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 넘는 냉장고, 관람객 인기몰이
유럽 업체, 연결 강조…앱으로 조리상태 살펴
"유럽, 시장 트렌드 더 민감해지고 있어"
[베를린=뉴시스]이지용 기자 = "더 크게, 더 많이 보관할 수 있습니다."
독일의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리페르' 관계자는 오는 10일(현지시간)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유럽 최대 가전 박람회 'IFA 2024'에서 자사 냉장고의 장점을 이 같이 소개했다.
리페르는 이번 IFA(이파)에서 높이가 201㎝에 달하는 대형 냉장고를 선보였다. 리페르 전시관을 방문한 관람객들은 사람 키를 훌쩍 넘는 냉장고를 보고 신기하듯 냉장고 문을 여닫기를 반복했다.
그 옆에 빌트인 형식으로 전시한 냉장고들 또한 높이가 194㎝를 넘었다. 리페르는 이들 냉장고의 소개 문구를 '가장 높은 기준에 맞는 삶(Living up the highest standards)'으로 새겼다. 큰 용량으로 많은 식재료를 보관할수록 소비자들의 수요를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IFA에 참가한 유럽 업체들의 특징 중 하나로 가전의 '대형화'가 꼽히고 있다. 과거부터 유럽 시장은 가옥 특성상 작은 크기의 가전 선호도가 높았지만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면서 집안 생활과 가전의 중요도가 커졌다. 가전업계는 코로나19에 겪었던 트렌드가 계속 이어지며 유럽 시장에서 한정된 공간 안에서 큰 용량을 갖출 수 있는 '높은 가전'에 대한 수요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독일 가전 브랜드 '밀레'도 큰 가전을 잇따라 소개했다. 밀레가 이번 IFA에서 소개한 냉장고 중 관람객들의 큰 관심을 받은 것은 높이 200㎝가 넘는 가장 큰 냉장고였다. 관람객들은 연신 이 냉장고의 문을 여닫으며 도슨트에게 냉장고 특징들을 질문했다.
밀레는 이번 IFA에서 올해 말 출시할 신제품 와인셀러(와인 보관 냉장고)를 공개했는데 이 제품의 높이는 200㎝를 넘는다. 현재까지 출시한 모델 중 가장 큰 높이의 모델이다.
전시장에서 만난 한 가전업계 관계자는 "향후 유럽시장도 아시아처럼 큰 가전을 요구하는 기조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럽 가전 업체들은 단일 제품의 성능뿐 아니라 '연결성'에 집중하는 모습도 보였다. 가전과 앱의 연결을 통해 가사 노동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밀레의 최신형 오븐에는 '스마트 푸드 ID' 기능과 내부 카메라가 탑재되어 있는데 스마트폰 앱으로 음식 레시피와 상태를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피자 도우를 오븐에 넣고 요리를 시작하면 조리 과정을 스마트폰 앱으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튀르키예 가전 업체인 베스텔은 이번 전시에서 자체 AI 시스템인 '베스텔 AI' 앱을 통해 에어컨, 냉장고 등 가전의 고장 원인과 해결 방안을 안내하는 기능을 강조했다.
베스텔은 실제 가정집처럼 꾸민 공간을 꾸미고 이곳에서 앱 하나로 에어컨과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을 모두 제어할 수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선보였다. 베스텔 관계자는 '매터'와 'HCA' 등 기술 협약으로 자사 이외에 다른 업체의 가전들도 연동할 수 있다는 점을 소개했다.
현장에서는 유럽 가전들의 디지털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들려왔다.
이날 베스텔 전시관에서 만난 관람객 하잔씨는 "유럽 업체들은 오랜 전통상 물리적 버튼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 조작 버튼이 디스플레이로 바뀌고 있는 추세"라며 "유럽 업체들도 이제는 시장 트렌드에 더욱 민감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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