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거부했던 '中전기차 판매가 하한선 제안' 재검토 합의

기사등록 2024/09/20 10:42:05

EU 집행위, 中상무부장과 19일 회담 가져

"해결책 찾기 위한 노력 강화하기로 합의"

[스트라스부르(프랑스)=AP/뉴시스] 유럽연합(EU)이 유럽 내 전기차 수출 '판매가격 하한선' 등을 정해달라는 중국 전기차업체들의 제안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사진은 지난해 4월18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유럽의회 건물 앞에 유럽연합(EU) 깃발 등 유럽 국가 국기들이 펄럭이고 있는 모습. 2023.09.12.
[서울=뉴시스]박광온 기자 = 유럽연합(EU)이 유럽 내 전기차 수출 '판매가격 하한선' 등을 정해달라는 중국 전기차업체들의 제안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당초 EU는 해당 제안을 공개 거부했으나, 중국이 EU 주요국들을 대상으로 벌인 로비 활동이 주효하게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19일(현지시각) 유로뉴스에 따르면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 EU 무역 담당 수석 부집행위원장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장관)과 회담 후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구체적으로 돔브로우스키스 수석 부집행위원장은 "EU 집행위원회와 중국은 EU 조사와 기한에 대한 편견 없이, 효과적이고 집행 가능하며 세계무역기구(WTO)와 호환되는 해결책을 찾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2일 질 대변인은 비야디(BYD), 지리(Geely), 상하이자동차(SAIC) 등 일부 중국 수출업체가 WTO 및 EU 규정과 양립할 수 없는 것으로 간주되는 '판매가 확약' 제안서를 제출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해당 제안서에는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대신 유럽 내 전기차 판매 가격 하한선 또는 판매 수량 상한선을 정해달라고 요청하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당시 EU 집행위는 이 같은 제안을 공개 거부했다. 보조금의 해로운 영향을 제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이유였다.

유로뉴스는 양측의 의견 차이가 심해 중국산 전기차 관세 부과 관련 분쟁의 돌파구를 찾지 못했으나, 이날 양측이 협상 강화에 합의하면서 아직 희망은 사라지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EU는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에 제품에 대한 최저 가격을 설정할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U 회원국들은 이달 말 투표를 통해 5년간 중국산 전기차에 17.0~36.3%p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만약 중국이 원하는 대로 해당 관세 확정이 무산되려면 EU 인구의 65%를 대표하는 15개국 이상 회원국이 반대표를 던져야 한다.

이를 위해 중국 당국과 기업들은 관세를 줄이거나 완전히 철회해달라고 EU를 상대로 긴급하게 로비를 벌였다.

이번 EU 집행위의 입장 선회엔 이 같은 로비 활동이 효과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최근 중국 측과 만남을 가진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등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에 대해 반대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해당 관세가 무역 갈등을 고조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이날 EU 집행위는 EU산 제품에 대한 중국의 반(反)보조금 조사 등을 멈추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중국도 EU가 관세 부과 조치를 시행할 경우 보복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올로프 질 EU 집행위원회 무역 담당 대변인에 따르면, 돔브로우스키스 수석 부집행위원장은 이날 EU 집행위의 제안이 "엄격히 사실과 증거에 근거한 것"이며 국가 보조금을 "보상하기 위한 것"이라고 왕 부장에게 전했다.

또 돔브로우스키스 수석 부집행위원장은 돼지고기, 브랜디(과실주를 증류해 만든 술), 유제품에 대한 중국의 보복적 조사를 "부당하다"고 비난하고 이를 종료할 것을 촉구했다.

중국 상무부도 이날 회동 후 보도자료를 내어 "우호적인 대화와 협의"를 통해 해결책을 도출할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EU가 불합리한 관세 조치를 고집할 경우"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보복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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