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아프 서울' 넓어진 공간 동선· 작품 퀄리티↑ 호평
'프리즈 서울' 4일간 7만명 관람…고가 작품 판매도 호조
해외 컬렉터 북적…"서울을 미술 도시로 글로벌화"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키아프가 프리즈 했다."
3라운드 '키아프리즈'는 이전과 달랐다. 키아프(KIAF)의 달라진 면모로 '프리즈(Frieze)가 키아프 같다'는 반응도 나왔다.
'한지붕 두 가족'의 '키아프리즈'는 상생의 아트페어로 거듭났다. 3회 만에 '서울을 글로벌 미술 도시'로 올려 세우며 "아시아 최대 미술장터가 됐다"는 호평이 쏟아졌다.
전쟁과 선거로 세계적인 경기 불황 속에도 해외 갤러리들과 컬렉터들이 늘고 인기 작가들의 수십억 작품들이 솔드아웃을 기록하는 등 올해 '키아프리즈'는 글로벌 미술 시장의 영향력을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같은 기간 열린 '뉴욕 아모리 쇼'를 눌렀다는 평가다. 세계적인 미술 전문지인 아트뉴스는 “아모리 쇼는 프리즈 서울에 밀려서인지 활기를 잃었고, 프리즈는 출품작과 판매 분위기 모두 흠잡을 데 없었다"고 전했다. 특히 "'아모리 쇼'가 예전에는 롤스로이스였다면 지금은 기껏해야 테슬라"라며 심지어 "커피도 맛도 없고 샌드위치는 더 나빴다"는 혹평도 나왔다.
7~8일 폐막한 키아프리즈는 활기찬 분위기로 내년을 더 기대하게 했다. 키아프 서울은 총 5일 간 8만2000여명, 프리즈 서울은 4일 간 7만 명이 방문했다.
◆키아프, 확장된 공간세련미 장착 8만2000명 방문
"와우 키아프 맞아?", "정말 달라졌다."
4일 키아프에 온 VIP들은 깜짝 놀랐다. 확장된 공간과 전시 연출력과 함께 무엇보다 작품 퀄리티가 높아졌다는 평가로 안심하는 모습이었다. "1, 2회 프리즈와 너무 비교되어 자존심이 상했는데, 역시 K갤러리들의 안목과 전시 구성이 좋아져 인상 깊었다"는 반응이 잇띠랐다.
실제로 방문객 수는 작년과 비슷했으나 효율적으로 개선된 동선, 넓어진 전시 공간에 관람객이 분산 되면서 관람 환경이 한층 쾌적했다.
투자한 효과다. 1, 2회와 달리 젊은 건축가 장유진과의 협업을 통해 부스 배치 디자인을 개선한 점이 돋보였다. A홀, B홀, 그랜드볼룸으로 이어지는 1층 전시장은 공간을 특성별로 나누어 쉽고 편안한 관람을 제공했다.
예년보다 강화된 심사도 한몫했다. 국내 갤러리들의 부스 구성 등 전시 퀄리티도 업그레이드 됐다는 평가다.
키아프는 Art of the World Gallery(휴스턴), DIE GALERIE(프랑크푸르트), Sundaram Tagore Gallery(뉴욕), PERES PROJECTS(베를린), Carl Kostyal(런던) 갤러리 외에도 Albarran Bourdais(마드리드), PIERMARQ*(시드니), Lechbinska Gallery(취리히), SNOW Contemporary(도쿄) 등 국제적으로 주목 받는 갤러리들이 처음으로 합류해 자리를 빛냈다.
올해 키아프 서울에는 총 22개국 206개 갤러리가 참여했다. 특히 전체 참가 갤러리 중 3분의 1 이상이 해외 갤러리로, 국제적인 참여도가 더욱 높아졌다.
국내갤러리를 대표하는 국제갤러리(서울), 갤러리 현대(서울), 가나아트(서울), 학고재(서울), PKM 갤러리(서울), 조현화랑(부산), 아라리오갤러리(서울)를 비롯해 서정아트(서울), 드로잉룸(서울), 초이앤초이 갤러리(서울) 등 젊고 혁신적인 갤러리들도 참여해 대작부터 실험적이고, 새로운 작품까지 동시대 미술 트렌드를 모두 볼 수 있는 축제의 장을 완성했다.
글로벌 경기불황에 우려했던 매출 실적도 나쁘지 않은 반응이다. 2021년부터 참가한 독일화랑 이사벨 리젤레스터는 "키아프는 저희 갤러리가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는 훌륭한 출발점이 되었다"고 했고, 중동에서 온 베이번 갤러리 디렉터는 "서울에서 활기찬 이란 현대 미술을 선보일 수 있는 엄청난 가능성을 보았다"면서 "앞으로도 이란 예술가들이 서울의 주요 미술관과 컬렉터의 소장품에 눈에 띄게 자리 잡았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갤러리그림손 최지환 대표는 “극심한 불경기에 걱정이 많았는데 넘쳐나는 관람객의 즐거운 표정과 정신없이 응대하는 갤러리스트의 표정에서 밝은 한국 미술의 미래를 봤다"고 전했다.
Sundaram Tagore Gallery(뉴욕)가 선보인 Hiroshi Senju의 Waterfall on Colors(2024)로 약 5억6000만 원(USD 420,000)에 팔렸다. 국제갤러리는 김윤신의 회화와 조각이 조화를 이루는 솔로 부스로 주목을 받으며, 다양한 크기의 캔버스 작품을 2000만 원에서 1억5000만 원에 판매했다.
갤러리현대는 한국 실험 미술의 선구자인 성능경, 이건용,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 정상화를 비롯하여 국내외로 큰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강승, 이슬기, 김성윤 등의 작가와 케니 샤프, 토마스 사라세노와 같이 국제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는 해외 작가의 작품까지 판매되며 큰 성과를 이뤘다.
