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지지 1위 40代 고이즈미, 여론 반영시 결선엔 '빨간불'[日총리선거 D-4]

기사등록 2024/09/23 11:58:45 최종수정 2024/09/23 14:16:32

고이즈미, 의원 조사서 368표 중 50표대 획득 1위

당원·당우표에서는 이시바·다카이치가 더 앞서

[도쿄=AP/뉴시스]일본의 전 환경상이자 일본 집권 여당인 자민당 총재선거 후보인 고이즈미 신지로가 지난 13일 도쿄 당 본부에서 열린 합동 기자회견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4.09.23.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일본 차기 총리를 결정하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가 나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최근 지지율 하락 기미를 보이는 고이즈미 신지로(43) 전 환경상이 당내 의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가장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만큼 1차 투표에서 당원·당우표를 합산하는 경우 결선투표에 진출하지 못할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23일 지지(時事)통신에 따르면 자민당 소속 국회의원 368명을 대상으로 이들의 막판 지지 동향을 자체 조사한 결과, 고이즈미 전 환경상이 50명 이상으로 가장 앞섰다. 다카이치 사나에(63) 경제안보담당상과 이시바 시게루(67) 전 간사장이 각각 30명 안팎을 지지 세력을 형성했다. 지지통신은 구체적인 숫자를 발표하지는 않았으나 의원 투표에서는 고이즈미, 다카이치, 이시바 순으로 3강 구도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9명의 후보 진영이나 지방조직의 간부에 대한 취재를 바탕으로 분석한 당원·당우(의원을 후원하는 정치 단체 회원)표는 다카이치, 고이즈미, 이시바가 각각 우세했다.

통신은 "의원표와 합쳐 3강 구도가 뚜렷해지고 있다"며 "다만 모두 과반에 못 미쳐 상위 2명의 결선투표가 될 공산이 크다"고 짚었다.

총재 선거는 의원표 368표와 같은 수의 당원·당우표 합계 736표로 치러진다. 이번 조사는 22일까지 각 의원의 의향을 직접 청취하는 등의 방식으로 실시됐다. 통신에 따르면 약 60명의 의원은 태도를 밝히지 않고 있어 각 진영이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고이즈미 전 환경상에 대한 지지는 무(無)파벌이 절반을 넘고 파벌 해산을 표명한 아베파, 니카이파 뿐만 아니라 이미 파벌이 해산된 기시다파 등 일부도 포섭하고 있지만, 정권 운영의 수완을 불안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어 내년 여름에 재선을 앞둔 참의원(상원) 의원의 지지는 소수라고 통신은 전했다.

당 내 의원들의 지지는 고바야시 다카유키(49) 전 경제안보담당상과 하야시 요시마사(63) 관방장관이 40명대로 고이즈미 전 환경상의 뒤를 이었다. 고바야시 전 경제안보상은 아베, 니카이 두 파가 60%를 차지했고, 하야시 관방장관은 좌장을 맡고 있던 기시다파를 대체로 통합해 지지를 받고 있다.

모테기 도시미쓰(68) 간사장은 파벌 해산을 표명한 모테기파를 중심으로 30명 정도 확보했고.

지지 의원별 과거 파벌 구성은 다카이치 경제안보상은 아베파, 이시바 전 간사장은 무파벌이 각각 절반을 넘는다. 고노 다로(61) 디지털상은 30명 남짓의 대부분이 아소파이고, 가미카와 요코(71) 외무상과 가토 가쓰노부(68) 전 관방장관은 입후보 요건인 추천인 20명을 충족했지만 계속 지지 기반을 확대하는 것이 과제다.

자민당은 총재 선거에서 국회의원표와 당원 표를 똑같이 산정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자민당 국회의원 368명에게 각 1표씩 부여된다. 당원·당우표를 합산해 비례 배분하는 각 도도부현(都道府県·광역지방자치단체)의 지방표도 같은 수의 368표가 된다. 따라서 1차 투표는 총 736표로 치러진다.

[도쿄=AP/뉴시스]일본 자민당 총재선거 출마후보인 (사진 왼쪽부터)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상,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상,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 가미카와 요코 외무상, 가토 가쓰노부 전 관방장관, 고노 다로 디지털상,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 모테기 도시미쓰 간사장이 14일 도쿄 일본기자클럽에서 열린 토론회에 앞서 무대에 함께 서 있다. 2024.09.23.
만약 1차에서 과반수를 차지한 후보가 없을 경우 득표수 상위 2명이 결선 투표를 치른다. 결선투표는 의원표 368표와 광역자치단체 1표씩의 47표를 합친 총 415표로 치러진다. 각 도도부현 표는 결선투표에 남은 2명 중 1차 당원·당우표가 많은 후보에게 가산된다.

통신은 "결선투표는 당원·당우표가 각 도도부현당 1표씩인 47표가 되기 때문에 368표를 유지하는 의원표의 비중이 높아진다. 앞으로 이를 바라보는 진영간 힘겨루기가 활발해질 것"이라며 '아소 다로 부총재와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 등 중진들의 동향도 초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고이즈미 전 환경상이 40대 초반의 청년 주자로서 당 내 쇄신을 바라는 의원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고 있지만, 여론조사에서는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 민영방송 니혼테레비가 지난 20~21일 전국 유권자 가운데 자민당 당원·당우라고 답한 1007명에게 총재 선거에서 누구에게 투표할 것인지 전화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시바 전 간사장이 약 31%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이 28%로 뒤를 이었다.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14%로 두 사람을 뒤쫓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모르겠다'는 응답은 6%였다.

이 결과를 당원·당우표로 환산하면 368표 중, 이시바 전 간사장이 121표 정도를 획득하고, 다카이치 경제안보상은 110표 정도,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54표 정도 얻게 된다.

한편 같은 368표가 할당되는 국회의원 표의 동향을 조사한 결과, 고이즈미 전 환경상이 50표대 중반, 이시바 전 간사장은 40표 미만, 다카이치 경제안보상은 30표를 넘는 표를 획득하는 판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지후보를 밝히지 않은 태도 불명의 의원은 45명 정도였다.

당원·당우표와 국회의원표를 합산하면, 1차 투표에서는 이시바 전 간사장이 전체의 약 22%인 160표 정도를 획득해 1위가 된다. 2위의 다카이치 경제안보상은 140표를 넘을 전망이고,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110표 미만을 기록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1차 투표의 당원·당우 표가 결선투표에서 의원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시바 전 간사장이나 다카이치 경제안보상이 당원·당우 득표에서 고이즈미 전 환경상을 큰 표 차로 앞설 경우 결선 투표에서 의원들이 여론을 의식해 고이즈미 대신 다른 후보에게 투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니혼테레비는 "이들 3명이 4위 이하를 크게 앞서고 있는 반면 누구도 과반수에 도달하지 못할 전망이어서 이 중 2명이 결선투표를 치를 것이 거의 확실한 상황"이라며 "다만 국회의원이든 당원, 당우든 아직 태도를 결정하지 않은 사람이 있는 등 정세는 바뀔 가능성도 남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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