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폰 판매 공범 자백했지만…대법 "피고인 부인시 증거 못써"

기사등록 2024/09/22 09:00:00 최종수정 2024/09/22 09:14:32

"마약 샀다" 공범 자백 조서 부인

증거 능력 두고 1·2심 판결 엇갈려

대법 "증거 사용 못해" 판례 재확인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대법원이 수사 단계에서 나온 공범의 자백을 피고인이 재판에서 부인하면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는 기존 판례를 재확인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지난달 29일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23년 3월부터 같은 해 4월 초까지 필로폰 대구시 알 수 없는 장소에서 필로폰 불상량을 정맥주사 또는 음복하는 방법으로 투약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한 2022년 12월15일 오후 2시께 대구 달서구 병원 영안실 뒤편 골목길 도로에 주차된 B씨의 승용차 안에서 현금을 받고 필로폰 0.03g을 판매한 혐의도 받는다.

A씨는 'A씨에게 필로폰을 샀다'는 B씨의 자백 피의자신문조서와 마약 검사 결과 등을 근거로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A씨는 재판에서 공범의 조서에 적힌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며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A씨가 조서 내용을 부인하면서 피고인이 공범에 대한 경찰·검찰의 피의자신문조서에 담긴 공소사실에 동의하지 않으면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가 재판의 쟁점이 됐다.

형사소송법 312조 1항은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서 공판준비, 공판기일에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그 내용을 인정할 때에 한정해 증거로 할 수 있다고 정했다.

1심은 필로폰 투약 혐의를 인정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다만 A씨가 공범의 자백 내용을 동의하지 않아 조서의 증거 능력이 없다고 보고 필로폰 매매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조서는 허위 개입의 여지가 거의 없고, 진술 내용의 신빙성이나 임의성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A씨의 혐의를 모두 인정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필로폰 투약 혐의에 대해서는 원심 판단을 수긍했지만, 공범의 자백을 피고인이 부인한 검찰의 피의자신문조서를 증거로 인정한 잘못이 있어 사건을 다시 심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피고인과 변호인이 피의자신문조서에 관해 내용 부인 취지에서 '증거로 사용함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밝혔다"며 "형사소송법 312조에 따라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그럼에도 원심은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 능력이 인정된다고 판단한 후 증거로 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다"며 "원심의 판단에는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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