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 전 9일 만에 응급의료 현장 방문
"증원 과학적 추계 근거로 추진…최소 수치"
"5년간 10조원 투입, 필요시 더 많이 투입"
"우리 의료 지속 안 된단 절박함에서 시작"
"블랙리스트 참 안타까워…일부 소수 잘못"
[서울=뉴시스] 김승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13일 정부의 '5년간 2000명'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대해 "장기 계획 차원에서 최소한의 인력 증원이라는 점과, 과학적 추계를 근거로 추진하는 것이니 의료인들이 오해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료인 처우 개선에 대한 정부의 진정성을 믿어주길 바란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추석 연휴 전날인 이날 오전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권역응급의료센터와 중구의 국립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를 연달아 방문했다. 윤 대통령이 응급의료 현장을 찾은 것은 4일 의정부성모병원 이후 9일 만이다.
서울의료원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서울 동북권의 중증·응급환자를 책임지는 곳으로, 27개 병상을 갖추고 일 평균 60명 안팎의 환자를 받아 올해 9월 기준 1만6000여명의 환자가 내원했다. 서울 동북권에서는 유일하게 소아환자구역을 갖추고 있다.
윤 대통령은 현장 의료진들의 노고를 격려하는 동시에, 정부 의료개혁의 취지와 목적을 전달하는 데 방점을 뒀다.
윤 대통령은 "의료계 각 분야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더 고생하고 더 힘든 진료를 하시는 의료진에게 더 많은 보상이 가도록 하는 게 의료개혁의 핵심"이라고 했다.
의대 정원 확대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교육과 의료는 필수 정주 요건인데, 경제성장과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변화 및 의료수요 증가를 고려할 때 향후 필요한 의료인을 길러내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장기계획 차원에서 최소한의 인력 증원이라는 점과 과학적 추계를 근거로 추진하는 것이니 의료인들이 오해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챙기는 것뿐 아니라 의료계 내부에서 스스로 해결할 수 없어 방치해온 시스템을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쓰일 수 있도록 개선해나갈 예정이니 기탄없이 의견을 개진해달라"며 성태윤 정책실장, 장상윤 사회수석에게 직접 연락해 의견을 말해달라고 의료진에게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보건은 안보, 치안과 더불어 국가의 본질적 기능"이라며 "향후 5년간 10조원을 투입하지만 국민 건강만큼 중요한 것이 없기 때문에 필요할 경우 더 많이 투입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중앙응급의료센터로 이동해서는 고(故)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을 기리는 '윤한덕 홀'에 들렀다.
윤 대통령은 이어진 간담회에서 "고 윤 센터장이 2019년 순직할 때 그 주에 무려 129시간 넘게 일했다고 전해들었다. 지금도 전국의 병원에는 윤 센터장님처럼 환자를 돌보기 위해 밤낮없이 헌신하는 의사들이 많다"며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의사들이 과로로 버티는 구조로는 우리 의료 시스템이 지속될 수 없다는 절박함에서 의료개혁을 시작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기존에는 건보에만 의지했었는데 이제는 과감하게 재정을 투입할 것"이라며 "전문의 처우가 안 좋아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 의료계 헌신에 공정한 보상체계가 갖춰져야 시스템이 효율적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서울의료원 관계자들에게 "협조해주신 덕에 이번 추석은 예년에 비해 훨씬 많은 병의원이 문을 열어 다행"이라며 "중증도에 따른 진료를 잘 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어린 시절 입원했을 때 의사들이 따뜻하게 대해줘 감사했다며 "잠도 못 주무시고 잦은 회진으로 힘들겠지만 환자들에게 늘 따뜻하게 대해주시면 감사드리겠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연휴 기간 건강보험 수가를 대폭 인상하고 권역응급의료센터 전문의 진찰료를 평소보다 3.5배 수준으로 인상했다"고 했다.
서울의료원 권역응급의료센터에 상주하며 폭력·난동 발생을 방지하고 있는 경찰관에게는 "의료진 보호에 애써주셔 감사하다"며 "병원 난동은 엄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응급실 의사 블랙리스트' 파문에 대해서는 "헌신하는 의사들을 조롱하고 협박하는 것에 대해 참 안타깝다"면서도 "국민들이 의료인들을 욕하기보다는 일부 소수의 잘못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파서 병원 가면 의사, 간호사, 조무사 분들의 헌신을 보기 때문에 애써주시는 것에 국민들도 감사해하고 있다"며 다수의 의료인들은 '블랙리스트' 관련자들과 거리가 멀다는 점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서울인천 광역응급의료상황실과 중앙응급의료상황실에서 24시간 근무 중인 의료진·직원들과 한 명씩 악수하며 "수고 많으시다"라고 인사했다.
응급의료 현황판에서 부산 지역에 붉은 표시가 뜨자 조규홍 복지부 장관에게 "부산시장과 통화해 어려움이 있는지 파악해보라"라고 현장에서 즉석 지시하기도 했다.
이날 동행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의사회와 긴밀한 협조 아래, 연휴 기간 당초 하루 500개 병의원과 약국을 열려고 계획했으나 병의원 1200개, 약국 1300개 등 총 2500여개가 하루에 문을 연다"고 설명했다.
이현석 서울의료원장은 "응급실 문제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배후진료로 원활히 넘어가지 못하고 있다"며 "필수의료과 업무량이 많으니 비용 보전 등 인센티브를 도입해 떠나는 분들을 잡고 새로운 분들도 유인하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차명일 중앙응급의료상황실장은 "요즘 환자를 받을 때 '환자가 잘못되면 내가 얼마를 배상해야 하는가'를 머릿속에 떠올리게 된다"며 "필수의료과를 선택할 때 의사가 이러한 막연한 공포에 시달리지 않도록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사법리스크는 책임보험 제도를 금융위에서 개발해서 법률 제·개정을 속도를 내달라"고 참모들에게 지시했다. 그러면서 "연휴에 고생하시는 분들을 직접 뵙고 손 잡으며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어서 왔다"며 이날 간담회를 마무리했다.
대통령실은 환자 및 의료진 불편을 고려해 인원을 최소화했다고 밝혔다. 성태윤 정책실장, 장상윤 사회수석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등 핵심 참모들이 윤 대통령을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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