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만 회동…한, 윤에 독대 요청
대통령실 "상황 보겠다"는 입장
의정 갈등·김건희 특검 등 현안 산적
'내년도 의대 증원 조정' 의제 등에 이견
독대 이뤄지면 허심탄회한 대화 가능할 듯
[서울=뉴시스]하지현 최영서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오는 24일 만찬을 할 예정인 가운데 두 사람의 독대가 성사될지 주목된다. 의대 증원 문제로 대통령실과 한 대표가 이견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2개월 만에 성사된 이번 만남을 통해 양측이 해결책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 당 지도부 만찬 직전 윤 대통령과의 독대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야의정 협의체 등 산적한 현안에 대해 자유롭게 의논하자는 취지인데, 대통령실에서 이같은 한 대표의 제안에 화답할지 주목된다.
23일 여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24일 한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를 용산으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 한다. 당초 지난달 30일 예정됐던 만찬은 한 대표의 '2026학년도 의대 증원 유예' 제안으로 당정이 엇박자를 내면서 연기됐다.
두 사람이 마주 앉게 되는 이번 만찬 회동에서 가장 주목되는 건 의대 증원 등 의료 개혁과 관련한 당정 간 논의다. 한 대표는 의료 공백 해소를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을 위해 내년도 의대 증원 문제 등 모든 안건을 열어두고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한지아 수석대변인은 전날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의료계에서는 (내년도 의대 증원 조정) 부분도 논의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협의체에서 논의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반면 정부는 내년도 의대 증원을 여야의정 협의체 의제로 올리는 것 자체에 선을 긋고 있다. 이미 2025학년도 수시모집 등 대입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의대 정원 조정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또 한 대표가 이번 만찬에서 김건희 여사 문제에 대해 언급할지도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이르면 24일 국무회의에서 야당이 강행 처리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야당의 특검법 강행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아닌 본회의 불참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는데, 김 여사에 대한 부정 여론을 의식한 판단이라는 해석도 일각에서 나왔다.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에 대한 당내 이탈표 우려에 '단일대오'를 강조하기도 했다.
한 친한(친한동훈)계 인사는 최근 김 여사의 공개 행보 재개 등과 관련 "대통령이 한 개인의 뒤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국민의 뒤에 있는 사람이 아닌가"라며 "김 여사가 정무적으로 다니시면 안 된다는 것이 일반 국민의 여론"이라고 주장했다.
한 대표의 독대 요청은 이같이 민감한 사안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기 위한 취지로 풀이된다. 그는 지난 20일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사건과 관련해 "분명한 건 부적절한 처신이었고 사과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민심을 더 따르고, 더 반응하지 않으면 최저 지지율을 기록한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더 이상 기회가 없을 것이라는 추석 민심을 확인했다"고도 했다.
반면 친윤(친윤석열)계는 이러한 지적에 불편한 기색이다. 대표적 친윤계로 꼽히는 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한 대표를 겨냥해 "대통령과 독대 요청을 단독 기사로 내는 것 자체가 얼마나 신뢰를 못 받고 있는지 온 동네 광고하는 부끄러운 일"이라며 "저렇게 얄팍하게 언론 플레이로 자기 정치하는 사람은 정말 처음 본다"고 비난했다.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을 지낸 강승규 의원은 지난 20일 '김태현의 정치쇼' 라디오에서 "일부 여당 지도자들이 (김 여사의 행보가) 현 정부에 부담이 된다며 자꾸 폄훼하려 하거나 영부인 활동 영역 가이드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까지 한다"며 "(영부인의) 민생·소통 행보는 대통령 국정의 보완재"라고 반박했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독대가 자연스럽게 이뤄진다면 허심탄회한 대화로 현안에 대한 해법을 찾는데 뿐 아니라 두 사람간 쌓인 감정을 풀어가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한 대표의 독대 요청에 대통령실은 일단 "상황을 보겠다"고 했다. 한 친한계 의원은 한 대표의 독대 요청과 관련, 뉴시스에 "만찬 제안이 왔을 때와 비슷한 시기에 (대통령실에 독대 요청을 했다)"며 "기다려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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