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앓는 부인 마중나가다…" 장흥서 90대 급류에 실종

기사등록 2024/09/22 12:14:54 최종수정 2024/09/22 13:45:07

자활센터 다녀온 부인 마중가다 수로에 빠져

친인척들 "금실 좋았던 부부"…안타까움 전해

[장흥=뉴시스] 박기웅 기자 = 22일 오전 전남 장흥군 장흥읍 평화리 평화제 일대에서 소방 당국이 전날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90대에 대한 실종자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2024.09.22. photo@newsis.com

[장흥=뉴시스]박기웅 기자 = "치매를 앓는 부인 알뜰살뜰 살피던 양반이었는데 정말 안타까워요."

실종자 수색이 한창인 22일 오전 전남 장흥군 장흡읍 평화리 평화제 주변에서 만난 주민 김모(여·62)씨는 '아이고 어쩌다가…'라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김씨는 "얼마 전부터 치매를 앓고 있는 부인을 혼자 보살피던 다정한 남편이었다"며 "비가 오는 날 부인을 마중하러 나갔다 사고를 당했다니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날 전남 장흥경찰서 등에 따르면 장흥군 평화리 주민 A(90)씨가 전날 오후 5시13분께 집 앞 수로에 빠져 실종됐다.

A씨가 사고를 당할 시각 장흥에는 시간당 74.3㎜의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도로와 수로를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을 일대 도로 곳곳이 침수된 상황이었다.

한 마을 주민은 "평화제 주변 마을 도로가 어른 무릎 높이까지 물이 찼다"며 "도로도 분간이 되지 않아 길을 다닐 수 없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A씨는 사고 당시 자활센터를 갔던 부인이 돌아올 시간에 맞춰 약 150m 떨어진 마을 입구로 마중을 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인 출신으로 미국 특파원이었던 A씨는 지난 2000년 아버지 건강이 악화되자 부모님을 모시기 위해 미국에서 고향인 장흥 평화리로 귀향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에도 A씨는 고향에 남아 부인과 여생을 보냈다. 그러던 중 지난해부터 부인이 치매 증상을 보이기 시작하자 부인의 병간호를 도맡았다.

수색 현장을 말없이 바라보던 A씨의 당숙은 "두 부부의 금실은 말할 것도 없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자활센터를 다니는 부인 마중을 나가고 끼니를 챙기던 자상한 남편이었다"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소방과 경찰 등 구조 당국은 소방 36명, 경찰 130명, 군 20명, 의용소방대 40명 등 226명의 인력과 보트, 드론 등 장비를 동원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저수지 배수작업과 함께 수중수색을 펼치고 있지만 전날 폭우로 물이 불어나고 시야도 확보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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