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성 해설위원 "쓸데 없이 라볼피아나 썼다"
변형 스리백(back three 3인 수비)으로도 불리는 라볼피아나(La salida Lavolpiana)는 쉽게 말하면 포백(back four 4인 수비) 앞에 위치한 수비형 미드필더가 순간적으로 센터백 사이로 내려오는 움직임을 말한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리카르도 라 볼페 감독이 고안해 '라볼피아나'로 불리는데, 한국에선 과거 신태용 감독이 올림픽 대표팀 시절 자주 사용한 바 있다.
이 전술이 가지는 이점은 빌드업 과정에서 수적 우위 확보다. 센터백 2명에 수비형 미드필더 1명이 가세하면서 상대 원톱 혹은 투톱의 압박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또 사실상 빌드업의 시발점 역할이 되는 수비형 미드필더도 중원을 벗어나 상대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아울러 변형 스리백이 되면서 좌우 풀백이 마치 윙어처럼 높은 위치까지 전진해 상대 측면 뒤 공간을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다.
하지만 라볼피아나가 보편화된 현대 축구에선 이에 대한 대처법도 다양해진 상태다.
전날 팔레스타인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1차전에서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발생했다.
압박 라인이 높지 않은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홍명보 감독은 라볼피아나를 고집했고, 그로 인해 후방에서 의미 없는 패스만 오갔다.
박문성 축구 해설위원은 "쓸데없이 라볼피아나를 썼다"며 "정우영(울산)이 내려가서 빌드업을 했는데 팔레스타인이 올라와서 압박하지 않았다. 그러면 굳이 3명이 빌드업을 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라볼피아나를 쓰는 목적이 상대 압박에 2명(센터백)이 불안하니 1명을 내려보내 3명을 두는 건데, 상대가 올라오지 않는데 3명이 빌드업을 했다"며 "상황에 따라 해야 하는데 어제는 그냥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수비형 미드필더가 불필요하게 뒤로 내려가니 미드필더 숫자가 부족해졌고, 미드필더가 없어지니 롱볼을 시도했고, 롱볼을 하니 우리 선수들의 장점이 사라졌다. 전술을 빨리 수정했어야 하는데 그걸 끝까지 고집하더라"고 강조했다.
물론 한 경기 만으로 홍명보호를 평가하긴 이르다. 2022 카타르월드컵 16강을 이끈 파울루 벤투 전 감독도 후방 빌드업을 강조해 전술적인 유연함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았다.
하지만 자신만의 축구 철학을 밀고 나가 결국엔 결실을 보았다.
축구협회는 홍 감독의 전술을 보완하기 위해 포르투갈 출신의 주앙 아로소 수석코치와 치아구 마이아 코치를 선임했다.
팔레스타인전에서 실수를 분석하고 보완하는데 이들이 얼마나 영향을 끼칠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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