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추석 장 보기 무섭다" 시민 한숨에 상인도 울상

기사등록 2024/09/08 12:20:54 최종수정 2024/09/08 14:10:52

한가위 앞둔 청주 전통시장에 가보니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장 보기가 만만치 않네요"

"지난해보다 비용 10만원은 더 늘어날 것" 혀 내둘러

[청주=뉴시스] 서주영 기자 =차기장(69·청주시 남이면)씨·연정순(64·여)씨 부부가 8일 오전 충북 청주시 육거리종합시장의 한 거리에서 추석 장을 본 뒤 물건들을 손에 들고 있다. 2024.09.08. juyeong@newsis.com

[청주=뉴시스] 서주영 기자 = "이번 추석 비용으로 40만원 정도를 예상합니다. 해가 지날수록 명절 장을 보는 게 만만치 않네요."

8일 오전 충북 청주시 육거리종합시장은 명절을 앞두고 장을 보러 오거나 가격을 살피러 오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육거리 시장 거리에서 양손에 검은 봉지 여러 개를 잔뜩 들고 있는 차기장(69·청주시 남이면)씨·연정순(64·여)씨 부부는 지난 추석에 비해 부쩍 오른 물가에 혀를 내둘렀다.

부부는 이날 시장에서 LA갈비, 동태, 갈치, 배추, 부추 등을 구입하는데 20만원 정도를 사용했다. 아직 장을 다 보지 않아 비용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연씨는 "국거리도 사야 하고 부침거리도 추가로 더 사야 한다"며 "최소 필요한 만큼만 산다고 해도 가격이 만만치 않으니 장 보기가 무섭다"고 토로했다,

이어 "송편을 사면 비싸니깐 떡집에서 가루를 빻아와서 집에서 직접 만들 생각"이라며 "그렇게라도 해서 비용을 줄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올여름 유독 기승을 부렸던 무더위가 명절 차례상 비용과 직결된 농·축·수산물 가격을 끌어올려 시민 걱정이 가중되고 있다.

[청주=뉴시스] 서주영 기자 = 8일 오전 충북 청주시 육거리종합시장의 이승규(37)씨가 운영하는 정육점. 한 직원이 손님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2024.09.08. juyeong@newsis.com

축산업계의 경우 돼지가 더위로 인해 사료를 덜 먹어 체중이 줄었다. 무게가 안 나오니 도축량이 줄고 이는 물량 감소로 이어져 가격 상승을 불러일으킨다.

육거리시장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이승규(37)씨는 "100마리를 작업하면 체중미달로 인해 70마리밖에 도축을 못 한다"며 "발주를 해도 양이 30%가 줄어드니 가격을 올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돼지 등갈비가 지난 추석에 kg당 2만원대였는데 지금은 2만3000원대에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청주=뉴시스] 서주영 기자 = 8일 오전 충북 청주시 육거리종합시장의 한 수산물 노점상. 점주 한재구(59)씨가 판매하는 수산물에 물을 붓고 잇다. 2024.09.08. juyeong@newsis.com

폭염은 어획량 감소에도 영향을 끼쳤다. 이번 여름철 해수면 온도는 23.9도로 최근 10년 중 가장 높았다. 특히 8월 평균 해수면 온도는 28.3도로 최근 10년 평균(26.2도)보다 2.1도 높았다.

수산물 노점상 점주 한재구(59)씨는 "지난해 6~7만원 하던 국내산 오징어 1짝(20마리)이 현재 10만원이 넘는다"며 "대만산 꽁치 1박스(60~70마리)는 지난해 3만~5만원 이었던 것이 8만~10만원 선에서 가격이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산 조기 1마리당 5000원에서 7000원, 러시아산 명태는 마리당 5000원에서 8000원으로 각각 지난해에 비해 모두 가격이 올랐다"며 "해수면 온도가 높아져 물고기 씨가 마르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청주=뉴시스] 서주영 기자 = 8일 오전 충북 청주시 육거리종합시장의 정승훈(51)씨 야채가게. 한 직원이 손님에게 배추를 보여주고 있다. 2024.09.08. juyeong@newsis.com

채소도 폭염으로 인해 물가가 들썩였다. 생육 주기가 짧은 채소류는 날씨에 유독 민감하다.

야채가게를 운영하는 정승훈(51)씨는 "배추, 쪽파 등 특정 야채 가격이 많이 올랐다"며 "배추 3포기가 들어있는 1망당 가격이 지난해 2만원대였다가 올해는 3만원대"라고 말했다.

이어 "1.5.kg짜리 쪽파 1단도 지금 2만원이 넘어 약 50% 올랐다"며 "시금치는 엊그제까지만 해도 엄청 올랐었는데 최근에 가격이 안정됐다"고 설명했다.

[청주=뉴시스] 서주영 기자 = 8일 오전 충북 청주시 육거리종합시장의 한 과일판매점. 점주 이병준(45)씨가 손님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2024.09.08. juyeong@newsis.com

과일은 무더위와 함께 이른 추석의 영향도 함께 받았다.

육거리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이병준(45)씨는 "추석 시기가 지난해보다 2주 일러 사과 색깔이 안 들어 출하량이 줄었다"며 "10kg짜리 한 박스 가격이 지난 추석에 비해 1만원 정도 올랐다"고 했다.

이어 "배는 폭염의 영향으로 가격이 올랐다"며 "7.5kg짜리 한 박스가 지난해에 비해 2000~3000원 정도 올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에 비해 오른 물가에 시민들은 시름하고 있다.

가족과 함께 장을 보던 서현주(50대·여·청주시 내수읍)씨는 "추석을 앞두고 가격을 보러 시장을 들렀다"며 "물가가 많이 올랐지만 차례상 때문에 양을 줄일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좀 더 둘러봐야 하지만 지난 추석에 비해 10만원 정도 비용이 늘 것 같다"고 했다.

육거리 2주차장 근처에서 만난 A씨(66)는 "가격 부담이 커 흠집이 난 배를 구입했다"며 "가족들이 먹을 거니 이렇게라도 돈을 아껴보려고 한다"며 "즐거운 명절에 돈 걱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부는 추석 물가 안정을 위해 성수품을 추가로 공급하고 할인지원 품목을 대폭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전통시장에서는 품목과 관계없이 농축산물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도록 농할상품권을 30% 할인 판매하고, 고령자 등 디지털 취약계층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100억원을 투입해 온누리상품권 현장 환급 행사를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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