올해 새롭게 도입된 모던 및 마스터 화가들의 작품이 전시된 그랜드볼룸은 매일 많은 컬렉터들이 방문하여 판매 성과도 호조를 보였다. 금산갤러리에서는 백남준의 대형 오브제 작품이 팔려나갔다.
갤러리 윤에서는 약 1억2000만 원에 판매된 이강소의 대형 작품을 포함해 박서보의 작품 여러 점이 판매됐다. 동산방화랑은 산정 서세옥을 비롯해 운보 김기창, 김호득의 작품이 다수 거래됐다. Mark Hachem Gallery(파리)에서는 Seock Son, Yoshiyuki Miura, Jose Margulis 등 작가별로 다양한 작품이 판매됐고, Art of the World Gallery(휴스턴)는 페르난도 보테로의 대작으로 주목 받았다.
DIE GALERIE(프랑크푸르트)는 키아프 참여 20주년을 기념해 피카소 스케치로 가득한 스페셜 룸을 구성, 피카소와 앙드레 마송을 비롯한 다수의 작품을 판매했다. 베니스 비엔날레 등 국제 무대에서 주목받는 이배의 대형 회화 작품은 갤러리 비앤에스에서 약 2억6000만 원, 올미아트스페이스는 전광영의 작품을 1억 대에 판매했다.
예화랑은 이환권의 브론즈 조각을 2점 팔았다. 나인갤러리는 4000만 원에 거래된 우병출의 회화 작품을 필두로 여러 점을 추가로 거래했다. 써포먼트 갤러리는 2.6m에 달하는 이인섭 작가의 작품을 1억2000만 원, 맥화랑은 이두원의 작품 9점을 총 1억8000만 원에 거래했다.
솔로 섹션의 옵스큐라는 김호득의 작품을 약 8000만 원에 판매했고, 채성필의 단독 부스를 구성한 갤러리그림손은 솔드아웃을 기록했다. 갤러리나우도 고상우와 김준식 작가의 작품을 모두 팔았다. 에브리데이먼데이는 무나씨의 작품이 솔드아웃됐고, 김희수의 작품이 대거 판매됐다.
더컬럼스갤러리는 김강용의 벽돌 소품 시리즈를 전량 판매했고, 키다리갤러리는 최형길의 작품이 대부분 솔드아웃 되었다. 오션갤러리도 제니박 작가의 작품 10점을 솔드아웃시켰다. 서정아트는 홍순명의 작품을 3000만 원에 거래했고, 김리아 갤러리의 박태훈과 황도유 작품도 각각 1000만 원 이상에 팔았다.
'2023 키아프 하이라이트 선정 작가'들의 활약도 돋보였다. 갤러리밈은 정정엽의 작품을 4500만 원, Gallery Q(도쿄)는 리정옥의 작품을 약 3700백만 원에 거래했다. 2024 키아프 하이라이트 선정 작가 중에는 디스위켄드룸의 최지원이 솔드아웃을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한편 7일 폐막한 프리즈 서울은 아시아, 유럽, 미주권을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7만 명이 방문, 서울을 미술 도시로 확장 시켰다. 전 세계 46개국 주요 미술관의 큐레이터, 기관 대표와 컬렉터들이 관람하며 도시 전역에서 펼쳐진 미술관 갤러리 행사를 들썩이게 했다.
기대 이상의 판매 실적도 올렸다. 니콜라스 파티의 ‘커튼이 있는 초상화’(약 33억 원)와 게오르그 바젤리츠(약 29억 원), 유영국 (20억 원) 이우환(약 16억 원) 등 첫날 부터 고가의 작품이 팔려나갔다.
국제 갤러리는 양혜규, 문성식, 이희준 작품울 잇따라 솔드아웃시켰고, 리만머핀은 김윤신의 작품과 이불의 작품을 각각 2억6000만원, 2억8000만원가량에 판매했다. 타데우스 로팍은 이상소(2억5000만원), 이불의 작품을 19만 달러에 팔아치웠다.
개막 첫날부터 성공적인 판매 실적을 기록하며 훈훈한 분위기를 이끌어 낸 해외 갤러리들은 도시 전역에 활기찬 분위기가 가득했다며 내년 프리즈 서울 참여 의사를 미리 밝히기도 했다.
프리즈 서울 디렉터 패트릭 리(Patrick Lee)는 '서울을 글로벌 미술 도시'로 만들었다는 자부심을 표했다. “올해 프리즈 서울은 전 세계 예술 캘린더에서 중요한 행사로서 그 입지를 더욱 확고히 했다"며 "앞으로 프리즈 서울은 더 생동감 넘치는 프리즈 서울의 미래를 고대하며 '프리즈 서울 2025'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키아프리즈'로 합체된 5년 간 계약은 유명무실해졌다. 프리즈 사이먼 폭스 CEO는 “런던에서는 20년 넘게, 뉴욕에서는 10년 넘게 프리즈를 열고 있다. 우린 한 도시에서 아트페어를 시작한 뒤 중단한 적이 없다. 서울에서도 10년, 20년, 50년 계속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프리즈는 서울에서 계속될 것"이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
다만 키아프는 내년 한국화랑협회장 선거로 프리즈와 1~3회를 치른 황달성 회장의 임기가 끝난다. 키아프가 5회를 마치고도 프리즈와 같이 하느냐, 독립하느냐 문제가 남아있다. 황달성 회장은 공약으로 내세운 키아프의 해외 진출을 추진한다. "내년에 시카고 엑스포와 함께 펼치는 키아프에는 25개 화랑이 참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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