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세 아이기, 시위대·이스라엘군 충돌 후 총격에 사망
美 NSC 대변인 "이스라엘 정부에 사건 조사 요청"
UN 사무총장 대변인 "완전한 조사 필요"
[서울=뉴시스]박광온 기자 =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의 발포에 미국인 여성이 숨진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미국과 유엔(UN) 등이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7일(현지시각) 영국 공영 BBC에 따르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숀 세이벳 대변인은 이날 이스라엘에 해당 사건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세이벳 대변인은 "미국 시민의 비극적인 죽음에 깊은 충격을 받았다"며 "우리는 이스라엘 정부에 연락해 더 많은 정보와 사건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도 이날 성명을 내어 "지금 일어난 상황과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에 대한 완전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민간인은 항상 보호받아야 한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6일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미국인 여성이 이스라엘 군인들이 쏜 총에 맞아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사망한 여성의 이름은 아이세누르 에즈기 아이기(26)로, 당시 그는 국제연대운동(ISM) 소속으로 서안지구 나블루스 인근 베이타 마을에서 유대인 정착촌 확장 반대 시위에 참여했다가 이 같은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구체적으로 당시 시위에 참가했던 이스라엘인 조다난 폴락은 이스라엘 정착촌이 보이는 북부 베이타 언덕에서 기도회를 진행 중 군인들이 시위대를 포위했고 무력 충돌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인근 옥상에서 군인들이 시위대를 향해 총을 겨눈 것을 봤다고 주장했다. 폴락은 두 발의 총소리를 들었으며 "총소리 사이에 1~2초 정도의 간격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폴락은 "누군가가 제 이름을 부르며 영어로 '도와주세요'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게 들렸고 저는 그들에게 달려갔다"며 "그 후에 아이기가 올리브 나무 아래에서 머리에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모습을 봤다"고 전했다.
아이기는 나블루스의 병원으로 급히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아이기가 입원한 라피디아 병원 병원장인 푸아드 나파 박사는 아이기가 "머리에 총상을 입고 사망했다"고 확인했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아이기가 이스라엘군에 돌을 던지는 등 위협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IDF는 성명을 내어 "이스라엘 보안군이 베이타 지역 인근에서 활동하는 동안, 군은 폭력 행위의 주동자를 향해 총격을 가했다"며 "해당자가 이스라엘군에게 돌을 던지고 위협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폴락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충돌은 있었지만 이스라엘군은 어떤 위협도 받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아이기가 있던 곳에서는 돌을 던지는 일이 없었다"고 말했다.
아이기의 유족은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의 조사는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이들은 미국에 독립적인 조사를 요청했고, "유죄 당사자에 대한 완전한 책임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이번 사건으로 이스라엘과 미국 간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있다.
가자지구 휴전 협정 지연으로 미국인 인질 등이 사망하면서 미국 내 이스라엘을 향한 불만도 높아지는 가운데 이스라엘군이 직접 미국인을 해치는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 50년 동안 이스라엘은 서안 지구와 동예루살렘에 정착촌을 건설했으며, 현재 70만 명이 넘는 유대인이 그곳에 살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와 영국 등 주요국들은 국제법에 따라 정착촌을 불법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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