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유엔대사, '삐삐 폭탄'에 "깊은 충격…국제법 위반"

기사등록 2024/09/21 08:13:41 최종수정 2024/09/21 10:28:33

유엔 안보리 회의서 "국제법 지켜졌나" 비판

"모든 가전제품, 치명적 무기로 전환될 수도"

국제사회 논의 요구…중동 당사자 자제 촉구

[뉴욕=AP/뉴시스]황준국 주유엔대사가 지난 6월28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비확산/북한'을 주제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공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4.09.21.
[워싱턴=뉴시스] 이윤희 특파원 = 레바논에서 헤즈볼라 대원들의 휴대용 호출기(삐삐)가 동시다발적으로 폭발해 수천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을 두고 한국 유엔대표부가 우려를 표명했다.

황준국 주유엔대사는 20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의 유엔 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통신기기 폭발 사건 관련 공식회의에서 "한국은 레바논에서 아이들을 포함해 수천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통신기기 관련 공격과 유혈사태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이 전례없는 행동은 가뜩이나 불안정한 정세 속에서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유엔대표부는 이번 공격이 국제법 위반 소지가 크다고 보고있다.

황 대사는 수천명을 무차별 표적으로 삼았기에 국제인도법(IHL)을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며 "구별, 비례성, 예방이라는 IHL 핵심 원칙이 작전 중에 지켜졌는지를 두고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다.

또한 외관상 부해한 휴대용 제품을 폭발물로 사용하는 것은 IHL 관련 규정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모든 당사자들은 국제법 위반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제사회가 이러한 종류의 새로운 전쟁 방식에 대응하기 위해 긴급히 논의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시돈=AP/뉴시스]지난 17일(현지시각) 레바논 시돈에서 민방위대원들이 무선호출기(일명 삐삐) 폭발로 다친 부상자를 구급차에 태우고 있다. 이날 레바논 전역에서 사람들이 휴대하고 있던 호출기가 거의 같은 시각에 폭발해 8세 소녀 포함, 최소 9명이 숨지고 약 2800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슬람 무장단체 헤즈볼라는 이를 이스라엘의 신종 공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024.09.18.

황 대사는 "이번 공격은 원격 폭파를 위해 수천개의 개인통신 장비를 무기화했다"며 "모든 소비자 가전제품이 상상을 초월하는 치명적 무기로 전환될 수 있다는 충격적인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기존의 협력방식이 이러한 악용을 방지하는데 적합한지 검토할 긴급한 필요성이 있다"고 부연했다.

끝으로 이스라엘과 레바논 등 모든 당사자들이 확전을 피하기 위해 자제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지난 17일 레바논 전역에서 삐삐 수천 대가 동시다발적으로 폭발하고 다음 날인 18일 무전기가 연쇄적으로 터지면서 어린이 2명을 포함해 최소 37명이 사망하고 3150여 명이 다쳤다.

헤즈볼라는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했다. 미국 관료들도 이스라엘이 구체적인 작전 내용을 말하진 않았지만, 레바논에서 작전을 수행할 것이라고 알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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