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마크 로스코, 내면으로부터

기사등록 2024/09/13 15:58:10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사각형에 색만 있는데 그 앞에서 우는 사람들이 많다고 알려져 있다. 색면 추상화의 거장 마크 로스코(1903~1970)의 그림이다.

강렬한 빨강과 화사한 노랑은 기쁨의 표현일까? 그가 자살하기 전에 그렸다는 검은색과 잿빛의 캔버스는 화가의 절망을 담은 것일까? 왜 화가는 사각형만 덩그러니 그려둔 걸까?

“나는 추상주의자가 아니다. 나는 색의 관계나 형태,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다. 나는 단지 인간의 근본적인 감정들, 비극, 황홀경, 운명 같은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마크 로스코)

마크 로스코의 아들이자 평생 아버지의 예술 세계를 탐구해온 크리스토퍼 로스코는 "색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시도는 모두 헛되다"고 밝혔다.

"로스코는 색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으며, 캔버스 속 직사각형은 그림이 그림을 보는 ‘당신’에 관한 것임을 암시한다. 로스코의 그림은 이 세상의 ‘어떤 것’에 대한 그림이 아닌 당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 대한 그림이며, 안쪽이 반투명하게 비치는 로스코의 색면은 당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영혼의 창이다."    

“내 그림 앞에서 우는 사람은 내가 그것을 그릴 때 경험한 것과 똑같은 종교적 체험을 하고 있다.”(마크 로스코)

책 '마크 로스코, 내면으로부터'는 30여 년간 아버지 마크 로스코의 유산을 관리하며 전시를 기획하고 그의 예술 세계와 작품을 감상하는 방법을 강연해온 아들 크리스토퍼 로스코가 펴낸, 마크 로스코의 그림과 생애에 관한 가장 완전한 해설이다.

여섯 살에 아버지를 여읜 저자는 아버지에 대한 희미한 기억, 본능적인 이해와 애착을 갖고 수십 년 동안 그림을 통해 마크 로스코를 알아갔다.

대공황 시기의 삭막한 도시 풍경과 인물을 묘사하던 1920~1930년대, 신화의 소재를 활용한 1940년대 초현실주의 시기, 이후 과도기적 ‘다층형상’을 거쳐 ‘색면추상’으로 대표되는 고전주의 시기에 이르기까지 마크 로스코의 예술 세계 전체를 톺아보며 마크 로스코가 그림으로 무엇을 전하고자 했는지 이야기한다.

"로스코는 추상이야말로 인간 경험의 구체적인 부분과 같이 묘사하거나 쉽게 규정할 수 없는 것을 가장 잘 포착하는 수단이라고 생각했다. 추상은 신체적이고 감각적인 동시에 감정적이고 영적인 것까지 경험하게 할 수 있다. 음악은 의식적 사고보다 앞선 감정적 층위로 곧바로 이어지는 길을 열어준다. 로스코는 추상을 통해 음악이 곧장 도달하는 이러한 영역에, 다양한 감각 영역이나 사유의 방식으로 분리될 수 없는 인간 전체를 다룰 수 있는 영역에 다가가려 했다."(311~312쪽)

책에는 현재 페이스갤러리에서 전시 중인 '조응: 이우환과 마크 로스코'에 선보인 미공개 작품 등 70점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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