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용 전기료 韓보다 저렴한 곳 '헝가리·터키'뿐
산업용 OECD 35개국 중 26위…日·獨·英·佛보다 싸
한전, 저렴한 전기료에 누적적자 41조…부채 202조
[세종=뉴시스]손차민 기자 = 에어컨 없이 못 살 것만 같던 무더운 날씨가 한풀 꺾였지만 날아든 전기요금 고지서를 보고 있자니 한숨이 절로 나오는 요즘입니다. 각 가정이 부담할 전기요금이 작년 이맘때보다 평균 7500원 올라 6만원을 훌쩍 넘었다고 합니다. 이쯤되면 우리나라 전기요금이 너무 비싸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이게 정말 사실일까요. 놀랍게도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세계 주요국에 비해 저렴한 편이라고 합니다. '가정용은 비싸고, 산업용은 싸게 받는 것 아닌가'라는 반문이 나올 텐데요. 실제로는 가정용과 산업용 전기요금 모두 낮은 수준입니다.
15일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산업용 전기요금은 1㎿h(메가와트시)당 122.1달러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과 비교하면 26위에 해당합니다.
우리나라보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저렴한 나라는 이스라엘(117.6달러), 캐나다(108달러), 스웨덴(95달러), 핀란드(84.6달러), 노르웨이(82.5달러), 미국(80.5달러) 등입니다. 대표적인 원유, 천연가스 부국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가장 비싼 곳은 영국(321.4달러)입니다. 우리나라와 산업 구조가 비슷한 일본 역시 1㎿h당 177.9달러로 우리나라보다 비쌌습니다.
제조업 기반으로 경제 구조가 짜인 우리나라가 산업용 전기요금이 저렴한 건 익히 알려진 얘기입니다.
그런데 가정용 전기요금이 저렴하다는 건 이해가 잘 가지 않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가정용 전기요금의 경우 우리나라가 주요국 대비 더 낮은 수준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가정용 전기요금은 지난해 1㎿h당 130.4달러입니다. OECD 37개국을 줄 세웠을 때 35위에 해당합니다. 우리나라보다 가정용 전기요금이 저렴한 곳은 헝가리(120.9달러)와 터키(72.6달러)뿐입니다.
가정용 전기요금이 가장 비싼 곳은 덴마크입니다. 덴마크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1㎿h당 518.3달러로 우리나라보다 약 4배 정도 비쌉니다. 다음으로 영국(452.3달러), 독일(440.3달러), 벨기에(437.3달러) 등이 있습니다.
비교국을 전 세계로 넓혀보겠습니다. 국제 에너지 가격 사이트 '글로벌페트롤프라이스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말 우리나라 가정용 전기요금은 1㎿h당 131달러로, 비교 대상군이 된 148개국 중 77위로 허리춤에 위치해 있습니다. 우리나라 경제규모가 세계 10위권인 것을 감안하면 전기요금이 저렴한 편인 걸 굳이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같은 기간 산업용 전기요금(115달러)은 가정용보다 더 낮은 83위에 해당합니다. 가정용의 경우 세계 평균의 83%, 산업용은 74% 수준으로 저렴한 셈입니다.
그럼 누진세가 적용되는 여름철만 놓고 봐도 상황이 같을까요. 한전이 지난달 가정용 가구당 평균 전기 사용량인 363㎾h에 대해 국가별 전기요금 납부액을 비교한 결과, 우리나라는 6만3610원이었습니다.
일본(동경전력)은 13만5625원, 프랑스(EDF)는 14만8057원으로 우리나라와 비교해 2배 이상이었습니다. 더욱이 미국(SCE)은 15만9166원으로 2.5배, 독일(E.on)은 18만3717원으로 3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프랑스와 독일은 누진세가 없지만, 일본과 미국은 누진세가 있는 것을 감안해도 우리나라보다 훨씬 많은 수준의 요금을 내야 합니다.
국민 체감과는 달리 어떻게 따져봐도 다른 나라보다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은 낮은 편입니다.
기름 한 방울 안 나오는 우리나라에서 전기요금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한전이 손해를 보고 전기를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겠죠. 한전은 시장형 공기업이기에 전기를 판매한 수익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동안, 저렴한 전기요금이 지속되며 한전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지난 2021년 2분기부터 쌓인 한전 적자는 2분기 말 기준 41조원입니다. 이로 인한 한전의 부채는 200조원을 넘어선 지 오래입니다.
이에 에너지 당국은 전기 요금 인상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기자들과 만나 전기요금 인상에 대해 "폭염이 지난 뒤에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우리나라 전기요금이 아무리 싸다고 한들 각 가정의 씀씀이와 따져보면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더욱이 에너지 취약계층에게 있어서는 생존과 관련된 문제입니다. 전기요금 인상을 더는 미룰 수 없는 지경이라면 부디 합리적인 수준에서 인상안이 마련되기를 기대해봅니다.
※'세쓸통' = '세상에 쓸모없는 통계는 없다'는 일념으로 통계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 알기 쉽게 풀어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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