 불발되면서 윤·한 갈등이 다시 증폭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이런 여러 상황을 감안할때 윤 대통령이 공개든 비공개든 한 대표와 현안 논의를 위해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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