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벌 해산한다더니…日언론 "자민 총재選서 파벌색 짙어"

기사등록 2024/09/13 10:43:24 최종수정 2024/09/13 10:56:24

日언론, 추천인 의원 명단 분석

고노, 아소파 의원만 90%

[도쿄=AP/뉴시스]차기 총리를 결정하는 일본 집권 자민당 선거가 지난 12일 고시됐다. 비자금 스캔들로 파벌이 해체된 후 치르는 첫 선거인데도, 파벌 색이 짙게 드러나고 있다고 현지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13일 보도했다. 사진은 지난 12일 일본 도쿄 자민당 당사 건물에 총재 선거 현수막이 걸려있는 모습. 2024.09.13.

[서울=뉴시스] 김예진 기자 = 차기 총리를 결정하는 일본 집권 자민당 선거가 지난 12일 고시됐다. 비자금 스캔들로 파벌이 해체된 후 치르는 첫 선거인데도, 파벌 색이 짙게 드러나고 있다고 현지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13일 보도했다.

신문은 9명 후보들의 추천인 명단을 분석해 이같이 전했다. 자민당 총재 선거 입후보를 위해서는 당 소속 의원 20명의 추천인을 필수적으로 확보해야 하며, 이는 모두 공개된다.

이번 선거에서는 중의원(하원)·참의원(상원) 의원 총 367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80명이 추천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추천인의 지난해 12월1일 기준 소속 파벌을 살펴봤을 때 각 후보들에게 특정 파벌이 집중된 모습이 보였다.

고노 다로(河野太郎·61) 디지털상은 현재 유일하게 존속 중인 파벌 아소파 소속이다. 그의 추천인 90%에 해당하는 18명이 모두 아소파 의원이었다.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63) 관방장관은 해체한 기시다파 소속이다. 추천인 20명 중 기시다파 소속 의원만 15명이었다.
[도쿄=AP/뉴시스]고노 다로 일본 디지털상이 지난해 9월 13일 도쿄 총리 관저에 들어서고 있다. 2024.09.13.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68) 자민당 간사장도 추천인 가운데 해산을 결정한 모테기파 소속 의원 14명으로부터 추천을 받았다. 추천인 20명 중 과반수가 자신이 이끌던 파벌 소속 의원인 셈이다. 다만, 이들 14명은 모두 신진, 중견 세대로 쇄신감을 강조할 목적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모테기파 의원들은 모테기 간사장과 모테기파 소속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68) 전 관방장관 추천인 명단에 나뉘어 이름을 올렸다. 모테기 전 간사장에게 비판적인 세력이 가토 전 관방장관에게 흘러갔다는 견해도 있다.

무파벌인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63) 경제안보상은 20명 가운데 14명이 과거 최대 파벌이었던 아베파 소속 의원이었다. 그는 2021년 선거에서 고(故)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지지를 받았다. 아베 전 총리의 노선을 계승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요미우리신문은 다카이치 경제안보상 추천인에는 아베 전 총리와 가까웠던 후루야 게이지(古屋圭司) 당 헌법개정실현본부장도 이름을 올려 "아베 컬러가 배게 했다"고 분석했다.

무파벌 의원들의 추천을 많이 받은 후보는 당내 비주류인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43) 전 환경상, 이시바 시게루(石破茂·67) 전 간사장이었다.

다만, 이들도 추천인이 "단순한 무파벌이라고 말 할 수는 없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고이즈미 전 환경상의 추천인 10명은 마찬가지로 무파벌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와 가까운 의원이었다.

요미우리도 고이즈미 전 환경상 추천인 명단에서 "스가 전 총리의 강한 영향력을 엿볼 수 있다"고 짚었다.

이시바 전 간사장 추천인 8명도 파벌이었던 옛 '이시바그룹'에 소속했던 의원이었다.
[서울=뉴시스]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전 환경상이 지난 8일 요코하마시 사쿠라기초역 앞에서 가두 연설하고 있다. 사진은 고이즈미 전 환경상 공식 소셜미디어 엑스(X·구 트위터) 갈무리. 2024.09.13. <사진캡처=@shinjirokoiz> *DB 및 재판매 금지.

한편 파벌들의 권력 유지를 위한 생존 전략도 추천인 명단에서 엿 볼 수 있다.

아소파는 54명이 소속된 파벌이다. 이시바 전 간사장, 하야시 관방장관을 제외한 7명의 후보 추천인 명단에 소속 의원들이 모두 이름을 올렸다.

아소파 파벌 수장 아소 다로(麻生太郎) 부총재가 고노 디지털상을 지원하겠다면서도, 파벌 소속 의원들에게 다른 후보를 지원하는 것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추천인을 빌려준 것으로 보이는 사례도 눈에 띈다. 기시다파 소속이었던 가미카와 요코(上川陽子·71) 외무상 추천인 중 9명이 아소파였다. 아소파가 출마에 필요한 환경을 마련해 준 양상이다.

아소파가 결선투표를 상정하고 협력할 수 있는 진영을 늘렸다는 분석도 있다.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는 총 734표로 치러진다. 자민당 소속 국회의원과 전국의 당원, 당우가 표를 던지게 된다.

1차에서 과반수 표를 차지한 후보가 없을 경우 득표수 상위 2명이 결선 투표를 치르게 된다. 만일 결선 투표에 고노 디지털상이 진출했으나 가미카와 외무상은 그렇지 못했을 경우, 기시다파의 의원표를 가져올 의도로 가미카와 외무상에게 협력했다는 분석이다.

가미카와 외무상의 추천인 가운데 7명은 여성 의원이었다. 후보 중 가장 많았다. 여성정책의원연맹 회원들에게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각제인 일본에서 집권당의 총재 선거는 총리를 결정하는 선거다. 지난 12일 고시된 자민당 총재 선거는 오는 27일 투·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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