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기구 단일후보 추대해도
진보서 최대 5명까지 후보 나와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후보 등록일(26~27일)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진보 교육계는 결국 절반의 단일화에 나선 모습이다.
단일화 기구 이탈은 물론 뒤늦은 진보 성향 인사들의 출마 선언이 이어지며 '표 갈라먹기'는 이제 예정된 수순이 돼 버린 형국이다. 2010년 이후 5차례의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단일화를 이뤄낸 진보 진영 내부에서도 단일화 실패의 긴장감이 나온다.
21일 진보 진영 단일화 추진 기구인 '2024 서울민주진보교육감 추진위원회(추진위)'에 따르면 이들은 이날 오전 9시부터 22일 오후 6시까지 1차 추진위원(선거인단) 투표를 실시한다. 추진위원 1인은 2표를 행사할 수 있다.
추진위 관계자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19일 오전 4시 기준 6700여 명의 추진위원이 모집됐다. 20일 오후 12시까지 모인 추진위원은 8000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추진위는 1차 투표에서 상위권 3명의 후보를 선정한 뒤 2차 여론조사(24~25일)를 실시, 1차 투표와 2차 여론조사를 50대 50 비율로 반영해 오는 25일에는 최종 후보를 추대할 예정이다.
◆5명으로 쪼그라든 단일화 참여 후보…단독 출마도 와르르
그러나 이번 단일화는 결국 반쪽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5일 합동 기자회견을 통해 추진위에 참여 의사를 밝혔던 예비후보는 강신만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위원장,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김경범 서울대 교수, 김용서 교사노동조합연맹 위원장, 김재홍 전 서울디지털대 총장, 안승문 전 서울시교육위원, 정근식 서울대 명예교수, 홍제남 전 서울특별시남부교육지원청 교육국장으로 총 8명이다.
그러나 보름이 지난 현재 추진위에 남은 건 5명이다. 김용서·김경범 예비후보는 후보 사퇴를 선언했으며 김재홍 예비후보는 추진위의 단일화 방식에 불복하며 단독 출마에 나섰다.
여기에 소설 '범도'를 쓴 방현석 중앙대 문예창작과 교수, 노무현 정부 시절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 전 이화여대 교수 등은 지난 19일 단독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일찌감치 최보선 전 서울시 교육의원은 진보 진영의 단일화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추진위를 통해 단일 후보가 추대된다고 하더라도 김재홍, 방현석, 조기숙, 최보선 후보까지 총 5명의 후보가 투표용지에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실상 단일화 실패다.
다만 한 진보 교육계 관계자는 "추진위를 통해 단일 후보가 추대된 이후 다시 몇 차례의 추후 단일화가 이뤄질 수 있다. 27일 본후보 등록까지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진보 교육계 판 흔든 '곽노현'…단독 출마 명분 만들어
진보 교육계의 단일화가 전례 없이 복잡해진 건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이 등장하면서다. 곽 전 교육감은 과거 공직선거법 위반 전과, 잇단 정치적 발언 등으로 사퇴 요구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진보 성향 후보 중에서는 가장 높은 지지율과 가장 큰 조직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CBS의뢰로 8~9일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곽 전 교육감의 유권자 선호도는 14.4%로 진보 진영에서 가장 높았다(무선 ARS 여론조사 방식, 서울 거주 만 18세 이상 성인 800명 대상,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자세한 사항은 중앙여심위 홈페이지 참조).
추진위가 21~22일 실시하는 추진위원 투표는 조직이 강력한 후보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조다. 추진위는 네이버 폼을 활용해 추진위원을 모집했다. 14세 이상 서울 시민이나 서울 소재 직장인 등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형태다. 18세 이상 개인은 1만원의 참가비를 내야 한다. 추진위는 추진위원을 인원 제한이 없이 모집하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지지자를 확보한 후보가 우위를 점할 수 있다.
후보들 사이에서는 교육계에서 쌓은 자신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곽 전 교육감의 조직력 때문에 빛을 볼 수 없다는 불만이 나왔다.
추진위에 참여한 강신만·김경범·김재홍·안승문·홍제남 등 5명의 예비후보는 지난 13일 따로 기자회견을 열고 추진위의 단일화 안을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들 주장의 핵심은 추진위원 1인이 4표를 행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직적으로 추진위원에 가입한 이들이라도 4표를 행사한다면 숙고해서 다른 후보들에 표를 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추진위는 그러나 추진위원 1인 2표로 투표 방식을 최종 결정한 상태다. 결국 기자회견에 나섰던 5인 중 김경범 서울대 교수는 지난 19일 후보 사퇴를 선언했고, 김재홍 전 서울디지털대 총장은 단독 출마로 노선을 결정했다.
이들은 추진위에서 이탈하며 곽 전 교육감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 교수는 "정치가 압도하고 조직 논리가 지배하는 후보 단일화 과정"이라며 "지금의 단일화 과정은 진보 교육의 사회적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 우리는 과거에 갇혀서 앞으로 진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김 전 총장은 단독 출마를 결정한 이유를 설명하며 곽 전 교육감의 도덕성 논란을 겨냥했다. 그는 "근본적인 문제는 전과전력을 가진 예비후보들이 출마를 재고하지 않은 채 그대로 강행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보수 쪽의 조전혁 후보와 민주진보의 곽노현 예비후보는 교육감 선거와 관련된 실정법 위반의 전과를 가졌다"고 지적했다.
한 진보 교육계 관계자는 "도덕성 논란이 계속되는 곽 전 교육감이 가장 강력한 조직력을 갖춘 채 출마하며 생긴 아이러니"라며 "곽 전 교육감의 조직력에 불만을 느끼고 있는 후보들에게 그의 도덕성 논란은 단일화 이탈의 명분이 되고 있다. 상당히 셈법이 복잡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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