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생애 첫 주택 구입 1년새 35% 증가
20대도 올해 들어 7개월 연속 증가 추세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에 이어 금융권이 가계대출 억제에 나섰지만 무주택자 대상 저리 정책대출은 제한되지 않는다. 그만큼 유주택자보다는 30대 이하 무주택자의 주택 매수 움직임은 더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9일 법원 등기정보광장 소유권이전등기(매매)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에서 생애 첫 부동산(집합건물) 매수자는 4797명으로 전월(3970명) 대비 20.8%, 전년 동기(4028명)보다 19.1% 증가했다.
특히 30대(30~39세)의 생애 첫 주택 구입이 비중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30대의 생애 첫 부동산(집합건물) 매입은 지난 7월 2306명으로 지난해 7월(1704명)보다 약 35% 증가했다. 30대의 생애 최초 부동산 매입자가 2000명을 넘긴 것은 지난 2021년 11월(2767명) 이후 2년8개월 만이다.
20대 매수자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7월 20대 생애 첫 매수자 수는 486명으로 전년 동기(505명)보다는 적지만 올해 들어 지난 1월(323명) 이후 7개월 연속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누적치로 보면 30대 이하 무주택자의 1~7월 생애 최초 부동산(집합건물) 매입은 총 1만4116명으로, 지난해 1~7월(9878명)과 비교해 42.9% 늘었다.
지역별로 보면 20대의 경우 빌라와 오피스텔 등 비(非)아파트가 밀집한 강서구 부동산 매입이 258명으로 가장 많았고, 마포구(166명), 송파구(146명), 강남구(136명) 등이 뒤를 이었다. 30대는 강동구가 1063명으로 가장 많았고 강서구(1012명), 송파구(654명), 동작구(550명), 동대문구(535명) 등 순이었다.
일반적으로 40대 초중반까지는 전월세 형태로 거주하며 자산을 모으다 40대 후반쯤 생애 첫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처럼 생애 첫 주택 매수 연령대가 낮아지는 이유 중 하나로는 임대차 시장의 불안이 꼽힌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부동산 전문위원은 "수도권, 특히 신축아파트에 대해서는 투자가치가 있다는 마인드가 커지면서 30대 초반, 20대 후반까지도 투자 목적의 주택 마련이 각광을 받는 측면이 있다"며 "생애주기로 봐도 독립, 결혼 등 실수요도 있기 때문에 환금성이나 차익 회수 측면에서 안정적인 도심 아파트 투자가 계속 늘어 신축 국평 아파트 매수에 30대 비중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초 신생아특례대출 등 최저 연 1%대 저리 정책대출 상품이 출시되며 서울 지역에서도 9억원 미만의 아파트 매수도 늘어났다. 정부는 신생아 특례대출 소득요건을 올 3분기 부부합산 연소득 2억원, 내년 부부합산 연소득 2억5000만원까지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최근 부동산 갭투자를 막고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한 금융권의 '대출 조이기'가 가시화됐지만 무주택자 대상 정책대출은 예외다. 따라서 무주택자 비중이 많은 30대 이하는 정책대출을 최대한 활용해 주택 매수에 나설 가능성도 생겼다.
부모 세대에서도 정부의 상속세·증여세 완화 관련 법 개정 움직임에 대해서도 관망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상속·증여세의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낮추고 10% 세율이 적용되는 과세표준 구간도 1억원에서 2억원으로 확대하기로 한 바 있다.
김 전문위원은 "세법 개정 상황을 보고 상속 또는 증여를 결정하겠다는 부모세대 자산가들이 상당하다"며 "상속보다 증여가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부모라면 젊은 자녀에 대한 현금 등 자산 증여를 통해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를 구입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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