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 한번에 47억"…초고가 신약 '헴제닉스' 한국 상륙

기사등록 2024/09/23 13:28:29 최종수정 2024/09/23 15:49:03

B형 혈우병 유전자치료제…보험급여 관건

[서울=뉴시스] B형 혈우병 치료제 '헴제닉스' (사진=CSL베링 홈페이지) 2024.09.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황재희 기자 = 유전자치료제 초고가 약물인 ‘헴제닉스’(성분명 에트라나코진데자파르보벡)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 허가를 받았다. 이 약은 47억원(원화 350만 달러)에 달하는 초고가 치료제인 만큼 국내에서 어떻게 쓰일지 주목된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식약처는 씨에스엘(CSL)베링코리아가 수입하는 희귀의약품인 헴제닉스를 허가했다.

헴제닉스는 혈액응고 제9인자에 대한 억제인자가 없는 성인의 중증에 가까운 중등증 및 중증 B형 혈우병(선천성 혈액응고 제9인자 결핍) 치료에 사용하는 제품이다.

혈우병은 선천적으로 혈액응고인자 결핍으로 인해 발병하는 출혈성 희귀질환으로, 간에서 주로 만들어지는 혈액 응고에 관여하는 인자 중 제8인자 결핍의 경우 혈우병 A타입, 혈액응고 제9인자 결핍의 경우 혈우병 B타입으로 분류된다. 헴제닉스는 혈액응고 제9인자를 암호화하는 DNA 서열을 간세포에 도입해 간세포에서 혈액응고 제9인자를 생산하도록 한다.

중증 또는 중등도 중증 B형 혈우병 남성 54명을 바탕으로 CSL베링이 진행한 임상 3상인‘HOPE-B’ 결과, 헴제닉스 치료 후 3년이 지난 시점에서 94%의 환자가 치료가 필요 없는 상태를 지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치료제는 환자가 일주일 또는 한 달 주기로 혈액응고인자를 정맥으로 주입해야 하지만 헴제닉스는 한 번만 주사 투여하면 장기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어 ‘원샷 치료제’로 불린다. 이에 B형 혈우병 환자들에게 희소식으로 다가왔으나, 워낙 고가여서 접근성 문제가 있어왔다.

업계 관계자는 “초고가 약인만큼 보험급여가 아닌 이상 사용하긴 어려울 것 같다”며 “보험급여 적용 시 환자·보험재정 등을 고려한 경제성 평가가 진행되는 만큼 해외사례와 비교하며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상 매주 맞아야 하는 기존의 혈우병 치료제 가격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효과가 확실하고 더 경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면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해볼만 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국내에서의 B형 혈우병 환자 규모는 450여명 내외로 추산돼 다른 희귀질환자보다 많은 만큼 건강보험 재정 부담 우려도 제기된다.
 
CSL 내부 통계에 따르면, 혈우병 환자는 B형 혈우병 치료를 위해 평생 2000만 달러(약 267억원)의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현재 프랑스와 덴마크, 영국 등 유럽 국가에서는 헴제닉스를 급여(일부 포함) 형태로 지원하고 있다.

한편 헴제닉스는 출시 당시 가장 비싼 초고가약으로 등장했으나, 지난 5월 영국제약사 오차드 테라퓨틱스(Orchard Therapeutics)가 소아 희귀질환 치료제 ‘렌멜디’(Lenmeldy)를 가장 비싼 가격인 425만 달러(한화 약 57억원)에 판매하겠다고 밝히며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약이 됐다.

글로벌제약사 화이자도 B형 혈우병 유전자 치료제 ‘베크베즈’(피다나코진 엘라파보벡)를 헴제닉스와 같은 가격인 350만 달러로 책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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