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분수정원서 90분 식사 후 산책
의정갈등 등 주요 현안 언급은 거의 없어
윤 "우리 한대표 좋아하는 소·돼지고기 준비"
"체코, 우리와 함께하려 해…대안 원전뿐"
"국감 곧 시작, 여소야대서 고생많으시다"
한 "대통령 감기 기운 있는데 찬 음료 괜챦나"
윤 "뜨거운 것보다 차가운 음료 좋아해"
윤·한, 추경호 원내대표와 10여분 산책
[서울=뉴시스] 김승민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등 당 지도부는 24일 약 90분간 만찬 회동을 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추경호 원내대표와 함께 만찬 말미에 약 10분간 같이 산책을 했지만 독대는 이뤄지지 않았다. 의정갈등 문제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언급도 거의 없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30분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으로 한 대표와 당 지도부를 초청해 만찬 회동을 했다. 만찬은 약 1시간30분 가량 진행됐고, 식사를 마친 뒤 참석자들은 짧은 산책을 이어갔다.
윤 대통령은 "우리 한 대표가 고기를 좋아해서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준비했다"는 환영사로 식사를 시작했다. 식탁에는 소·돼지고기를 비롯한 한식, 음주를 하지 않는 한 대표를 고려한 오미자차가 올랐다.
윤 대통령은 국회 여야관계와 국정감사, 체코 방문 성과와 원전 생태계 등에 관해 당 지도부와 대화를 나눴다.
윤 대통령은 "세계적으로 원전 시장이 엄청 커지면서 체코가 우리와 함께 하고 싶어한다"며 야권 일각의 비판에 대해 "2기에 24조원을 덤핑이라고 비판하는데,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AI(인공지능) 반도체 등으로 전기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어 대안이 원전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인요한 최고위원이 "지난 정부 때 망가진 원전 생태계가 회복이 안 될 줄 알았다"며 원전 생태계 복원 성과를 평가하자 윤 대통령은 "우리 기업도 함께 참여하는 현지화를 통해 상대국의 원전 생태계와도 협력해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또 10월 국정감사를 앞둔 당에 "이제 곧 국감이 시작되나요. 여소야대 상황에서 고생이 많습니다"라고 격려를 전했다. 각 최고위원에게 "상임위가 어디시냐"라고 묻기도 했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 발언 중간중간 관심 있는 사안에 대해 언급하거나 질문을 하기도 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대통령실 출입기자단 만찬 때 고기를 구웠던 일화를 언급하고 "원래 바베큐를 직접 구우려고 했었다"며 "그날 (계란말이가) 잘 안되더라"라고 말해 좌중에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식사 막바지에 참석자들에게 커피를 권하며 "우리 한 대표는 뭐 드실래요"라고 물었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이 '아이스 라떼'를 주문하자 "대통령님, 감기 기운이 있으신데 차가운 것 드셔도 괜찮나"라고 물었다. 윤 대통령은 "뜨거운 것보다는 차가운 음료를 좋아한다"며 웃음을 지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회동을 마치면서 "초선의원들과는 식사를 했는데 다음에는 재선, 3선 의원들과도 자리를 마련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독대는 불발…한, 정무수석에 "대통령과 자리 잡아달라" 재요청
한편 이날 만찬의 최대 관심사였던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독대는 이뤄지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전날 "독대는 별도로 협의할 사안이고, 내일(24일) 꼭 해야만 성사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만찬은 윤 대통령 등 대통령실 측 13명, 한 대표 등 국민의힘 측 14명으로 총 27명이 둘러앉은 대규모 회동으로 진행됐다. 만찬에서 의료개혁 등 현안에 대한 논의는 따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번 공식 만찬인 7월24일에도 별도의 독대는 없었으나,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6일 뒤인 7월30일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만 배석한 3인 비공개 회동을 90여분간 진행한 바 있다.
한 대표는 회동 뒤 홍철호 정무수석에게 "대통령과 현안을 논의할 자리를 잡아달라"고 요청했다. 사실상 독대를 다시 요청한 것이다.
윤 대통령과 참석자들은 분수공원에서 '국민을 위하여'라는 구호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뒤 어린이야구장 등을 10여분간 산책했다.
윤 대통령은 기념사진 촬영 후 참석자들에게 공원을 소개시켜주겠다고 즉석에서 산책을 제안했다. 분수공원에서 어린이야구장까지 한동훈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와 나란히 거닐며 10여분 동안 산책을 하고 담소를 나눴다.
윤 대통령은 "용산에 오니까 주변 환경이 좋고 어린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여야간 축구 경기는 어디서 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날 당에서는 한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 장동혁·김재원·인요한·김민전·진종오·김종혁 최고위원, 김상훈 정책위의장, 서범수 사무총장,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 곽규택·한지아 수석대변인, 정희용 원내대표비서실장이 참석했다. 박정하 당대표비서실장과 신동욱 원내수석대변인은 국회 일정으로 불참했다.
대통령실에서는 정진석 비서실장,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성태윤 정책실장과 정무·홍보·민정·시민사회·경제·사회·과학기술·저출생대응수석 등 '3실장 8수석' 전원, 정혜전 대변인이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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