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우리 사회 병들어 있단 절망감 느껴"
학부모 "성폭력 문화 뿌리 뽑는 교육 실천해야"
성인권 교육 미비하단 지적도…대책 마련 촉구
[서울=뉴시스]이수정 기자 = "우리 모두가 피해자입니다. 우리는 일상을 빼앗겼습니다. 서로를 의심하고 얼굴을 가리고 조금이라도 친해지는 것이 두려워 사회관계망인 SNS를 걸어 잠그는 우리 청소년들, 모두가 피해자입니다."
한성여중에 재학 중인 장효주 학생은 12일 "딥페이크 성범죄 기사를 보고 친구들은 인스타그램 계정을 비공개했고, 카카오톡 등에 올렸던 사진을 지우기 시작했다"며 "피해 학교 명단에 재학 중인 학교가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오히려 (명단을) 찾아보기 꺼려졌다. 가담자 숫자라는 22만이라는 글자는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해 지인의 사진으로 불법합성물을 제작하는 성범죄가 만연한 가운데, 학생과 학부모를 중심으로 교육당국의 조속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성인권 교육이 미비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정의당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본부와 교사, 학부모 등 관계자는 이날 오후 1시30분께 서울 종로구 서울시 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딥페이크 성범죄의 피해자와 피의자 상당수가 10대 청소년"이라며 "교육당국은 무너진 학교 구성원들을 일으켜 세우고,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학교 현장을 재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 현장에 참석한 장효주 학생은 "딥페이크 성범죄 사건은 우리 사회가 병들어 있다는 절망감을 줬다. 학교와 정부가 우리를 전혀 지켜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알게 해줬다"며 교육당국의 대책 마련을 재차 촉구했다.
학부모들 역시 목소리를 냈다. 학부모 박민아씨는 "여학생들에게 사진을 모두 내리라고 하고 공유도 하지 말라는 가정통신문 안내가 됐다고 한다. 무슨 명분으로 SNS에 일상을 표현하고 사진을 공유하는 것을 막아야 하냐"며 "학생·학부모·교사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 사회에 내재된 성폭력 문화를 뿌리 뽑는 방향에서 교육을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내 성폭력을 공익 제보하는 과정에서 전보를 당한 지혜복 교사도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UN의 국제 성교육 가이드에 따른 포괄적 성교육의 학교안이 도입돼야 한다"며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지 교사는 이날 서울시 교육청에서 열리는 징계위원회에 참석했다. 그가 전보된 학교로의 출근을 거부하면서다.
지 교사는 "학교 내 성폭력과 성차별이 만연한 현실을 들여다 보면 딥페이크 성폭력은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교 내 성폭력 예방교육이나 성평등 교육은 30년 전과 다름이 없다"며 변화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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