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해군 군수지원함 창정비…수주금액 수백억
"수익성 낮아 입찰 미참여"vs"저가 수주 아냐"
국내 최초 의미 커…한화, MRO 포트폴리오 확대
[서울=뉴시스]이다솜 기자 = 국내 조선사가 미국 해군을 상대로 처음 MRO(유지·보수·정비) 사업을 수주하며 사업 포문을 열었다. 그러나 투입되는 비용 대비 수익은 크지 않다는 논란이 일고 있어 적정 수익을 확보가 사업의 핵심 관건이라는 평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미 해군과 4만톤급 군수지원함 창정비 사업 입찰에 나서, 수 백억원대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조선업계 최초로 미 해군 MRO 사업에 진출했다는 것이 고무적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창정비를 위해 들이는 비용 대비 수익성은 낮다는 지적도 들린다.
실제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모두 해당 사업 입찰에 공식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함정정비협약(SMRA)을 체결했지만, HD현대중공업은 '낮은 수익성'을 이유로 입찰에는 불참했다.
HD현대중공업은 현재 일감이 쌓여 특수선 야드가 많은 만큼 도크(선박 건조 공간) 가용 일정을 고려해 이번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번 군수지원함 MRO에 필요한 금액과 인력을 계산해 볼 때 미 해군 측이 제시한 금액이 예상보다 낮았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4일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은 한화오션의 미 함정 MRO 수주와 관련 "특수선 야드 가동 상황과 수익성을 고려하겠다"고 밝혀 내년부터 관련 사업을 본격화하겠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야드 운영 상황이 힘들고, 수익성 검토 결과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이라며 "향후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사업에는 얼마든지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한화오션은 이번 사업이 저가 수주가 아니라 수익성을 충분히 담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사업비 상한선이 정해진 국내 방산 사업과 달리 미 해군 MRO 사업은 상한 제한이 없어 충분한 입찰 금액을 적어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이번 입찰은 발주처가 상한액을 정해 놓고 입찰한 것이 아니라, 조선소에서 원하는 입찰 금액을 적어내면 되기 때문에 수익성이 낮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입찰에 앞서 꼼꼼히 준비해 비용 견적을 냈고, 적정 수익을 덧붙여 계약금액을 정했다"고 밝혔다.
한화오션은 이번 수주로 MRO 포트폴리오를 쌓을 수 있다는 의미도 크다고 했다. 국내 최초로 해당 사업에 진출하고, 미국 필리조선소까지 인수한 만큼 향후 군함 MRO 시장에서 경쟁사보다 한 발 앞설 수 있다.
한화오션은 이 수주를 글로벌 수출 확대의 교두보로 삼을 방침이다. 미 해군과 신뢰 관계 형성도 장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은 업황 사이클이 큰 사업으로 안정적으로 매출을 낼 수 있는 미래 사업 확보가 중요하다"며 "한화오션은 미국 필리조선소 인수와 미 해군 MRO 사업 진출 등으로 신사업에 속도가 붙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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